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박사, 문재인 캠프의 이정우 경북대 교수, 안철수 캠프의 장하성 고려대 교수(왼쪽부터)는 모두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상징성이 큰 인물들이다.
재벌 주장처럼 보이는 문제적 연설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천명했다. 이는 이 위원장의 문제의식과 충돌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것이 단순한 기우만은 아님이 드러나고 있다. 문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경제민주화를 시대정신으로 강조했다. 하지만 9월16일 후보 수락 연설에서 새로운 시대로 가기 위해 열어야 할 ‘다섯 가지 문(門)’을 제시하며, 경제민주화를 일자리 혁명과 복지국가의 뒷전으로 밀어놨다. 재벌들은 그동안 경제민주화가 대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민은 경제민주화보다 일자리 창출을 더 간절히 바란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재벌의 이런 주장은 경제민주화를 폄하하려는 궤변에 불과하다. 한국 경제의 현실에서 재벌 개혁은 곧 일자리 창출을 뜻한다. 국내 사업체 수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재벌 개혁을 통해 공정한 대우를 받고 경쟁력을 높인다면 바로 일자리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의 연설은 결과적으로 재벌의 주장과 타협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소지를 남겼다. 문 캠프는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영입에도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교수는 경제민주화에 동조하면서도 다른 개혁진보 진영 경제학자들과 달리 재벌과의 대타협을 주장하는 인물이다. 결국 문 캠프는 재벌 개혁에 실패한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망은 불분명하다. 공식적으론 이정우 위원장이 문 캠프의 정책 좌장이지만, 실제로는 친노 관료그룹으로 분류되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한 입김을 행사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문 캠프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문 캠프 안에서 공식 정책라인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다”며 “문 후보가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복안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안철수 캠프에서 통일·외교·안보를 제외한 나머지 정책을 총괄한다. 장 교수는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운동을 이끈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다. 문 후보도 장 교수에게 직접 도와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공을 들였으나 결국 고배를 들었다. 장하성 교수가 문 캠프 대신 안 캠프를 선택한 것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장 교수는 “그동안 기존의 틀 안에서, 기존 것들을 조합해서 한국 사회에서 변화의 변곡점을 만들려 했지만 실패한 만큼 이제는 새로운 틀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새로운 세대에게, 새로운 어젠다를 맡기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장 교수의 안 캠프행에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과의 좋지 않은 기억도 한몫한다.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집권하면 꼭 도와달라고 장 교수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선거 승리 뒤 연락은 끊겼다. 더욱이 집권 초부터 재벌과 관료들에 포섭돼 재벌 개혁 약속을 저버리고, “권력은 시장(재벌)에 넘어갔다”며 사실상 항복 선언을 했다.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강행 추진까지 덧붙여져 개혁진보 진영 학자들의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불신은 지금도 강하다. 행정 경험이 없는 학자들 일색 재벌 개혁에 상징성이 큰 장 교수의 영입은 다른 개혁진보 진영 학자들에게도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안 캠프 참여를 사실상 결정했다. 추석 연휴 중 개혁진보 진영 학자들 모임에서 “(학자들이) 대선 캠프별로 나뉘어 정치인들 들러리나 장식품으로 전락해선 안 되고, 일(경제민주화)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안 캠프는 아직 정책 방향만 밝혔지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내놓은 것은 없다. 주요 정책 입안자들이 행정 경험이 없는 학자들 일색인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대선 후보와 경제민주화 정책 책임자들 간의 궁합을 종합해보면 각 캠프의 약점이 드러난다.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 의지가 불분명하고, 문재인 후보는 재벌 개혁에 실패한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입증해야 하며, 안철수 후보는 정책의 구체성과 국정수행 능력을 보여줘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한겨레 선임기자 jskwak@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