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공식후원사인 현대자동차는 브라질월드컵 기간 동안 거리응원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인 ‘현대팬파크’를 운영한다. 한국 대 러시아전이 열린 지난 6월18일 아침,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 거리응원전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경제성장 짐까지 짊어진 월드컵 대표팀 러시아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자, 유통업계는 내심 한국팀의 예상 밖 선전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마트는 러시아전에서 한국팀이 승리하면 진행할 예정이던 ‘월드컵 할인행사’를 무승부인데도 그대로 진행했다. 6월18일 하루 동안 한우 등심 등 250여 가지 품목의 가격을 30~50% 깎아주는 행사다. 이마트 관계자는 “보통 월드컵 기간에는 맥주나 치킨, 안주류 등 관련 제품 매출이 2배가량 오른다. 이번엔 가나와의 평가전 결과가 안 좋아서 기대 수준이 낮아졌는데, 러시아전이 비기면서 분위기가 살아날 조짐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런데 진짜 월드컵 특수가 한국 경제를 벌떡 일어서게 할까? 2010년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팀이 월드컵 16강전에 진출하면 4900억원의 민간소비지출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월드컵 16강 진출의 경제적 효과’)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2009년 하루 평균 민간소비지출액이 1조5800억원인데, 이 중에서 식료품과 주류, 음식·숙박, 통신업 등 응원과 관련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1%라고 가정해서 추산해낸 결과다. ‘경제 대표팀’의 감독이라 할 수 있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16일 이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야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경제 회복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는 소회를 밝히는 와중에 나온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한국 경제는 초여름에 한겨울처럼 꽁꽁 얼어붙어 있다. 지난 1분기 수출은 1.5% 성장했지만, 민간소비는 고작 0.2% 성장했을 뿐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4%대 성장도 불가능하다. 애가 마른 쪽은 기업보다 정부다. 하지만 월드컵이 결정적인 골을 터뜨려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벨기에와 알제리전 경기 시간 역시 각각 새벽 4시와 5시다. 술집에 모여앉아 ‘치맥’을 즐기며 경기를 관람하기에 적당한 시간이 아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세월호 사고로 인해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한국 경기 시간이 주중 새벽이라 월드컵이 내수 확대에 크게 기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한다. 경기회복 기대감의 결정적 부재 게다가 월드컵 특수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실력도 없는 팀이 어쩌다 운 좋게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민간소비와 기업의 투자 등이 살아나야 한다. 국민이 닫힌 지갑을 열려면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어야 하는데, 결정적으로 그게 없다. 세계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미국은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7%포인트 하향 조정했고, 중국 역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밑도는 상황이다. 새롭게 ‘경제 대표팀’을 이끌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택하려는 전략도 미덥지 못하다. 최 후보자는 “한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를 진작시키는 방식으로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우기보다는, 경기부양을 서두르겠다는 것이다. 자칫 가계부채를 늘리는 ‘자살골’이 될 수도 있다. 자꾸 월드컵이 경제를 살릴 묘약이라도 되는 양 호들갑 떠는 게 불편한 이유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