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에 자동차 신모델 잇따라 나와… 국내 SUV 공세에 수입차는 중저가로 맞서
새 차가 쏟아진다.
각 자동차업체들은 내수부진의 여파를 신모델 출시라는 공격적인 방법으로 뚫으려 하고 있다. 특히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잇따라 고급 SUV(Sports Utility Vehicle)를 내놓는 등 ‘고품격’을 내세우며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이에 반해 수입자동차업체들은 1억원대를 넘나들던 고급차 경쟁에서 잠시 벗어나 3천만∼4천만원대의 중저가(?) 차량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저변 넓히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미니밴 시들고 SUV 고급화 경쟁
지난 99∼2000년이 카니발, 카렌스, 레조 등으로 대표되는 ‘미니밴’의 시대였다면, 2001년 이후는 ‘SUV의 시대’가 될 전망이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8월30일 ‘대한민국 1%’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고급 SUV인 ‘렉스턴’(Rexton·2874㏄ 디젤)을 시장에 내놓았다. 극소수(1%)만을 위한 고품격 차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렉스턴은 지난 93년 출시한 무쏘에 비해 길이와 높이가 30∼70㎜ 더 커졌다. 경쟁차종인 싼타페, 테라칸에 비해서도 길이, 너비, 높이 모든 면에서 더 크다. 그러나 무게는 무쏘보다 오히려 150㎏ 정도 줄여 성능과 연비가 크게 개선됐다. 엔진은 무쏘에 탑재된 2900㏄ 터보 인터쿨러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터프하지만 둔탁한 느낌을 주는 무쏘에 비해 곡선을 강조해 한결 부드럽고 우아한 스타일이다. 렉스턴은 네비게이션 시스템, 후방충돌 감지장치, 빗물 감지 와이퍼, 내장형 핸즈프리, 눈부심 방지 룸미러 등 고급 세단에 적용되는 편의장치를 거의 다 갖췄으며 SUV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소음과 진동을 대폭 줄인 것이 특징이다. 판매가격이 2553만∼3318만원으로 경쟁차종에 비해 꽤 비싼 것이 흠이다. 쌍용차는 올해 내수시장에서 1만5천대를 판매한 뒤 내년에는 판매량을 내수 4만8천대, 수출 1만5천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쌍용차가 렉스턴을 발표하기 하루 전날 현대자동차는 2900㏄ 디젤엔진을 탑재한 ‘테라칸 JX 2.9’를 출시했다. 현대는 특히 렉스턴과 무쏘가 배기량은 같으면서도 최고출력이 120마력에 머무는 데 비해 150마력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이에 질세라, 올해 말 출시하는 고급 SUV의 차 이름을 ‘쏘렌토’(Sorrento)로 확정지었다고 지난 9월5일 밝혔다. 쏘렌토는 스포티지(2000㏄ 디젤)의 상급모델로 145마력의 2500㏄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진동·소음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2천만∼3천만원대로 책정될 전망이다. 쏘렌토는 <돌아오라 쏘렌토로>라는 노래로 유명한 이탈리아 나폴리항 근처 미항 휴양지의 이름이자 미국 샌디에이고 부근 하이테크 단지의 이름으로 ‘멋진 스타일과 하이테크 성능을 겸비한 차’를 뜻한다.
이처럼 쌍용, 현대, 기아 등이 ‘SUV의 고급화’를 선언함에 따라 현재 가장 잘 팔리는 현대 싼타페와 함께 치열한 4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의 무쏘, 스포티지 등은 렉스턴, 쏘렌토 출시 이후에도 계속 생산될 예정이지만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일의 스포츠카, 투스카니
현대자동차는 지난 9월7일부터 스포츠카 ‘투스카니’(Tuscani)를 시판하고 있다. 스쿠프(90년)-티뷰론(96년)의 뒤를 잇는 투스카니는 국내 최초의 6단 수동변속기, 17인치 알루미늄 휠, 듀얼 머플러 등을 갖춘 유럽형 정통스포츠카로 미국과 유럽 등 해외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투스카니의 내년 내수 목표가 1만5천대인 데 반해 수출목표는 내수의 4배가 넘는 6만5천대로 설정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175마력의 6기통 2.7 델타엔진과 138마력의 4기통 2.0 베타엔진을 장착한 투스카니는 기존 티뷰론의 고객을 흡수하는 한편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고객층을 창출할 것으로 현대차는 기대하고 있다. 2.7모델에 적용되는 6단 수동변속기는 낮은 RPM 영역에서의 변속이 가능해 추월가속이 뛰어나며 동력손실의 방지로 연비도 우수하다. 또 소음발생 부위별 특성에 맞는 방음재를 써 소음과 진동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한편 대용량 듀얼 머플러를 적용해 스포츠 감각의 중저음을 내는 배기음색으로 튜닝해 고성능차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켰다. 2.0 GT(1480만∼1543만원)와 2.0 GTS(1596만∼1802만원), 2.7 엘리사(2270만∼2364만원) 등 3개 모델이 있고 가격은 1480만∼2364만원이다. 기존의 수입 스포츠카가 1억∼2억원을 호가하는 등 지나치게 비싼 가격 탓에 근접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투스카니는 스포츠카시장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 스포츠카를 본격적으로 알릴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고 볼 수도 있다. ‘투스카니’는 고대 로마문명의 기원지였던 이탈리아 북부 휴양도시의 이름으로 심플하면서도 품위를 지향했다는 의미다.
한편 르노삼성차도 9월1일 출범 1주년을 기념해 기존의 SM 520을 감각적으로 디자인한 ‘SM5 에디시옹 스페시알’(Edition Speciale)을 8400대 한정판매한다. ‘스페시알’과 ‘스페시알 플러스’ 2종으로 시판되는 ‘SM5 에디시옹 스페시알’은 신소재 시트, 고출력 프리미엄 오디오(200 와트), 고성능 핸즈프리 킷, 뉴 그래픽 계기판, CD 교환기 등 고급 인테리어 및 특징을 가미하고, 한정판매를 통해 명품 이미지를 주려 애썼다. ‘스페시알’이 1601만원, ‘스페시알 플러스’는 1761만원(수동변속기 기준)으로 기존의 SM 520에 비해 10∼36만원 비싸다.
3천만∼4천만원대 중저가 수입차 몰려온다
국내업체들이 고급화를 지향하는 데 반해 수입차들은 정반대의 모양새를 띠고 있다. 7천만∼1억원이 주요 시장인 수입차시장은 최근 3천만∼4천만원대의 중저가(?) 차량이 대거 등장해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다.
4천만원 이하의 수입차는 올해 1∼8월 647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8대에 비해 무려 104%나 성장했다. 올해 수입차시장이 82%의 판매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하나, 이를 훌쩍 뛰어넘는 속도다. 중저가 차량의 수입차시장 확대는 수입차시장의 대중화를 이끌어 수입차 전체시장의 비약적인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3천만원대 수입차는 외환위기 이후 환율인상으로 찻값이 대폭 오르면서 시장에서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중저가 수입차의 수요층이 과거 강남의 부유층 자제에서 20∼30대 벤처기업가·전문직 등으로 확대되면서 업계가 이 시장을 다시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포드코리아는 지난 8월29일 외환위기 이전 국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몬데오의 새 모델인 뉴몬데오(2000㏄·3290만원)를 출시했다. 포드는 뉴몬데오의 내년 판매목표를 500대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단일모델로 가장 많이 팔린 BMW 320i(252대·5390만원)의 배에 가까운 규모다. 포드는 뉴몬데오 외에도 이스케이프 2.0(3450만원) 등 다양한 3천만원대 모델을 갖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를 판매하는 고진모터스도 최근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차 중 최저가인 2970만원인 폴크스바겐 골프(2000㏄)를 들여왔다. 또 폴크스바겐의 최고 인기차종으로 올 들어 108대가 팔린 뉴비틀(2000㏄)도 3500만원이다. 아우디도 지난 7월 아우디 뉴A4(2000㏄·4600만원)를 내놓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는 올해 3770만원짜리 세브링(2700㏄)을 들여와 PT크루저(2000㏄) 등 수입차업체로는 가장 많은 5개의 3천만원대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 고급차의 대명사인 메르세데스 벤츠도 중형 C클래스인 뉴C180(1800㏄)을 4675만원에 내놓았다. 또 명품자동차인 재규어도 기존의 S-타입(3000㏄·7990만원)보다 한 단계 낮춘 X-타입(2000㏄·약 5천만원)을 오는 10월 출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 도요타, 랜드로버, 볼보 등도 각각 3천만원대 모델을 전략판매중이다.
그러나 3천만원대 수입차의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아직도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3천만원대면 국산 승용차로는 그랜저XG 풀옵션 모델이나 다이너스티·체어맨·에쿠스 일반형을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다. 최근 국내차의 성능이 많이 향상된 장데다 수입차의 부품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 등이 중저가 수입차 시장확대에 장애가 될 수 있다.
권태호 기자/ 한겨레 경제부 ho@hani.co.kr

사진/ 쌍용 SUV '렉스턴'
지난 99∼2000년이 카니발, 카렌스, 레조 등으로 대표되는 ‘미니밴’의 시대였다면, 2001년 이후는 ‘SUV의 시대’가 될 전망이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8월30일 ‘대한민국 1%’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고급 SUV인 ‘렉스턴’(Rexton·2874㏄ 디젤)을 시장에 내놓았다. 극소수(1%)만을 위한 고품격 차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렉스턴은 지난 93년 출시한 무쏘에 비해 길이와 높이가 30∼70㎜ 더 커졌다. 경쟁차종인 싼타페, 테라칸에 비해서도 길이, 너비, 높이 모든 면에서 더 크다. 그러나 무게는 무쏘보다 오히려 150㎏ 정도 줄여 성능과 연비가 크게 개선됐다. 엔진은 무쏘에 탑재된 2900㏄ 터보 인터쿨러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터프하지만 둔탁한 느낌을 주는 무쏘에 비해 곡선을 강조해 한결 부드럽고 우아한 스타일이다. 렉스턴은 네비게이션 시스템, 후방충돌 감지장치, 빗물 감지 와이퍼, 내장형 핸즈프리, 눈부심 방지 룸미러 등 고급 세단에 적용되는 편의장치를 거의 다 갖췄으며 SUV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소음과 진동을 대폭 줄인 것이 특징이다. 판매가격이 2553만∼3318만원으로 경쟁차종에 비해 꽤 비싼 것이 흠이다. 쌍용차는 올해 내수시장에서 1만5천대를 판매한 뒤 내년에는 판매량을 내수 4만8천대, 수출 1만5천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쌍용차가 렉스턴을 발표하기 하루 전날 현대자동차는 2900㏄ 디젤엔진을 탑재한 ‘테라칸 JX 2.9’를 출시했다. 현대는 특히 렉스턴과 무쏘가 배기량은 같으면서도 최고출력이 120마력에 머무는 데 비해 150마력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기아 SUV '쏘렌토'

사진/ 현대 스포츠카 '투스카니'

사진/ 재규어 중저가형 'X-타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