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성 짙은 대출중개·알선 피해사례 속출… 급전 미끼로 과다한 수수료 챙겨
함아무개(서울시 약수동)씨가 OO기획이란 대출중개업자를 찾아간 것은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 어느날. 생활정보지 ‘벼룩시장’에 난 광고를 본 뒤였다. “대출액의 15%를 수수료로 주면 싸게 돈을 빌리도록 주선해줍니다.” 수수료 15%가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급전이 필요해 아쉬운 대로 꾸어쓰고 곧 갚자는 생각이었다.
중개업자는 ㅎ신용금고에서 700만원을 빌리도록 주선해주고 수수료로 대출액의 15%를 받겠다고 약정했다. 그렇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대출은 200만원밖에 받을 수 없었다. 더욱이 중개업자는 수수료로 50만원(25% 수준)이나 요구했다. 함씨가 이를 부당하다고 여겨 지급하지 않자 중개업자는 휴대폰에 “당장 죽여버리겠다”는 문자메시지를 수십 차례 남기는 등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
잔챙이 사체업자들 중개·알선업으로 전환
일간지나 생활정보지에 실리는 사금융업체들의 광고문구가 근래 들어 달라지고 있다. “싸게 꾸어준다”에서 “싸게 꾸도록 (알선)해준다”로. 사채업자들이 직접 돈을 꿔주던 데서 신용금고 등 제도권 금융기관을 연결시켜주고 그 대가를 챙기는 이른바 ‘중개·알선업’으로 돌아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주로 가계금융을 담당하는 ‘잔챙이’ 사채업자들이 발을 들여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홍아무개(경기도 성남시)씨도 대출중개업자를 통해 대출을 얻어썼다가 낭패를 겪고 있는 경우. 홍씨는 지난 6월 말께 OO실업이란 중개업자를 찾아가 분당에 있는 ㅈ신용금고로부터 300만원의 대출을 알선받았다. 대출 당시엔 수수료에 대한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는데, 중개업자는 어려운 대출을 성사시켰고 금고에도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30만원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자 중개업자(대금업자)는 갖은 협박을 하며 괴롭히고 있다. 함·홍씨의 피해신고를 받은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두 사람 모두 신용불량거래자가 아니었으며 직접 상호신용금고를 찾아가 신청하더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성목 금감원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아직도 제도권 금융기관의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고 대출중개업자를 찾아간 것이 화근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과다하게 요구하는 것보다 더욱 악질적인 것으로, 대출알선을 미끼로 선이자를 챙긴 뒤 아예 종적을 감춰버리는 수법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수표개설, 은행권 대출, 불량삭제 상담”이라는 일간지 광고를 본 정모씨는 OO상사라는 대출중개업자를 찾아갔다. ㅎ은행으로부터 2천만원의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며 대출액의 10%를 수수료로 요구했다. 우선 계약금 명목으로 20만원을 주고 영수증을 받았으나 그뒤 대출중개업자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생활정보지에 개인 대출중개업자 송아무개씨의 광고를 본 한아무개·권아무개씨도 똑같은 일을 당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씨가 6월13일 전화를 걸어 500만원을 빌리고 싶다고 하자 선이자 명목으로 60만원을 입금시켜주면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오전 10시9분에 수수료를 입금해주고 추가로 60만원을 또 요구해 10시59분에 추가 수수료를 입금시킨 뒤 곧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결번’이라는 당혹스런 안내전화를 들었을 뿐이다. 권아무개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160만원이나 뜯겼다. 어떤 면에선 너무 어이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낭패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금융에 무지한 이들에 한정된 몇몇 특수 사례일 뿐인가. 대출중개·알선 형태를 띤 사기행각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실태는 파악할 도리가 없다. 다만, 금감원 사금융신고센터에 피해사례 접수가 최근들어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대략적인 사정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조성목 팀장은 “현재 접수된 피해사례는 20여건 수준인데, 제도권 금융기관-중개업자-대출 이용자 등 3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밖으로 불거지지 않은 경우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론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팀장은 “대출을 얻어쓴 이들이 수수료가 과다하다고 느끼더라도 자신이 원해서 맺어진 거래였다는 자책감에 그냥 포기하는 수가 많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근래 들어 대출중개·알선업체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은 대략 두 가지 이유로 정리된다. 사금융업체에 대한 정부당국의 단속강화와 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 추세의 지속. 금융당국의 단속이 심해져 직접 대출하는 방식으로 영업하기가 어려워지자 상당수 사금융업자가 대출중개업으로 돌아서고 있다. 직접 대출하는 방식에 비해 자기 돈을 떼일 염려가 적고,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폭력 등 무리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자금 운용처를 못 찾고 있는 것도 중개·알선업이 번성하는 토양이 된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과 대출처를 찾는 데 혈안이 된 금융기관의 갈증을 중개·알선업체가 어느 정도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형편과 맞물려 최근 들어선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대출중개·알선업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단순한 알선·중개에 머물지 않고 신용카드 발급, 자동차 구매 등과 연계한 방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 발급·상품 구매와 연계하기도
지난 7월 초 급전이 필요해진 김아무개씨는 벼룩시장에 ‘골드카드 5분 발급’이란 광고를 보고 ㅇ사를 찾아갔다. 이것저것 요구하는 대로 서류를 제출한 뒤 열흘 뒤 카드를 받았는데 약속과 달리 골드카드가 아니라 일반카드(한도액 180만원)였다. 더욱이 ㅇ사는 70만원에 이르는 백화점상품권을 12개월 할부로 구입하는 방법으로 수수료를 착복한 뒤였다. 김씨는 ㅇ사에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이 회사는 되레 남편에게 알리겠다며 협박조로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신용카드사만이 발급할 수 있음에도 마치 자신들이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는 것처럼 거짓 광고를 하고 고리의 수수료를 가로채고 있는 것이다.
물건을 사는 형식으로 대출을 받게 해준 뒤 턱없이 높은 수수료를 챙기는 경우도 있다. 신씨는 생활정보지 ‘교차로’를 보고 ㄷ뱅크라는 업체를 찾아가자 ㅅ캐피탈에서 노트북을 할부로 구입하는 방식으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제안을 받았다. 인감, 등본, 통장사본 및 통장도장을 제출하고 사금융업자가 준비해둔 할부금융약정서에 서명했는데, 이후 돈은 한푼도 받지 못한 채 ㅅ캐피탈로부터 250만원을 갚으라는 지급청구를 받고 있다.
정기승 금감원 비은행감독국장은 “대출알선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못박을 수는 없지만, 1∼2%도 아니고 15%, 30%씩 받아 챙기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이용자들이 가능한 한 금융기관을 직접 찾아 상담을 받는 자세가 필요하며 또 신용금고 등 제도권 금융기관들도 대출중개업체들과 거래하는 일은 자제하는 게 부실심화를 막는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사진/ 대출중개업자를 찾기 전에 금융기관을…서민을 상대하는 소규모 사채업자들의 대출중개로 과다한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한겨레21)
일간지나 생활정보지에 실리는 사금융업체들의 광고문구가 근래 들어 달라지고 있다. “싸게 꾸어준다”에서 “싸게 꾸도록 (알선)해준다”로. 사채업자들이 직접 돈을 꿔주던 데서 신용금고 등 제도권 금융기관을 연결시켜주고 그 대가를 챙기는 이른바 ‘중개·알선업’으로 돌아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주로 가계금융을 담당하는 ‘잔챙이’ 사채업자들이 발을 들여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홍아무개(경기도 성남시)씨도 대출중개업자를 통해 대출을 얻어썼다가 낭패를 겪고 있는 경우. 홍씨는 지난 6월 말께 OO실업이란 중개업자를 찾아가 분당에 있는 ㅈ신용금고로부터 300만원의 대출을 알선받았다. 대출 당시엔 수수료에 대한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는데, 중개업자는 어려운 대출을 성사시켰고 금고에도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30만원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자 중개업자(대금업자)는 갖은 협박을 하며 괴롭히고 있다. 함·홍씨의 피해신고를 받은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두 사람 모두 신용불량거래자가 아니었으며 직접 상호신용금고를 찾아가 신청하더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성목 금감원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아직도 제도권 금융기관의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고 대출중개업자를 찾아간 것이 화근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과다하게 요구하는 것보다 더욱 악질적인 것으로, 대출알선을 미끼로 선이자를 챙긴 뒤 아예 종적을 감춰버리는 수법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수표개설, 은행권 대출, 불량삭제 상담”이라는 일간지 광고를 본 정모씨는 OO상사라는 대출중개업자를 찾아갔다. ㅎ은행으로부터 2천만원의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며 대출액의 10%를 수수료로 요구했다. 우선 계약금 명목으로 20만원을 주고 영수증을 받았으나 그뒤 대출중개업자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생활정보지에 개인 대출중개업자 송아무개씨의 광고를 본 한아무개·권아무개씨도 똑같은 일을 당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씨가 6월13일 전화를 걸어 500만원을 빌리고 싶다고 하자 선이자 명목으로 60만원을 입금시켜주면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오전 10시9분에 수수료를 입금해주고 추가로 60만원을 또 요구해 10시59분에 추가 수수료를 입금시킨 뒤 곧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결번’이라는 당혹스런 안내전화를 들었을 뿐이다. 권아무개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160만원이나 뜯겼다. 어떤 면에선 너무 어이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낭패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금융에 무지한 이들에 한정된 몇몇 특수 사례일 뿐인가. 대출중개·알선 형태를 띤 사기행각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실태는 파악할 도리가 없다. 다만, 금감원 사금융신고센터에 피해사례 접수가 최근들어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대략적인 사정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조성목 팀장은 “현재 접수된 피해사례는 20여건 수준인데, 제도권 금융기관-중개업자-대출 이용자 등 3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밖으로 불거지지 않은 경우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론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팀장은 “대출을 얻어쓴 이들이 수수료가 과다하다고 느끼더라도 자신이 원해서 맺어진 거래였다는 자책감에 그냥 포기하는 수가 많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근래 들어 대출중개·알선업체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은 대략 두 가지 이유로 정리된다. 사금융업체에 대한 정부당국의 단속강화와 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 추세의 지속. 금융당국의 단속이 심해져 직접 대출하는 방식으로 영업하기가 어려워지자 상당수 사금융업자가 대출중개업으로 돌아서고 있다. 직접 대출하는 방식에 비해 자기 돈을 떼일 염려가 적고,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폭력 등 무리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자금 운용처를 못 찾고 있는 것도 중개·알선업이 번성하는 토양이 된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과 대출처를 찾는 데 혈안이 된 금융기관의 갈증을 중개·알선업체가 어느 정도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형편과 맞물려 최근 들어선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대출중개·알선업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단순한 알선·중개에 머물지 않고 신용카드 발급, 자동차 구매 등과 연계한 방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 발급·상품 구매와 연계하기도

사진/ 금융기관과 대출중개업체의 사기성 결탁. 금융감독원 사금융 신고센터에는 대출 알선 관련 피해신고가 잇따르고 있다.(이용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