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발렌타인스 위조방지 캡 장착한 ‘임페리얼 키퍼’로 시장 공략
“이거 혹시, 가짜 아닐까?”
이런저런 일로 양주를 입에 대본 이들이 한번쯤 품어봤음직한 의문이다. 잊혀질 만하면 한번씩 터져나오는 ‘가짜 양주 사건’은 이런 의혹을 더욱 부풀린다. 술독에 빠져 인사불성이 된 주당들을 속여먹기는 또 얼마나 쉬울까? 이 대목에 이르면 모든 양주가 가짜로 보일 법도 하다.
국내에서 가짜 양주가 만들어지는 행태는 대략 둘로 대별된다. 자체적으로 시설을 차려놓고 대량으로 가짜 양주를 제조·유통시키는 것과 일부 업소에서 싼값의 양주를 고급 위스키 병에 다시 담아(리필) 팔아먹는 것. 시장 조사기관인 AC닐슨이 지난 10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위스키를 마신 사람 가운데 32.0%가 ‘위조주를 마신 경험이 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2년 이상 프리미엄 위스키를 마실 때 항상 위조주 여부가 의심된다’는 반응이 50.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불신이 팽배해 있음을 보여준다.
병 입구에 장치 넣어 위조·리필 막아
애주가들의 이런 불신풍조를 반영한 제품이 최근 등장했다. 진로발렌타인스가 지난 10월부터 출시하고 있는 ‘임페리얼’에 위조방지 장치 ‘임페리얼 키퍼’를 장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 출시되는 임페리얼 병에는 남은 술을 외부에서 주입하지 못하게 됐다. 진로발렌타인스의 박희준 과장은 “위조나 리필을 막기 위해 새로운 장치를 도입했다”며 “임페리얼은 조만간 임페리얼 키퍼가 붙어 있는 제품만 유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영향일까? 최근 들어 술집에서는 임페리얼을 찾는 손님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박 과장은 “지난 9월에 비해 10월의 임페리얼 출고량이 예상보다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임페리얼 키퍼의 겉모습은 간단하다. 모두 6가지 부품으로 이뤄져 있지만 핵심은 2가지. 병입구쪽에 카보나이트 재질의 ‘凸’모양 밸브와 그 밑에 세로로 나란히 자리잡은 2개의 유리구슬이 그것이다. 술을 따르기 위해 병을 기울이면 구슬을 통해 凸모양의 장치에 힘이 가해지면서 양쪽에 틈이 생기고 알맞게 조절된 양과 속도로 술이 졸졸 새어나오게 설계돼 있다. 병을 다시 세우면 凸 모양은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양쪽 틈도 막혀 바깥에선 술을 집어넣을 수 없는 것이다. 모양이나 원리는 이처럼 간단해 보이지만, 외국 회사에서 만만치 않은 비용을 물고 사온 것이다. 이 장치는 위조방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탈리아 구알라(Guala) 그룹의 제품이다. 진로발렌타인스가 임페리얼 병의 규격에 맞게 특별 주문해 들여오고 있다. 1개당 값은 200원. 박희준 과장은 “경쟁사들이 임페리얼 키퍼와 같은 위조방지 장치를 도입하려면 최소한 1∼2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위조방지 캡이 보기보다 정교한 장치여서 국내 기술로는 제작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수입을 하더라도 별도의 연구와 시설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알라 제품에 대해 진로발렌타인스가 국내에서 1년간 독점 사용권을 갖고 있다는 것도 경쟁사들에는 하나의 장벽이다. 양주의 위조방지 장치는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보편화돼 있다. 얼라이드 도멕, 디아지오, 바카디, 씨그램 같은 이른바 위스키 명가에선 주요 제품에 이미 채택하고 있다. 진로가 양주시장의 성수기인 12월을 앞두고 위조방지 캡을 장착한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양주시장의 판매경쟁에 다시 불을 붙인 셈이 됐다. 특히 롯데칠성의 스카치블루가 시장점유율을 한창 늘리고 있는 와중이어서 올 겨울 위스키 생산·판매업체들 사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양주시장 판매경쟁 치열할 듯 흔히 양주라고 하면 위스키 외에 코냑, 보드카 등 여러 가지가 포함돼 있지만 국내에선 위스키가 양주시장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1조2천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국내 위스키시장은 ‘임페리얼’의 진로발렌타인스, ‘윈저’로 유명한 씨그램코리아, ‘딤플’의 하이스코트가 3분하고 있다. 여기에 ‘스카치블루’를 내놓은 롯데칠성이 가세해 맹렬한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사진/ "위조 임페리얼을 막아라!" '임페리얼 키퍼'에 내려진 특명이다.
애주가들의 이런 불신풍조를 반영한 제품이 최근 등장했다. 진로발렌타인스가 지난 10월부터 출시하고 있는 ‘임페리얼’에 위조방지 장치 ‘임페리얼 키퍼’를 장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 출시되는 임페리얼 병에는 남은 술을 외부에서 주입하지 못하게 됐다. 진로발렌타인스의 박희준 과장은 “위조나 리필을 막기 위해 새로운 장치를 도입했다”며 “임페리얼은 조만간 임페리얼 키퍼가 붙어 있는 제품만 유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영향일까? 최근 들어 술집에서는 임페리얼을 찾는 손님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박 과장은 “지난 9월에 비해 10월의 임페리얼 출고량이 예상보다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임페리얼 키퍼의 겉모습은 간단하다. 모두 6가지 부품으로 이뤄져 있지만 핵심은 2가지. 병입구쪽에 카보나이트 재질의 ‘凸’모양 밸브와 그 밑에 세로로 나란히 자리잡은 2개의 유리구슬이 그것이다. 술을 따르기 위해 병을 기울이면 구슬을 통해 凸모양의 장치에 힘이 가해지면서 양쪽에 틈이 생기고 알맞게 조절된 양과 속도로 술이 졸졸 새어나오게 설계돼 있다. 병을 다시 세우면 凸 모양은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양쪽 틈도 막혀 바깥에선 술을 집어넣을 수 없는 것이다. 모양이나 원리는 이처럼 간단해 보이지만, 외국 회사에서 만만치 않은 비용을 물고 사온 것이다. 이 장치는 위조방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탈리아 구알라(Guala) 그룹의 제품이다. 진로발렌타인스가 임페리얼 병의 규격에 맞게 특별 주문해 들여오고 있다. 1개당 값은 200원. 박희준 과장은 “경쟁사들이 임페리얼 키퍼와 같은 위조방지 장치를 도입하려면 최소한 1∼2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위조방지 캡이 보기보다 정교한 장치여서 국내 기술로는 제작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수입을 하더라도 별도의 연구와 시설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알라 제품에 대해 진로발렌타인스가 국내에서 1년간 독점 사용권을 갖고 있다는 것도 경쟁사들에는 하나의 장벽이다. 양주의 위조방지 장치는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보편화돼 있다. 얼라이드 도멕, 디아지오, 바카디, 씨그램 같은 이른바 위스키 명가에선 주요 제품에 이미 채택하고 있다. 진로가 양주시장의 성수기인 12월을 앞두고 위조방지 캡을 장착한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양주시장의 판매경쟁에 다시 불을 붙인 셈이 됐다. 특히 롯데칠성의 스카치블루가 시장점유율을 한창 늘리고 있는 와중이어서 올 겨울 위스키 생산·판매업체들 사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양주시장 판매경쟁 치열할 듯 흔히 양주라고 하면 위스키 외에 코냑, 보드카 등 여러 가지가 포함돼 있지만 국내에선 위스키가 양주시장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1조2천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국내 위스키시장은 ‘임페리얼’의 진로발렌타인스, ‘윈저’로 유명한 씨그램코리아, ‘딤플’의 하이스코트가 3분하고 있다. 여기에 ‘스카치블루’를 내놓은 롯데칠성이 가세해 맹렬한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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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별 위스키시장 점유율 | |||
| 회사명 (대표 브랜드) |
99년 | 2000년 | 2001년 (1~9월 누계) |
| 진로발렌타인스 (임페리얼) |
629,761(32.6%) | 775,244(29.8%) | 704,657(30.3%) |
| 씨그램코리아 (윈저) |
768,481(39.8%) | 961,421(36.9%) | 751,796(32.3%) |
| 하이스코트 (딤플) |
439,556(22.8%) | 698,828(26.8%) | 531,689(22.8%) |
| 롯데칠성 (스카치블루) |
- | - | 191,750(8.2%) |
| 기타 | 91,572(4.7%) | 168,229(6.5%) | 148,965(6.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