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4일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영화 촬영팀이 교통 통제가 이뤄진 서울 상암동 월드컵파크 7단지 사거리∼상암초교 사거리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정용일
그러나 <어벤져스 2>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건, 제작비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유례없는 교통 통제뿐만 아니라, 국내 대형 영화 1편의 제작비와 맞먹는 30억원 가까이를 영화에 지원한다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영화진흥위원회가 2011년부터 운영하는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제도가 있다. 올해 사업요강을 보면, 국내에서 10일 이상 촬영하고 국내 집행비용이 20억원이 넘으면 국내 제작비의 30%를, 국내 촬영 7일 이상에 국내 집행비용이 5억~20억원인 경우는 25%를, 그 이하는 20% 수준을 환급해준다. <어벤져스 2> 촬영팀이 정확히 10일 동안 촬영을 진행하는 이유다. 국내 제작비로 인정해주는 항목으로는 저작권 취득비용, 항공료, 화물 운송비, 배우·제작진 보수 등이 있다. 140여 명 규모로 알려진 촬영팀은 10일 동안 130억원 수준의 제작비를 지출한다고 알려졌다. 한상희 영진위 국제공동제작팀장은 “사전심사와 최종심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정확한 환급 액수는 나중에 알 수 있다. 100인 이상의 회계법인을 통해 집행 내역에 대한 보고서를 받는다”고 말했다. <어벤져스 2> 촬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정부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 3월31일 보도자료를 내 “서울시가 부풀렸다고 주장된 <어벤져스 2>의 서울 촬영에 대한 경제적 효과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영진위 및 한국관광공사가 산출해 발표한 자료”라고 해명했다. 문체부 관계자도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에 사용하는 예산은 영화발전기금이 아니라 관광객 유치에 쓰려고 만든 관광진흥개발기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정부출연금·출국납부금·카지노사업자납부금 등으로 만든 예산이다. 심지어 국내 영화를 역차별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어벤져스 2>와 달리 오인천 감독의 영화 <소녀무덤>이 한국도시철도공사로부터 지하철 촬영을 거절당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 뒤 영화 <소녀무덤> 촬영팀은 3월28일 코레일로부터 지하철 촬영을 허락받았다. 사실 한국 촬영이 진행된 건 한국 정부의 지원책 때문이라고 보기 힘들다. 애초 제작사인 마블스튜디오가 먼저 한국에서의 촬영 가능성을 물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마블스튜디오가 영진위 로스앤젤레스(LA) 미주사무소를 통해 전화회의를 요청했고, 11월과 12월에 영화 스태프가 국내를 방문했다. <넛잡>은 캐나다에서 100억원 돌려받아 게다가 영진위의 인센티브 제도도 다른 나라에 견주면 마냥 파격적이지도 않다. 영진위 관계자는 “싱가포르에서 <어벤져스 2> 촬영팀에 제작비의 50% 세제 혜택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유럽 등 영화산업이 발달한 국가에서는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한다. 지원 형식에 따라 ‘세금 환급’과 ‘현금 환급’ 방식으로 나눈다. 세금 환급은 촬영과 관련한 지출에 해당하는 제작비 가운데 부가가치세 등의 간접세를 면제해주는 방식이다. 지난 1월 개봉한 애니메이션 <넛잡: 땅콩 도둑들>의 경우도 그렇다. 국내 기업인 레드로버가 투자·기획하고 캐나다 업체가 제작해 캐나다에서 제작비 450억원 가운데 100억원가량의 세금을 돌려받았다. 그런 점에서 <어벤져스 2>의 한국행이 ‘고도의 마케팅’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다. 촬영 때부터 잠재적인 마케팅 효과를 얻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현재 중국 베이징·톈진 등에서 찍고 있는 <트랜스포머 4: 사라진 시대>도 비슷한 모양새다. 두 작품 모두 전작이 큰 성공을 거둔 나라에서, 현지 배우를 포함해 촬영하고 있다. <어벤져스>(2012)는 한국에서 관객수익 600억원, <트랜스포머 3>(2011)는 중국에서 관객수익 10억8천만위안을 거뒀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