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6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신세계 위드미 사업 설명회장에서 한 참석자가 방문상담을 신청하고 있다. 신세계 위드미 제공
하지만 편의점 시장도 이미 포화 상태다. 전국에 들어선 편의점 수는 2만4859개(한국편의점협회 2013년 말 기준)다. CU(7939개), GS25(7774개), 세븐일레븐(7230개) 등 3개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92%에 달한다. 이들 3사는 올 상반기에만 390곳에 편의점을 추가 계약했다. 시설투자위약금이 문제인데 신세계가 ‘상생’을 내세우는 건, 이같은 ‘편의점 삼국지’ 구도에서 좀더 유리한 틈새를 파고들려는 속내도 깔려 있다. 차별화 전략으로 기존 편의점 가맹점주들을 빼앗아오려는 궁리다. 위드미는 올해 출점 목표를 1천 개로 잡고, 손익분기점인 2500개까지 적극적으로 점포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그렇다면 ‘3무정책’은 과연 가맹점주에게 유리한 상생형 모델일까? 자세한 내용을 뜯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위드미 편의점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는 로열티 대신 월회비를 낸다. 기존 편의점 업체들은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 35 대 65의 비율로 매출을 나눠가졌다. 35%는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상호를 쓰는 로열티다. 위드미는 가맹점주가 투자한 비율에 따라 60만원(가맹점주 전액 투자), 100만원(가맹점주·본사 반반 투자), 150만원(본사 전액 투자)의 정해진 월회비를 받는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나 상권 등의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월회비가 꼭 로열티보다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하루 매출이 적은 편의점의 경우 기존 프랜차이즈와 같은 방식의 수익 배분이 더 유리하다. 또 24시간 영업 의무가 없다는 조건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가맹분야 모범거래기준’에서 금지한 요구사항이다. 위드미도 초기 계약시에 영업시간을 정해놓게 돼 있다. 중도 해지 위약금이 모두 없는 것도 아니다. 편의점 가맹점주가 본사와 계약을 중도 해지할 때 물어야 하는 위약금으로는 크게 기대이익상실금과 시설투자위약금이 있다. 기대이익상실금은 로열티에 대한 본사의 피해를 물어주는 것이고, 시설투자위약금은 본사가 인테리어 등 시설에 투자한 비용을 보상하는 것이다. 위드미에는 기대이익상실금만 없다. 최인숙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장사를 접어야 할 땐 이미 매출이 줄어들 대로 줄어들어 있어 기대이익상실금 부담은 크지 않다. 그런데 시설투자위약금은 몇천만원에서 억원대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폐점하지 못하고 사채를 빌려쓰는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보통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본사로부터 명확한 시설투자위약금 산출 근거를 제시받지도 못한다. 지난해에는 이같은 불공정거래 관행 때문에 편의점 가맹점주 4명이 목숨을 끊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들은 시설투자위약금 때문에 편의점이 망해도 폐업하지 못하고, 본사에 로열티를 내느라 사채를 끌어다 쓰면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위드미를 바라보는 소상공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PB 상품(자체 생산품) 때문이다. 신세계는 위드미에서 파는 제품의 20%가량을 PB 상품으로 채우고 있다. 기존 편의점의 PB 상품 비중은 7%대 수준이다. 조두일 위드미 대표는 “PB 상품 비중을 20%에서 50%대까지 올려서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소매점-중간유통-상품 제조까지 독점 이런 PB 상품은 대부분 신세계푸드 등 계열사에서 만든다. 신세계 관계자는 “편의점 사업 진출로 유통 채널을 늘리는 효과뿐 아니라, 신세계푸드 등의 매출 증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소상공인은 “신세계의 PB 상품을 위드미에서 많이 팔겠다는 건 신세계가 소매점부터 중간유통, 상품 제조까지 독점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신세계가 편의점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뒤 신세계푸드는 최근 1년 새 가장 높은 주가(7월22일 종가 기준 9만8100원)를 기록했다. 지난 7월28일 찾은 위드미 반포예일점에서는 신세계푸드의 간편조리식품이나 이마트 생활용품 자체 브랜드 등 PB 상품의 진열이 돋보였다. 강혜숙 반포예일점주는 “40~50대 주부들이 신세계 브랜드 상품을 좋아한다. 이마트 물건이 (대형마트보다) 가까운 편의점에도 있으니 ‘정말 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PB 상품을 쉽게 살 수 있는 게 소비자에게 정말 이익일까? 최인숙 팀장은 이렇게 답했다. “저는 아주 급하게 필요한 게 아니면 편의점에 안 가요. 비싸잖아요. 상품 브랜드도 비슷하고요. 가격경쟁이 사라져서 그래요. 편의점이 늘어날수록 우리 같은 소비자의 선택권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박선희 인턴기자 starking07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