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즈한라시멘트의 이상한 구조조정 파문… 부실경영인의 부당한 지분취득에 지역주민도 반발
기존 대주주의 지분취득 환원논란을 둘러싸고 파업사태를 겪었던 라파즈한라시멘트(대표 실뱅 가르노)가 다시 노사분쟁에 휩싸이고 있다. 덩달아 이른바 ‘로스차일드 프로그램’에 따른 이 회사의 구조조정방식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라파즈한라시멘트의 본공장이 있는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의 주민들까지 노조편에 가세해 분쟁이 확산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논란 사유는, 실제로 회사 정상화의 밑거름을 준 사람들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부실경영을 초래했던 기존 오너 한 사람에게만 막대한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이다.
노사 합의 뒤 관리직 조합원 재산 가압류
지난 7월8일부터 13일 동안 계속된 라파즈한라시멘트의 파업은 이달 21일 노사가 두 가지 핵심쟁점에 합의함으로써 일단 풀렸다. 하나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지분 30% 가운데 7.6%를 전체 종업원들에게 배분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파업과 관련해 회사쪽에서 노조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거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합의였다. 그러나 파업이 끝난 뒤 노조집행부가 다시 구성되고, 신임 집행부가 전 노조위원장이 직권으로 조인한 합의사항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자 회사쪽에서 일부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에 들어갔다. 징계는 노조의 집행부는 아니지만 회사 경영정보를 잘 알고 있는 관리직 조합원들에게 집중됐다. 징계대상을 11명의 차장·과장·대리급 관리직 사원들로 정하고, 이들 가운데 2명은 권고사직, 3명에게는 해고명령을 내렸다. 해고대상 3명한테는 손해배상소송도 걸어 전세보증금까지 전재산을 가압류했다. 파업기간에 발생한 회사의 손실을 물어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라파즈한라노조는 부당노동행위이자 부당해고라며 노사합의의 파기를 선언했다. 임근 노조위원장은 “회사쪽에서 먼저 합의를 깼다”며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철회 및 해고자 복직과 정몽원 회장이 부당하게 취득한 지분의 환원을 놓고 다시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재파업을 불사하겠다는 게 노조의 태도이다. 라파즈한라시멘트 노사갈등의 쟁점은 특이하다.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이 아니라 소유·지배구조의 문제이다. 지난 97년 12월에 발생한 한라시멘트의 부도는 주주와 종업원, 채권자, 협력업체 종사자 등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다. 정인영 전 명예회장과 정몽원 회장의 무리한 시설확장투자와 계열사 지원 등에 따라 부채비율이 2000%가 넘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태에서 IMF 사태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전형적인 재벌식 부실경영이 빚은 부도였다. 그런데 한라는 부실경영의 장본인인 정몽원 회장이 미국의 로스차일드사를 끌어들여 교묘하게 부실을 제거했다. 로스차일드가 주선해주는 돈으로 기존 부채를 현가할인방식으로 매입한 뒤 회사를 되파는 방식이다. 한라시멘트의 경우 약 1조1천여억원의 부채 가운데 채권은행들로부터 7천여억원을 탕감받아 재무구조를 깨끗하게 만든 다음, 지난 1월에 프랑스의 라파즈와 미국의 위스콘신기금, 정몽원 회장이 공동지분을 가진 라파즈한라시멘트로 탈바꿈했다. 이 과정에서 한라시멘트의 종업원들은 주당 1만7000원에 배정받은 우리사주를 1920원에 매수청구를 당하고, 대규모 정리해고와 임금삭감 등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 그런데 정몽원 회장은 자기돈을 1억원만 내고서도 로스차일드, 또 합작파트너들과의 협상을 통해 자본금 2380억원짜리 회사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지분 30%를 가지게 됐다. 지분의 액면가치만 하더라도 714억원, 회사쪽 주장대로 앞으로 3∼4년 안에 주식시장에 다시 상장해 주가가 2만원선에 이를 경우 무려 3천억원대로 주식가치가 불어난다. 외자유치에 대한 정부의 각종 지원과 묵인, 세제혜택, 물타기증자 수법 등을 총동원해 얻은 성과이다. 옥계 주민들이 광산개발 저지로 노조 지원
이런 마술과 같은 구조조정의 실체는, 한라시멘트 안에 이 작업의 실무를 맡았던 핵심 관리직 사원들이 올해 초부터 집단적으로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서서히 드러났다. 이 회사에서 관리직 사원들은 대부분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있었지만 ‘정몽원 회장의 부당한 지분취득’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서 ‘오너의 하수인’이기를 거부하고 대거 노조에 가입했다. 노조를 통해 정몽원 회장 지분취득의 부당성이 제기되자 지역 주민들도 발끈하고 나섰다. 옥계공장 주변의 19개 이장들과 이 지역의 사회단체들은 ‘라파즈한라시멘트 광산개발반대 추진위원회’(위원장 이용기 강릉시의원)를 구성해 “정몽원 회장이 취득한 지분으로 이미 파괴된 환경복구와 환경피해 저감시설에 투자하지 않으면 석회석 광산의 추가개발을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정연범 옥계면 청년회장은 “만년 경영난 타령에다 회사부도로 지난 20여년 동안 분진, 소음피해를 감수해야 했고 백두대간에 걸쳐 있는 자병산 산자락과 해수욕장이 없어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는 것도 지역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로 그냥 참아왔다”고 하소연했다.
옥계면은 실제로 한라시멘트 공장이 들어선 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기는커녕 주거환경만 열악해져 1만2천여명이던 면인구가 7천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옥계공장 입구에는 ‘지역환경에 대한 책임을 수행하는 기업 한라시멘트’라는 대형 입간판이 번듯하게 서 있지만, 회사 스스로 환경대책에 소홀했던 점을 인정한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공장의 직원식당에서는 인근지역에서 재배한 채소를 사먹지 않을 정도였다. 광산개발반대 추진위는 정몽원 회장이 환경개선기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추가광산 개발에 절대동의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렇지만 정 회장쪽에서는 “환경개선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회사쪽에서 주민들과 협상해 해결해야 한다”며 발뺌을 하고 있다. 반면에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실뱅 가르노 사장은 지난 7월 초 지역주민들과 간담회에서 “지금까지의 환경오염 문제는 기존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파즈한라시멘트는 현재 채굴허가를 받은 잔여 석회석이 1년6개월이면 바닥이 나게 돼 있어 지금부터 추가채굴 허가 준비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때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채굴허가가 나지 않는다. 사실상 국민세금을 쏟아부어 겨우 살려놓은 연산 740만t짜리 시멘트생산공장이 가동을 중단해야 할 판이다.
파업에 참여했던 라파즈한라시멘트의 한 관리직 중견사원은 지난 일들을 돌이키면서 이렇게 항변했다.
“정말 국민이 살려준 기업을 투명한 경영을 하는 회사, 일할 맛 나는 좋은 회사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열정이 부당하게 지분을 취득한 오너와 그 하수인들로부터 비참하게 짓밟히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현 정부가 그렇게 험난하게 추진해온 재벌개혁, 기업구조조정의 실체입니까?”
라파즈한라시멘트 옥계공장에서 바닷가쪽으로 약 4km를 가다보면 옥계면 전체와 동해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호젓한 곳에 저택을 만날 수 있다. 입구 간판에 ‘금진기숙사’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이 간판을 살짝 떼면 ‘영빈관’이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정인영 명예회장 가족의 별장으로 통한다. 대지 2500평에 연건평 450평 규모의 2층짜리 이 저택은 한라시멘트가 강릉시로부터 사원복지시설인 ‘기숙사’로 허가받아 지었다. 한라시멘트가 자금난에 빠져들 무렵인 96년에 회삿돈 40억원을 들여 지었다. 원래 집터가 아닌데다 홍수가 나면 산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사방지여서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는 곳인데, 관할관청이 ‘종업원 복지에 필요하다’는 회사쪽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그냥 넘어갔다. 그러나 실제로 종업원들에게 이곳은 접근 금지구역이다.
사원 기숙사로 관청에 신고한 명예회장 별장
“외부 감독이 나오면 언제든지 기숙사인 것처럼 보일 수 있도록 칸막이로 여러 개의 방을 만들어놓고 몇몇 직원들의 옷가지랑 책들도 비치해놓고 있습니다. 심지어 집이 먼곳에 있는 직원들의 통화기록도 정기적으로 남겨두게 합니다. 그렇지만 금진기숙사에서 하룻밤이라도 묵은 직원은 아무도 없습니다. 명예회장이나 아들들이 전용하는 별장이고 회사에서는 이를 감추려고 직원들을 들러리 세우는 셈이죠. 앞으로는 관할관청에서 제대로 검사가 나오면 사실대로 다 말할 겁니다.”
라파즈한라시멘트 직원들은 이 별장 내부에는 값비싼 수입대리석이 깔려 있고, 거동이 불편한 정인영 명예회장을 배려해 승강기까지 설치해놓았다고 전했다. 한라시멘트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요즘에도 정 명예회장이나 정몽원 회장은 가끔씩 이 별장에 들른다고 한다.
대주주의 부분별한 과잉투자와 차입경영으로 부도를 낸 뒤 국민혈세를 쏟아붓고 종업원들과 지역주민들의 고통분담으로 다시 일어선 라파즈한라시멘트는 여전히 ‘선진경영’과 멀어보인다.
박순빈 기자sbpark@hani.co.kr

(사진/한라는 로스차일드를 끌어들여 교묘하게 부실을 제거했다.이 과정에서 정몽원 회장은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이에 대해 라파즈한라노조는 부당노동행위이자 부당해고라며 노사합의의 파기를 선언했다. 임근 노조위원장은 “회사쪽에서 먼저 합의를 깼다”며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철회 및 해고자 복직과 정몽원 회장이 부당하게 취득한 지분의 환원을 놓고 다시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재파업을 불사하겠다는 게 노조의 태도이다. 라파즈한라시멘트 노사갈등의 쟁점은 특이하다.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이 아니라 소유·지배구조의 문제이다. 지난 97년 12월에 발생한 한라시멘트의 부도는 주주와 종업원, 채권자, 협력업체 종사자 등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다. 정인영 전 명예회장과 정몽원 회장의 무리한 시설확장투자와 계열사 지원 등에 따라 부채비율이 2000%가 넘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태에서 IMF 사태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전형적인 재벌식 부실경영이 빚은 부도였다. 그런데 한라는 부실경영의 장본인인 정몽원 회장이 미국의 로스차일드사를 끌어들여 교묘하게 부실을 제거했다. 로스차일드가 주선해주는 돈으로 기존 부채를 현가할인방식으로 매입한 뒤 회사를 되파는 방식이다. 한라시멘트의 경우 약 1조1천여억원의 부채 가운데 채권은행들로부터 7천여억원을 탕감받아 재무구조를 깨끗하게 만든 다음, 지난 1월에 프랑스의 라파즈와 미국의 위스콘신기금, 정몽원 회장이 공동지분을 가진 라파즈한라시멘트로 탈바꿈했다. 이 과정에서 한라시멘트의 종업원들은 주당 1만7000원에 배정받은 우리사주를 1920원에 매수청구를 당하고, 대규모 정리해고와 임금삭감 등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 그런데 정몽원 회장은 자기돈을 1억원만 내고서도 로스차일드, 또 합작파트너들과의 협상을 통해 자본금 2380억원짜리 회사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지분 30%를 가지게 됐다. 지분의 액면가치만 하더라도 714억원, 회사쪽 주장대로 앞으로 3∼4년 안에 주식시장에 다시 상장해 주가가 2만원선에 이를 경우 무려 3천억원대로 주식가치가 불어난다. 외자유치에 대한 정부의 각종 지원과 묵인, 세제혜택, 물타기증자 수법 등을 총동원해 얻은 성과이다. 옥계 주민들이 광산개발 저지로 노조 지원

(사진/눈가리고 아웅.'금진기숙사'라고 쓰인 임시 간판을 떼어내면 '영빈관'이라는 정식 명칭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