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던킨도너츠 매장에서 알바생들이 주문받은 음료를 만들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11개 브랜드 매장의 86.4%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명진
특히 카페베네,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세븐일레븐 등 이름만 대면 아는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알바 착취’의 주범이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1월12일 내놓은 근로감독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9월 국내 11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가맹점 770곳을 포함해 청소년과 대학생을 주로 고용하는 총 946곳의 사업장을 근로감독했다. 근로계약서에 근로조건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거나,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등 노동관계법 위반율은 85.6%에 달했다. 지난해(91.7%)보다 다소 떨어졌다고는 해도, 11개 대형 프랜차이즈의 법 위반율(86.4%)은 평균을 웃돌았다. 프랜차이즈 점장이 ‘악의 근원’? 이번에 고용노동부는 처음으로 브랜드별 법 위반율을 공개했다. 불명예스러운 1위는 카페베네(98.3%)가 차지했다. 표본이 된 거의 모든 가맹점이 걸린 셈이다. ‘프랜차이즈 공룡’인 SPC그룹 브랜드는 상위 다섯 손가락 중에 3개나 포함됐다. 배스킨라빈스(92.6%) 2위, 던킨도너츠(91.3%) 3위, 파리바게뜨(87.9%) 5위였다. 세븐일레븐(89.6%)과 뚜레쥬르(86.5%)도 평균치보다 높은 법 위반율을 보였다. 부산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석 달여 일한 우새하(21)씨는 10월치 월급을 아직 못 받았다. 매달 10일이면 전달 월급이 통장으로 들어오는데, 지난 11월4일 알바를 그만둔 탓인지 감감무소식이다. 처음 알바를 시작했을 때 우씨가 받은 월급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간당 4400원이었다. 시급이 얼마인지는 첫 월급을 받고 나서야 알았다.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아무도 시급을 알려주지 않았다. 나중에 다른 알바들한테 들으니 ‘매달 100~150원씩 시급을 올려준다’고 했다. 우씨는 밀린 급여를 받아내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넣을 예정이다. 지난 6~7월 파리바게뜨 동국대점에서 일했던 희정(19)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새벽 6시30분부터 6시간씩 주 5일을 근무했어요. 일이 너무 힘들어 알바들이 자꾸 그만두니까, 시급은 5천원으로 비교적 잘 챙겨주더라고요. 그런데 같이 알바하던 외국인 유학생은 처음에 시급 4300원을 받고 일했다고 하대요. 물정을 모른다고 최저임금도 안 준 것 같았어요.” 희정씨는 점장한테 휴게 시간을 요구했다가 잘렸다. 한 달짜리 근로계약을 맺은 지 2주 만이었다. 점장은 “방학이라 매출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댔다. 점장은 외출할 때도 늘 휴대전화로 매장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지켜보며 알바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그렇다면 ‘악질’ 프랜차이즈 점장이 ‘악의 근원’일까? 겉으로 보기엔 그렇다. 현행법상 알바와 근로계약을 맺는 주체는 가맹점주다.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대상도 이들이다. 그러다보니 SPC그룹 등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은 “우리 책임은 아니다”라고 발뺌한다. 자신들은 브랜드를 빌려주는 대가로 가맹점주와 계약을 맺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한 회사 관계자는 “(알바 착취 논란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이지만, 아무리 가맹점주들을 교육해봤자 본인들이 안 지키면 답이 없다. 가맹점주가 노동관계법을 지키지 않으면 가맹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라도 있으면 차라리 낫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에 노동관계법 준수 의무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쪽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의 가맹 관계와, 가맹점주와 알바 사이의 고용 관계는 별개”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어 법 개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가 실태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그렇다고 해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현행 가맹사업법에도, 가맹본부는 가맹점 사업자와 직원에 대한 교육·훈련, 가맹 사업자의 경영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하도록 돼 있다. 넓게 해석하면, 여기엔 근로기준법 준수 등에 대한 교육·지도가 포함된다. 실제로 가맹본부 소속 지역담당자들은 수시로 매장을 방문해, 제품 품질이나 위생 상태 등을 점검한다. 다만 ‘노동’이 관심사가 아니었을 뿐이다.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일했던 우새하씨는 “본사 직원을 두어 번 만났는데 ‘정량에 맞춰 커피 만드는 법을 시범해봐라’고 했을 뿐, 근로계약 등의 사항은 전혀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담당자 매장 방문 등을 통해 수시로 노동관계법 준수를 환기시킨다”는 회사 쪽 설명과 현실은 거리가 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주요 프랜차이즈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을 불러, 노동관계법에 대한 가맹점주 자체 교육과 지도·감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SPC그룹만 해도 전국 5천 개 이상의 매장에서 수만 명의 알바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그런데 알바 노동자들을 회사 차원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 알바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