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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메일에 우표를 붙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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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2-1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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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커뮤니케이션 상없어 메일 유료화 추진… 인터넷 업체들 거대 비용에 강력 반발

"사전에 등록된 발신자로부터 발송된 메일입니다. 수신사에게 유용하다면 '정보성'을, 그렇지 않다면 '상업성' 버튼을 눌러주세요. 여러분의 클릭에 따라 우표 요금이 결정되며 깨끗한 메일문화를 함께 만들어갑니다."

국내 최대의 포털사이트 운영 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대표 이재웅)의 이메일 서비스(hanmail.net) 고객들은 내년 1월부터 이런 꼬릿말이 붙은 메일을 받게 될 것 같다. 꼬릿말 왼쪽에는 우표 그림이 찍혀 있고 아래쪽에는 '정보성', '상업성'이라고 적혀 있는 막대 모양 버튼 2개가 나란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이 인터넷업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무릎쓰고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온라인 우표제'가 내년 1월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레떼컴을 비롯한 60여 인터넷업체들이 '이메일자유모임'(대표 김경익·레떼컴 사장)을 꾸려 다음쪽에 맞서고 있지만, 다음은 온라인 우표제 강행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보성·상업성 물어 요금 부과 예정


사진/ "온라인 우표제는 인터넷마케팅을 원칙적으로 가로막는다" 인터넷업체들은 '이메일자유모임'을 꾸려 다음의 강행 방침에 맞서고 있다.
온라인 우표제는 다음 이메일 사용자에게 대량(하루 1천건 이상)의 상업용 메일을 보내는 발송업체데 대해 건당 일정한 요금(0~10원)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다음은 지난 10월 말 시범서비스에 들어갔으며, 연말까지 발송 기업이 인터넷 프로토콜(IP)을 등록하도록 유도해 내년부터 유료화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우표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한 예를 들어보자. 레떼컴이 다음의 이메일 회원들에게 하루 2천통에 이르는 이메이를 보냈다고 하자. 이는 대량 메일에 해당하므로 한건당 0~10원에 이르는 온라인 우표를 구매한 뒤 전송해야 한다. 이렇게 전송된 메일 가운데 10%인 200명 이상으로부터 피드백(정보성인지, 상업성인지 대한 응답)된 내용을 갖고 대량메일의 성격을 따지게 된다. 상업성 광고가 아니라 정보성이라는 판단이 내려졌을 경우에는 요금을 되돌려준다는 게 다음쪽의 설명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김경화 팀장(온라인 우표제 태스크포스팀)은 "아직 구체적인 비율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정보성이라는 응답이 대략 80%에 이를 경우 요금을 부과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피드백 비율에 따라 건당 요금부과는 차등 적용하게 될 것"이라며 "피드백 비율이 10%에 못 미치는 등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해서 논의중"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온라인 우표제는 이메일을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삼고 있는 인터넷업체들엔 자못 심각한 '위협'이다. 온라인 우표제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레떼컴의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는 회원이 250만명이며, 이들에게 일주일에 평균 2통씩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전체 회원에게 보내는 메일이 일주일이면 500만통에 이르며 한달이면 2천만통을 웃돈다. 레떼컴 회원가운데 다음 한메일을 쓰는 고객은 70%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레떼컴은 한달에 1억4천만원(2천만통×70%×10원)에 이르는 비용을 물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레떼컴으로선 느닷없이 한해에 17억원 가까운 비용을 물어야 하는 셈이다.

김경익 레떼컴 사정은 "비슷한 처지에 빠져 있는 업체가 100개가량 된다."며 "이를 감안할 때 온라인 우표제를 통해 다음쪽은 월 50억~100억원의 현금을 챙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물론 이는 현재의 메일 서비스 및 고객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어서 실제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또 전송된 이메일이 정보성으로 판단됐을 경우 요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렇지만 다음이 상당한 규모의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 반볌 다음의 메일 서버를 활용해 이메일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 때문에 레떼컴 등 인터넷업체들은 자사 회원들에게 다음메일을 이용하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 또 다음메일을 유지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일반 이메일 이용자들로도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마케팅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

사진/ "이메일 유료화는 비용구조를 바로잡고 스팸메일을 줄인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상업성 메일 발송업체로부터 요금을 받을 계획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순전히 돈욕심으로 온라인 우표제를 추진한 것일가? 다음의 김경화 팀장은 "사회문제로 떠오른 불법 스팸메일에 대한 규제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온라인 우표제는 대량 메일발송 업체들을 사전에 실명 등록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하면 한메일넷 회원에게 대량 메일을 보내는 사업자들은 건전하고 투명한 환경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쪽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명분은 왜곡된 비용구조를 바로잡는다는 논리. 이메일이 마케팅 수단으로 큰 몫을 하고 있지만, 비용구조를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온라인 광고 우편물은 보내는 쪽에서 비용을 들이는 반면, 전자우편은 받는 쪽에서 비용이 발생한다. 과고몰의 수혜자인 발신자보다 수신자와 인터넷 인프라를 제공하는 쪽이 이메일 발신에 대한 비용 부담을 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마케팅 주체는 이메일로 인한 수익증대,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는데도 네티즌은 이메일 서비스 사용을 위해 인터넷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또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쪽은 무응답 메일을 서버의 메모리 부담으로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란 것이다.

김경화 팀장은 "이같은 왜곡된 비용구조에서 비롯된 부작용은 이메일 마케팅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악순화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발신자쪽은 큰 부담없이 메일의 양을 늘리고, 또 적절치 않은 메일 수신자에 대한 관리도 소흘이 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이메일 마케팅이 절제 기능을 잃어 무분별한 메일이 난무하고, 이는 다시 이메일 마케팅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상업용 메일에 대해선 전송료를 매겨 이메일 마케팅업체들 스스로 절제하거나 메일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촉진해야 한다는 게 다음쪽의 내세우는 명분이다.

이에 대해 온라인 우표제를 반대하는 이메일자유모임쪽은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열려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온라인 우표제는 인터넷 기본정신에 위배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 우표제를 통한 비용부담이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덧붙이고 있다. 비용구조 왜곡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한국통신 같은 인터넷망 사업자들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천문학적인 금액의 장비를 들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업체가 일방적인 피해자라고 할 수는 없다고 자유모임쪽은 주장하고 있다.

스팸메일을 줄인다는 ㅁ여분은 그런 대로 일반인들의 공감을 얻지 않을까 싶지만, 이에 대해서도 자유모임쪽의 비판은 통렬하다. 김경인 사장은 "스팸메일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며 온라인 우표제가 아니라 새로운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김 사장은 지금과 같은 법과 제도 아래에선 스팸에일을 무력화시키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수신거부 응답을 보낸뒤에 또다시 불법 스팸메일을 받고서야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수신을 거부했다는 것과 이후 불법 메일을 또 받았다는 근거를 확보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한마디로 대책이 없으며 이는 온라인 우표제가 실시되더라도 크게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스팸메일을 줄이는 노력은 다음 혼자서가 아니라 여러 업체가 모여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방식이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료화 반대 업체들, 메일 계정 전화 유도

에이메일, 옥션등 이메일자유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은 회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다음메일이 아닌 다른 메일로 계정을 바꿀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일부 업체는 다음메일에서 다른 메일로 계정을 전환하면 10만원 상당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제공하는등 다음쪽의 방침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우표제 추진은 인터넷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 외에 사회적인 골칫거리로 떠오는 스팸메일에 대한 논란과도 맞닿아 있어 네티즌의 눈길을 끌고 있다. 게다가 세게적으로도 성공 사례가 없는 이메일의 유료화 시도라는 뜻도 담겨 있다. 양쪽 진영 사이의 '이메일 전쟁' 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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