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7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오전 10시 개장 시간에 맞춰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진열된 허니버터칩을 경쟁하듯이 집어가고 있다. 허니버터칩은 최근 공급량이 구매량을 따라잡지 못하는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SNS 입소문·인증샷, 광풍의 전초 품귀 현상도 ‘광풍’을 부채질했다. 해태가루비가 강원도 문막에 세운 생산공장에서는 지난 9월 말부터 2교대제를 3교대제로 바꾸고 24시간 근무하고 있지만, 공급량이 구매량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태다. 이 때문에 해태제과가 일부러 품절을 부추기고 SNS를 통해 고도의 마케팅 활동을 폈다는 의심도 나온다. 소성수 팀장은 “현재 월 60억원어치 제품을 생산 중인데, 대형 거래처가 있기 때문에 일부러 물량을 적게 공급할 수 없는 구조다. 그리고 초반에 소비자모니터단이 일부 움직이긴 했지만 인스타그램 등은 전혀 의도적인 마케팅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의심은 고전적인 마케팅 수법에서 싹튼다. 2009년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장난감으로 히트를 쳤던 ‘주주 펫 햄스터’를 개발·판매한 세피아(Cepia)는 엄마 블로거들에게 장난감을 선물로 주는 ‘바이러스 마케팅’을 펴는 한편으로 교묘하게 생산량을 줄여서 그해 수천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그렇다고 해태제과의 성공을 단정하기엔 이르다. 매출 108억원은 감자칩 1위인 오리온 ‘포카칩’이 지난해 840억원어치가 팔린 데 견주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해태제과가 그동안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왔다는 점에선 호재가 될 수 있다. 모회사인 크라운제과가 최근 ‘유기농 웨하스’ 등의 제품에서 기준치 이상의 미생물과 식중독균이 검출됐지만 제품을 유통시킨 사실이 드러났던 악재를 덮은 측면도 있다. 검찰은 크라운제과 임직원 3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법인 크라운제과를 기소한 바 있다. 해태제과의 신정훈 대표이사는 윤영달 크라운제과 회장의 사위다. 크라운제과의 주가는 지난 11월24일 장중 29만2천원까지 치솟았다. 11월 초 18만원 초반대까지 하락했던 데서 허니버터칩의 인기에 힘입어 반등한 것이다. 요즘 크라운제과뿐 아니라 국내 제과업계는 침체된 분위기였다. ‘질소 과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며 과대 포장이 논란을 빚는 사이에 대형마트에서 수입과자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어섰다. 서울시내 번화가를 중심으로 수입과자 전문점도 유행처럼 번지는 추세다. 출생률 저하로 과자를 주로 소비하는 유년층이 감소한데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가뜩이나 주춤했던 성장세가 더 움츠러들었다. “독특한 맛을 찾는 소비자들은 국산 과자에 싫증을 느끼고 있다. 허니버터칩이 시장에 충격을 준 건 분명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1988년 포카칩이 출시됐을 때도 생감자 맛을 살린 새로운 스낵이라는 폭발적인 반응이 있다가 그 후 인기가 떨어졌다. 허니버터칩도 신제품으로서 대단히 성공하긴 했지만 열풍이 계속 이어지진 않을 거다.” 16년 동안 오리온에서 근무하다가 나와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시리즈를 펴낸 안병수 후델식품건강교실 대표의 말이다. “충격은 줬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것” 허니버터칩 열풍을 최근 내수침체와 소비심리의 변화와 연관짓기도 한다. 경기불황일수록 소비자들은 다른 사람의 판단과 구매행동에 의존하게 되고, 립스틱처럼 비교적 싼 가격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 많이 팔린다는 속설 때문이다. 다음소프트가 트위터에서 맛을 표현하는 단어 언급 횟수를 분석해봤더니, 올해 들어 ‘달다’(5만7350건)가 1위로 떠올랐다. 2010~2013년 ‘고소하다’ ‘부드럽다’에 이어 2~3위를 형성했던 ‘달다’가 갑자기 많이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는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닭면이 인기인데 ‘살기 힘들다’는 감정이 완전 달거나 완전 매운 제품에 대한 선호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지난해부터 ‘소소하다’라는 단어 언급 횟수가 늘어났다는 데도 주목했다.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허니버터칩을 먹는 소소한 행복. 하긴 허니버터칩 말고는 즐거운 뉴스를 찾아보기 힘든, 살기도 팍팍한 요즘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