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 4월17일부터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한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의 모습.현대자동차 제공
이날 현대차가 공개한 투싼 수소차의 내부는 단순한 구조였다. 트렁크와 뒷자리 아래에 수소탱크와 연료전지가 있으며, 차량 보닛 부분에는 연료전지를 통해 얻은 직류전압을 교류전압으로 바꾸는 전력 변환장치와 바퀴를 굴리는 전기 구동모터가 있다. 700기압(bar)인 수소탱크를 가득 채우면 최대 415km(서울~부산 편도)까지 운행할 수 있으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이르는 시간은 12.5초, 최고 속도는 시속 160km 수준이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바퀴의 동력 가운데 일부를 연료전지에 축적하는 회생 제동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판매가격 1억5천만원 그러나 친환경차 분야에서 수소차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현대차의 속내는 간단치 않다. 현대차는 1998년 일찌감치 수소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시범사업에 참여했으며, 2012년에는 덴마크 정부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현재 1천 대 규모의 수소차 시범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수소차와 달리 그 밖의 친환경차 분야인 하이브리드·전기차 기술 연구에서 현대차는 다른 경쟁 업체보다 뒤늦은 편이다. 이기상 현대차 환경기술센터 전무는 “일본 자동차 업체가 하이브리드차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일본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일본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정체돼 있고,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규제가 강화되면 하이브리드차도 규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수소차 시장은 북미 등에서 확장할 수 있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이날 친환경차 분야 전반에 관해 현대차가 공개한 전략에도 이런 고민이 깔려 있다. 친환경차 시장에서 소형 전기차와 대형·SUV 수소차를 앞세운 ‘양공 전술’을 펴겠다는 계획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이번 투싼 수소차와 함께 올해 말 ‘LF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를 내놔서 라인업을 확대할 것이다. 2016년 이후에는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차세대 전기차도 내놓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투싼 수소차가 넘어야 할 고개도 많다. 우선 높은 가격을 꼽을 수 있다. 현재 투싼 수소차의 판매 가격은 약 1억5천만원으로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기에는 턱없이 비싸다. 환경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6천만원 예정)을 받아도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전기차·수소차 등 앞으로 생산하는 친환경차에서 공통으로 쓰는 모터·배터리 등을 함께 생산하는 방식으로 원가 절감을 해 2020년께에는 일반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수준까지 값을 내릴 계획이다.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개발2팀장은 “다른 자동차 업체들과 함께 스터디를 해보면 궁극적으로 디젤차보다 10%가량 비싼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설치 비용이 적은 전기차 충전소와 달리 큰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 수소 충전소를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는지다. 정부는 현재 11곳인 수소 충전소를 올해 안에 2곳 더 늘리고, 2025년까지 천연가스(CNG) 충전소의 규모와 비슷한 200곳까지 늘릴 예정이다. 수소차에 연결해 냉장고 작동시킬 수도 수소차 기술이 친환경차 기술로 보편화된다면, 단순히 자동차 에너지에 머물지 않고 차세대 전력 형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 환경기술연구소는 수소차가 ‘가상발전소’(VPP·Virtual Power Plant)를 구성하는 소규모 분산에너지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안병기 현대차 연료전지개발실 이사는 “유엔 미래보고서를 보면, 전세계 수소 생산량이 3800만t이며 국내에는 130만t이 생산 중이다. 특히 수소로 전력을 얻으면 효율성을 60%까지 올릴 수 있고 친환경성, 대규모 에너지 저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기가 모자라는 상황이 오면, 10kWh 수준의 전력을 얻을 수 있는 수소차나 지역마다 세워진 100kWh 이상을 얻을 수 있는 수소 충전소의 간단한 발전시설을 ‘임시 발전소’로 활용해 전력을 생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발표회에서는 시동을 건 투싼 수소차에 콘센트 전원을 연결해 변환한 전기로 냉장고 등 가전기기를 작동하는 모습을 시연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친환경차 기술 대결의 서막이 올랐다. 용인=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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