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보조금 삭감 이끄는 뉴라운드 출범… 장기적 농업전략 세워 국산쌀 도태 막아야
아라비아반도 동부에서 페르시아만쪽으로 톡 튀어나온 반도의 나라 카타르. 인구 60만명 안팎의 조그마한 이 나라에 11월9일부터 엿새 동안 세계인들의 눈길이 온통 집중됐다. 카타르 수도 도하의 쉐라톤호텔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가 열린 것. 이번 회의는 21세기 초반 국제무역질서를 새롭게 짜는 이른바 ‘뉴라운드’ 출범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서 일찌감치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라 있었다.
각료회담 폐막 예정일을 하루 넘긴 11월14일 오후 6시(서울 시각 15일 새벽 1시). 이번 회의 의장을 맡은 카타르의 카말 통상장관이 142개에 이르는 WTO 회원국들이 최종 합의에 도달했음을 선언했다. 농업보조금 삭감, 환경협상 착수, 반덤핑규정 손질 등 갖가지 쟁점을 둘러싸고 날카롭게 맞서온 각국 대표들은 비로소 악수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10쪽 분량의 각료선언문(도하개발의제)이 채택되고 뉴라운드가 공식 출범하는 순간이었다.
농민과 무역단체의 엇갈린 반응
이번 회의에 한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했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최낙균 무역투자정책실장은 “지난 99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제3차 회의가 회원국들의 합의 도출에 실패함으로써 WTO의 순탄한 행로에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는데, 이번 뉴라운드 출범 선언으로 WTO가 세계무역질서의 중심축으로 우뚝 섰다”고 평가했다. 최 실장은 “특히 반세계화 움직임이 점차 국제 조직화하고 미국의 테러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중동지역에서 대규모 국제회의가 성공적으로 치러진 것은 국제정치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라운드 출범에 따른 국내 영향은 두 가지 ‘상징’에서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농민들의 반대시위와 무역단체의 환영 성명서.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농협 단위조합 농민 1만여명은 11월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농민대회를 열고 세계무역기구 협상과 쌀수입 반대, 쌀생산비 보장 등을 요구한 뒤 시내 곳곳에서 저지하는 경찰에 맞서 밤늦도록 시위를 벌였다. 도하 회담이 막바지로 치닫고 농산물 개방에 대한 의견 접근이 대체로 이뤄진 때였다. 장광훈 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농산물 개방을 강대국의 논리에 따라 양보해선 안 된다”며 쌀값 안정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쪽에 촉구했다. 반면, 한국무역협회는 뉴라운드 공식 출범 직후인 15일 성명을 내고 “새로운 국제무역 규범 제정을 위한 뉴라운드가 출범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무역협회는 “이번 뉴라운드 출범에 따라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완화되면 수출 확대와 경제성장 촉진을 기대할 수 있으며 무리한 반덤핑 등 부당한 수입 규제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점차 짙어지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색채도 엷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부문별 이해가 엇갈리고 있음에도 우리나라가 협상 타결에 합의한 것은, 크게 보아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세계무역기구 협상은 주요 의제를 상정해 일괄 타결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또 모든 회원국이 합의해야 최종 타결에 이르는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어떤 나라들도 큰 것을 얻기 위해선 작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의사결정 구조로 짜여져 있는 것이다. 생산비 절감에 고품질 쌀 생산은 필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뉴라운드 출범으로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3.43%씩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후생도 4.31% 늘어나 이를 97년 기준 금액으로 환산하면 1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세계적으로 농업·제조업·서비스업의 교역장벽이 지금보다 30% 완화되고, 각 산업부문의 생산성이 1%포인트 향상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한국의 GDP 증가 효과는 중국 3.53%보다 조금 낮지만 일본 2.27%, 미국 2.12%, 유럽연합(EU) 2.56%, 아세안 3.23%보다 높은 수준이다. 산업별로는 자동차, 전자, 섬유·의류, 건설, 기타 서비스산업이 호조를 보이는 반면 광물, 농산물의 생산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전제가 깔려 있는 분석이지만, 다른 나라들에 견줘 득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번 협상에서 큰 것을 위해 포기한 ‘작은 것’은 바로 농업 분야다. 그 가운데서도 핵심은 쌀문제. 농촌경제연구원 최세균 국제농업실장은 “농산물 분야에선 우루과이라운드 때보다 수출국들의 이해가 더 많이 반영돼 앞으로 큰 폭의 시장개방이 이뤄질 것”이라며 “농사짓는 규모를 키워 생산비를 낮추고 농약을 덜치는 환경농법으로 고품질의 쌀을 산출하는 게 대책의 ‘바이블’(최선책)이겠지만,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지기 어려운 목표 아니냐”고 걱정했다.
최 실장은 “큰 원칙을 정한 이번 회의에 이어 세부적인 사항을 결정하는 분야별 후속 협상을 잘해나가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각료선언문 채택은 앞으로 3∼5년 정도 걸릴 협상의 개시를 알리는 것일 뿐”이라며 “농업보조금 감축 폭이나 개방 시점, 개도국 지위 인정 등 테크니컬(세부)한 사항들은 앞으로 진행될 협상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업 부문의 3대 협상 분야는 시장접근, 수출보조, 국내보조다. 이 가운데 한국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시장접근과 국내보조 분야에 대해 이번 각료선언은 ‘실질적인’(substantial) 개선·감축의 원칙을 명시했다. 우리 대표단은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초안에 들어 있던 ‘실질적인’이란 문구를 빼거나 ‘점진적’(progressive)이란 표현을 넣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이는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막판에 ‘협상 결과를 예단하지 않는다’는 대목을 집어넣어 초안에 비춰 조금 나은 편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개방의 큰 흐름은 달라질 게 없다.
이번 협상에 따라 우리나라는 2003년 말로 예정된 제5차 각료회의에 시장개방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이는 2004년 있을 쌀 재협상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관세화 원칙을 받아들일 경우 상당 수준의 개방을 피할 수 없다. 반면 지금 채택하고 있는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게 되면 그 대가로 이해관계국에 별도의 보상을 제공해야 하는 만큼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양곡유통위원회는 지난 16일 내년 쌀 추곡수매가를 4∼5% 인하하는 건의안을 확정했다. 2004년 쌀 재협상을 앞두고 수입개방에 대비해 본격적인 쌀값 하락 유도에 나선 것이다.
전남 나주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안주용(36)씨는 “정부가 (쌀시장) 개방을 기정사실로 못박아놓고 양곡정책을 펴고 있으며 그것이 쌀증산 포기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쌀값을 의도적으로 15만원(80kg) 아래로 낮추려고 기를 쓰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푸념했다. 안씨는 “농지법에 농업진흥지역은 환경보존이나 식량자급을 위해 다른 용도로 돌리지 못하게 엄격하게 금지하면서 농산물 가격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쌀증산 포기 우려… 질적 규제방안 마련
특히 잇딴 수입개방으로 생산비도 건질 수 없을 만큼 농산물값이 폭락하면서 우리 농업이 벼랑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부는 대책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농 이호중 정책부장은 “개방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정부가 장기적인 식량수급 및 자급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정 생산량과 생산기반 유지방안을 갖고 있어야 개방압력에 대처할 수 있는 게 아니냐”며 “하지만 지금 농정은 쌀 증산정책을 펴다가 쌀값이 폭락하니까 하루 아침에 증산정책을 폐기하는 졸속으로 치닫고 있다”고 탄식했다.
농촌 현장의 이런 목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쌀시장의 본격 개방(관세화)은 피하기 어려운 대세로 여겨지고 있다. ‘실질적인’ 시장접근 개선과 국내보조금 감축을 천명한 마당에서 마냥 관세화 유예를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점에서다. 우리와 함께 쌀시장 관세화 유예 혜택을 받고 있던 일본이 지난 99년 관세화를 앞당겨 수용한 사실도 우리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2004년 이후에는 양적(수입물량) 규제에서 질적(관세) 규제로 옮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국산 쌀의 가격경쟁력은 대단히 낮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90∼95년까지 국산쌀과 수입쌀의 가격차는 약간 줄었으나 최근 들어 다시 차이가 벌어졌다. 생산자가격(도매가격) 기준으로 국산쌀이 4배 이상 높은 실정이다. 국내 생산자가격을 국제수입가격으로 나눈 가격경쟁력 지수는 90년 4.71에서 95년 3.81로 낮아지다가 96년 4.77, 97년 2.84, 98년 4.28, 99년 4.67 등으로 다시 올라가고 있다. 국제 쌀값 동향을 80kg 1가마 값으로 환산할 경우 2001년 7월 기준으로 미국산 2만8540원, 타이산 1만8280원, 중국산 2만6430원(2000년 가격)이다. 우리 쌀값은 미국산의 5.8배, 타이산의 9.2배, 중국산의 6.3배에 이르는 16만7720원이다.
그렇다면 국내 농업은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가?
농촌경제연구원 김정호 박사는 “일본이 관세화를 받아들이면서 적용한 세율이 920%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협상할 여지가 있으므로 지레 나자빠지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2004년부터 관세화로 가고 400%의 관세율을 적용할 것이란 설이 많지만 이는 예전 기준에 따른 것일 뿐이며, 600%나 700%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국제규범에서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농가에 대한 소득보조를 해주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정의 기초를 튼튼히 세워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 박사는 “농업분야를 볼 때 대외여건뿐 아니라 대내여건도 바뀌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농업에 대해 온 국민이 마냥 우호적이고 걱정하던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민 박사는 “정부당국이 급변하는 대내외 여건을 농민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해와 설득을 통해 장기 비전을 새로 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만 농민의 표를 의식해 지키지도 못할 100% 쌀 자급이란 정책기조를 내세우다가 막상 일이 터진 뒤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논리를 되풀이하고 있다”며 “이는 농민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장관이 물갈이돼도 꿋꿋하게 지켜질 농업에 대한 철학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사진/ 성난 농심! 지난 11월13일 농민 1만여명이 서울 여의도에서 WTO 협상에 반대하는 농민대회를 열었다.(박승화 기자)
이번 회의에 한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했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최낙균 무역투자정책실장은 “지난 99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제3차 회의가 회원국들의 합의 도출에 실패함으로써 WTO의 순탄한 행로에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는데, 이번 뉴라운드 출범 선언으로 WTO가 세계무역질서의 중심축으로 우뚝 섰다”고 평가했다. 최 실장은 “특히 반세계화 움직임이 점차 국제 조직화하고 미국의 테러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중동지역에서 대규모 국제회의가 성공적으로 치러진 것은 국제정치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라운드 출범에 따른 국내 영향은 두 가지 ‘상징’에서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농민들의 반대시위와 무역단체의 환영 성명서.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농협 단위조합 농민 1만여명은 11월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농민대회를 열고 세계무역기구 협상과 쌀수입 반대, 쌀생산비 보장 등을 요구한 뒤 시내 곳곳에서 저지하는 경찰에 맞서 밤늦도록 시위를 벌였다. 도하 회담이 막바지로 치닫고 농산물 개방에 대한 의견 접근이 대체로 이뤄진 때였다. 장광훈 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농산물 개방을 강대국의 논리에 따라 양보해선 안 된다”며 쌀값 안정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쪽에 촉구했다. 반면, 한국무역협회는 뉴라운드 공식 출범 직후인 15일 성명을 내고 “새로운 국제무역 규범 제정을 위한 뉴라운드가 출범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무역협회는 “이번 뉴라운드 출범에 따라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완화되면 수출 확대와 경제성장 촉진을 기대할 수 있으며 무리한 반덤핑 등 부당한 수입 규제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점차 짙어지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색채도 엷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부문별 이해가 엇갈리고 있음에도 우리나라가 협상 타결에 합의한 것은, 크게 보아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세계무역기구 협상은 주요 의제를 상정해 일괄 타결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또 모든 회원국이 합의해야 최종 타결에 이르는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어떤 나라들도 큰 것을 얻기 위해선 작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의사결정 구조로 짜여져 있는 것이다. 생산비 절감에 고품질 쌀 생산은 필수

사진/ 12일 카타르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AP 연합)

사진/ 국내 농업은 수입쌀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건가. 중국산 쌀이 인천항 3부두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한겨레)

사진/ 뉴라운드 출범으로 철학이 있는 농정이 요구되고 있다. 경제관련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이 경제 동향을 보고하고 있다.(한겨레 이정우 기자)
| 뉴라운드 협상의 거시경제적 효과 | |||||||
| 한국 | 일본 | 중국 | 미국 | EU | 아세안 | 기타 | |
| 실질국내총생산 | 3.43 | 2.27 | 3.53 | 2.12 | 2.56 | 3.23 | 2.87 |
| 수출 | 6.35 | 6.77 | 9.31 | 6.67 | 3.73 | 5.02 | 6.20 |
| 수입 | 6.75 | 7.49 | 9.67 | 3.53 | 4.21 | 4.86 | 7.05 |
| 무역수지(백만달러) | -385 | 2,944 | 1,672 | 22,078 | -7,670 | 311 | -18,920 |
| 교역조건 | 0.63 | 0.92 | -0.96 | -0.59 | 0.53 | 0.07 | -0.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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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 %, 백만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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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가입한 나라들이 모여 관세·무역에 관한 국제규범을 만드는 협상이 ‘라운드’이다. 뉴라운드는 1993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에 이어 GATT 가맹국이 새로 시작한 협상으로 주요 논의대상은 UR에서 제대로 합의하지 못한 농산물과 서비스 분야, 공산품의 추가관세 인하와 반덤핑협정 개정이다. 뉴라운드는 GATT 체제에서 있었던 8차례 라운드에 이은 9번째 라운드이자 세계무역기구(WTO) 출범(95년) 뒤 첫 다자간 협상이다. 이번 협상 타결은 폭넓은 분야에서 무역자유화를 위한 새 라운드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한 98년 5월 제네바 2차 각료회의 뒤 3년여 만의 결실이다. 지금까지 제네바와 도하에서 열린 회의로 뉴라운드 출범은 일단락됐지만, 이제 한 고비를 넘긴 데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가 숱하게 남아 있다. 시애틀 각료선언문 초안이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던 데 견줘 도하 선언문은 협상의 원칙만 담아 회원국들 사이의 이해 대립을 최소화했다. 그 대신 앞으로 세부협상을 거쳐 결정해야 할 과제를 적지 않게 남겼다. 뉴라운드 출범은 협상 방향을 정하는 ‘몸풀기’에 불과하며 앞으로가 본격적인 무역전쟁의 터전을 닦는 ‘본게임’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WTO는 이번에 채택한 각료선언문 초안에 따라 전체적인 협상을 총괄하는 무역협상위원회(TNC) 첫 회의를 내년 1월 말까지 열고 분야별로 세부적인 협상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도하 각료선언문의 전체 협상기간은 3년으로 잡았지만 이와 별도로 농업 협상, 서비스 협상, 이행문제, 분쟁해결양해 개정 등 분야별 시한을 설정해 신속한 협상 종결을 꾀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루과이라운드가 목표로 잡았던 4년보다 훨씬 긴 7년7개월을 끌었다는 점에서 협상이 2004년 말에 끝나기 어렵다는 관측도 많다.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