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경조사 거품’ 뺄 수 있기를
갑론을박 끝 선정 이유
등록 : 2014-11-10 19:31 수정 : 2014-11-11 17:14
공공산후조리원 사업을 두고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갈렸다. 행정과 재정 전문가들은 부정적이었다. 산후조리원은 예식장이나 호텔처럼 민간이 하는 것이라 정부가 간여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복지 전문가는 찬성 의견을 냈다. “어린이집도 공립과 사립 둘 다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사립만 있으면 가격이나 서비스가 천차만별일 것이다. 하지만 공립 어린이집이 있어서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산후조리원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자 또 반론이 나왔다. “보육이야 정부에 서비스 제공 책임이 있지만 산후조리원은 다르다. 모든 산모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취약계층은 이용하기 어렵다. 차라리 취약계층을 위한 집으로 찾아가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지원사업’을 제대로 하는 것이 낫다.” 이번에는 산후조리원을 이용해본 여성들(회의에 참석한 심사위원 및 <한겨레> 기자 가운데 기혼여성은 3명이었는데 모두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이 반론을 제기했다. “요새는 웬만하면 출산 뒤 산후조리원을 이용한다. 그런데 가격이 높아서 상당한 부담이 된다. 게다가 위생도 불안하고 서비스가 부실한 경우도 많다. 현실적으로 대다수 산모가 이용하는데 경제적 부담이 크고 서비스에 불만이 많다면 어쨌든 정부가 나서서 뭔가 해결책을 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사업은 제대로 하면 많은 산모가 지지할 것이다.” 경험자들의 일치된 지지 앞에 애초 반대 의견을 냈던 심사위원들이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여전히 단서를 붙였다. “정부 개입의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그 방식이 꼭 ‘공공산후조리원 건설’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민간산후조리원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리고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계층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다양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공공산후조리원은 이런 갑론을박 끝에 선정되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며 부담을 느끼고 불만을 갖는다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말이 선정 이유가 되었다. 그런데 시장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중에 ‘많은 사람이 이용하며 부담을 느끼고 불만을 갖는 게’ 어디 공공산후조리원뿐이랴. 예식장도 그렇고 장례식장도 그렇다. 일생에 한 번이라서, 남들에게 욕먹을까봐, 다른 대안이 없어서, 바가지라는 걸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하고 거금을 지불한다. 이참에 아예 정부가 강조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와 더불어 ‘생애주기별 경조사 거품 빼기’도 하면 어떨까? 이번 공공산후조리원 사업이 거기까지 이어진다면 명실상부 1%로 99%를 움직이는 지렛대 예산 사업이 될 것 같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 교수·좋은예산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