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에 우리의 땀과 이야기가 있어요”
‘공정무역 커피’ 판매하는 네팔 커피생산자협동조합 매니저 만두 타파
등록 : 2014-11-07 17:02 수정 : 2014-11-07 17:24
커피는 공정무역의 대표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그만큼 왜곡된 유통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아프리카·남미 등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된 커피는 선진국에서 비싼 값에 팔린다. 이 과정에서 중개상인, 중간 가공업체 등은 큰 이윤을 남긴다. 커피가 제맛을 내기 위해서는 제값을 치른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세계공정무역기구(WFTO) 아시아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네팔 신두팔촉의 ‘파카르다오반’ 커피생산자협동조합 매니저 만두 타파(사진)도 공정무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0월19일 오후 서울 종로에서 만난 그는 “한국에서는 커피가 기호식품이지만, 나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기회다. 커피를 팔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다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우리 삶을 위해 커피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사는 네팔 북쪽의 신두팔촉에는 800~1700m의 구릉지대가 있다. 30여 년 전부터 아라비카 커피를 기르기 시작했지만, 남미처럼 커피를 대량 경작하는 환경이 아니라 대부분 소농 형태다. 만두 타파의 가족은 300그루의 커피나무를 가지고 있다. 그의 마을이 본격적으로 커피 생산에 뛰어든 건, 지난해 마을에 커피생산자협동조합이 꾸려지면서부터다. 네팔 헬베타스(Helvetas·스위스에서 시작한 저개발 농민의 자활을 돕는 비정부기구(NGO))의 도움을 받아 ‘커피 진흥 프로그램’에 참여한 마을 사람들은 협동조합을 세우고, 각자 수확한 작물을 한데 모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한 해 동안 수확한 커피를 중간상인들에게 헐값에 넘기는 일이 많았고, 판매 대금을 떼이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커피농업은 안정적일 수 없었다.
협동조합이 올해 생산한 8t 분량의 커피는 비영리단체 ‘아름다운커피’를 통해 모두 한국으로 들어와 커피 제품으로 팔리고 있다. 협동조합에 참여한 580여 가구의 사람들은 펄핑(커피 껍질 벗기기) 작업도 함께 배우며 판매 소득을 높이고 있다. “지금은 조합에서 각자 수확한 커피를 모아 판매하고, 파는 날 현장에서 대금을 받는다. 그 전에는 팔린 물건들이 어디로 가는지 몰랐지만, 이제는 한국에서 어떻게 팔리는지 자세히 알게 됐다.”
한국을 찾은 그는 엄청난 규모의 커피시장을 보고 놀랐다. “한국의 커피전문점은 네팔에 있는 티숍(Tea Shop)보다 더 많은 것 같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마을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팔고 있는 시장이 얼마나 큰지, 한국 사람들이 우리 커피를 어떤 맛으로 느끼는지를 이야기해주려 한다.” 그는 또 소비자들에게 커피 한 잔의 의미를 생각해달라는 주문도 했다. “커피 한 잔이 그저 맛난 커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바깥에서 커피를 기르는 데 우리의 땀과 이야기가 얼마큼 들어갔는지를 안다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