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은 국내에 일단 ‘외국인 전용 카지노’ 허가를 받아 들어온 뒤 정부에 내국인도 출입 가능한 ‘오픈 카지노’를 요구할 것이란 우려가 국내 카지노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한무리의 사람들이 유일한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로 들어서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한목소리로 카지노를 부르짖고 있는 건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관광 분야 개발을 하기 위해서다. 논리는 이렇다.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은 급격히 늘고 있지만 관광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적인 관광 추세인 호텔·쇼핑·테마파크·컨벤션센터 등이 한데 들어간 복합리조트를 세우려면 수조원이 들어간다. 이 정도의 관광개발 사업을 하려면 풍부한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사업의 수익성을 최소한으로 담보해주려면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카지노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카지노는 대규모 관광 인프라를 깔아줄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 ‘미끼’인 것이다. 실제 정부가 ‘한국형 복합리조트’ 개발 분야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카지노 부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베트남·대만·필리핀이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경쟁적으로 건설했거나 건설을 추진 중이고, 일본도 카지노 합법화를 위해 뛰고 있는 이유다. “불공정 관행 압력 넣으면 별수 없을 것” 정부의 설명에도 외국 카지노 자본에 대한 특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국내 카지노 사업자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 허가를 받으려면 ‘신규 허가 이후 전국 외국인 관광객이 60만 명 이상 증가’한 경우 이미 ‘관광호텔업’이나 ‘국제회의시설업’을 하고 있는 사업자에 한해 ‘문광부의 공모’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 등에선 외국인 투자자가 ‘문광부의 공모가 없어’도 ‘5억달러(약 5300억원) 이상 투자를 약속’하고 이 가운데 ‘5천만달러(약 530억원)만 납입’하면 카지노 심사를 요청할 수 있게 하는 특례(사전심사제)가 있다. 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쥐꼬리만 한 돈을 내고 카지노 사업권을 따내는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인 최소 투자금액 기준은 당초 3억달러(약 3182억원)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2012년 이를 대폭 완화해 거센 비판이 일었다. 이에 현 정부는 앞으로 외국자본도 수시로 허가를 신청하지 않고 정부의 공모 절차를 따르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지만, 카지노 사업을 할 수 있는 외국자본의 자격 요건은 오히려 낮추기로 하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광부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국내 사업자가 운영하는) 기존 카지노는 이미 지어진 호텔에 카지노가 들어가는 형태라서 투자비가 100억~200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자치도에 들어가는 외국 사업자는 호텔을 새로 짓는 등 5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해야 한다. 이렇게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는 게 경자법의 목적인 만큼 (국내 자본) 역차별 논란은 맞지 않다.” 복합카지노가 들어서면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문광부는 배재대 연구팀이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 ‘복합리조트 관련 경제효과’를 낙관적 전망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보고서는 2015년 국내에 싱가포르 모델 같은 복합리조트가 들어선다고 가정할 경우 7조6천억원의 생산효과와 5만4천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때 중요한 건 ‘싱가포르 모델’이라는 전제다. 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외국인·내국인 가리지 않는 ‘오픈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도박중독 등 사회적 비용을 우려해 공공기관인 강원랜드만 내국인 카지노를 독점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해외 복합리조트가 누리는 화려한 경제 성과를 한국이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외국 카지노 자본이 들어오면 정부도 결국 오픈 카지노를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자본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만 노리고 한국에 들어오려 한다고 보기엔 그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운영 중인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총매출은 2012년 기준 1조2510억원이다. 강원랜드 한 곳의 매출(1조2092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해 싱가포르의 2개 카지노에서만 6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외국자본이 적어도 1조원, 많게는 5조원이 넘는 복합리조트 개발비를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의 비판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 운영해서는 돈이 안 된다. 결국 오픈 카지노를 하겠다는 욕심이다. 현재 오픈 카지노를 규제하는 건 우리나라와 베트남 정도다. 미국 등 외국자본이 일단 카지노 허가를 받은 뒤 불공정 관행을 이유로 압력을 넣으면 정부도 별수 없을 것이다.” 운영권만 내주고 뒤통수 맞을 수도 문제는 외국자본이 일단 카지노 허가를 받으면 취소가 어렵다는 데 있다. 문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2년 발간한 보고서 ‘한국형 복합리조트 제도화 방안’은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현행 관광진흥법에서는 외국 전용 카지노의 허가 취소와 관련한 규정은 확보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카지노 허가를 보유한 사업자가 관광수입 확대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기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허가권의 양수도(권리 이전)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외국자본에 카지노 운영권만 내주고 기대한 투자는 받지 못하는 뒤통수를 언제든지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글·사진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