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
금융소비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에 가산금리 담합까지 연타석으로 터졌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를 우롱한 (적어도 그런 의심을 받고 있는) 금융기관의 행태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드러난 것이 지난번 변액보험 사건 이후 벌써 두 번째다. 금융소비자를 더 열받게 만드는 것은 감독 당국의 한심한 견해다. 수많은 금융소비자가 그동안 헛되이 빼앗긴 초과 이자 때문에 몸을 떠는 이 순간에도 감독 당국에서 나오는 소리가 고작 “금융감독의 영역에 공정위가 웬 말인가”라든가 “CD 금리가 단기자금 시장의 지표금리로 적절하지 않으니 곧 이를 대리할 지표를 만들어내겠다”는 것뿐이다. 이제까지의 관행이었다고 적당히 둘러대고 넘어가려는 몸짓도 보인다. 도대체 그들이 왜 금융감독의 권한을 행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도 안 보인다.
공정위 탓하는 한심한 금융 당국
우리나라 금융감독 구조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법률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 제1조는 금융감독의 목적을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이 법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설치하여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건전한 신용 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며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법에 근거해 설립된 기구다. 따라서 마땅히 제1조의 목적 조항에 부합하게 그 업무를 운영해야 한다. 제1조에서 당장 우리 눈에 밟히는 구절이 있다. ‘건전한 신용 질서’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 ‘금융수요자 보호’ 등이 그것이다. 신용 질서는 건전해야 하고, 금융거래 관행은 공정해야 하며, 금융수요자는 보호돼야 한다. 그런 목적을 위해 만든 기구가 금융위원회요 금융감독원이다.
이번 CD 금리 사태가 건전한 것인가? 아니다. 이번 CD 금리 결정이 관행이기만 하면 다 넘어갈 수 있는가? 아니다. 공정해야만 한다. 이번 CD 금리 사태 과정에서 금융거래자들은 보호되었는가? 그랬다면 왜 이 난리겠는가! 이것이 이번 CD 금리 사태의 본질이다. 제도는 멋있게 만들어놓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일을 맡은 기구는 딴생각만 하고 본연의 업무는 손 놓고 있었다. 임무를 맡은 사람이 일을 하지 않으니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코미디 프로의 유행어처럼 “그럼 소~오는 누가 키워, 소는…”. 더욱 가관인 것은 금융감독 당국이 최근 들어 부쩍 금융소비자 보호의 화신인 것처럼 열을 올렸다는 점이다. 얼마 전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했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앞서 발 빠르게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내부 기구로 발족했다. 이것만으로는 우리나라 금융감독 당국은 기특하기 짝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CD 금리 담합 의혹은 이런 발걸음이 과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충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아닌 말로 CD 금리 담합이 터지고 나서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에서 보도자료라도 하나 나온 것이 있는가? 보도자료가 어렵다면 논평이라도 나온 것이 있는가? 금융위원회의 금융소비자보호 담당자는 무슨 의견 표명을 했는가? 대중은 금융소비자보호 담당자가 누군지도 잘 모른다. 필자도 모른다. 정부, 담합 실태 파헤쳐 엄벌해야 그러나 그저 말로만 분풀이를 하기에는 사안이 위중하다. 따라서 이번에야말로 어물쩍 넘어가지 말고 문제를 제대로 파헤치고 원론에 맞게 수습해야 한다. 또다시 기관 간 밥그릇 싸움에 휘둘리거나 섣불리 금융기관 보호 지상주의라는 낡은 구호에 고개를 떨구고 나면, 더 이상 금융소비자 보호는 기약할 수 없고 우리의 금융 질서는 현대화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먼저 현재를 정리하고 그다음 미래를 위한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의 정리는 의지의 문제다.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담합의 실체를 샅샅이 조사하고, 그에 따라 잘못이 있는 담당자는 민형사상 처벌에 처해야 한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늘상 튀어나오는 반론에 속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금융기관이 남아나지 않는다느니, 이렇게 하면 해외투자자들이 떠난다느니, 금융은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이라느니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이번 일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주어도 금융기관은 끄떡없다. 담합의 이익을 배상하더라도 이미 금융시장이 과점 구조여서 상당한 정도의 초과이윤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투자자들도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이런 문제제기는 해외투자자 쪽에서 먼저 나왔다. 한국 정부가 똑바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문제다. 그들이 한국을 외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은 원래 이렇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랬다면 영국의 리보 금리 담합은 왜 문제가 되었겠는가. 파탄난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 봇물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위한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최근 나타난 일련의 사태는 우리나라 금융 환경에서 금융소비자 보호가 얼마나 요원한 감독상의 가치인지를 절실하게 보여줬다.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감독이나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려는 규제는 어느 정도 정착했지만,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사전 규제나 사후 감독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실제로 작동하는 기구를 정착시켜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전 규제 기능과 사후 감독 기능을 겸비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독립시키는 것이다. 먼저 이 기구는 사후 감독 기능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발생한 사건을 처리할 수 없다. 또한 이 기구는 사전 규제 기능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번 사후 약방문식 처리밖에 할 수 없다. 최근 새 정부 출범에 대비해 파탄에 빠진 금융감독 체계를 개편하자는 학자들의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 6월 초에는 한국금융학회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고, 6월 말에는 시민단체와 일단의 학자들이 주요 논점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감독기구로부터 독립된 별도의 소비자 보호기구를 설립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제는 딴 일을 멈추고 소를 키워야 한다.
이번 CD 금리 사태가 건전한 것인가? 아니다. 이번 CD 금리 결정이 관행이기만 하면 다 넘어갈 수 있는가? 아니다. 공정해야만 한다. 이번 CD 금리 사태 과정에서 금융거래자들은 보호되었는가? 그랬다면 왜 이 난리겠는가! 이것이 이번 CD 금리 사태의 본질이다. 제도는 멋있게 만들어놓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일을 맡은 기구는 딴생각만 하고 본연의 업무는 손 놓고 있었다. 임무를 맡은 사람이 일을 하지 않으니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코미디 프로의 유행어처럼 “그럼 소~오는 누가 키워, 소는…”. 더욱 가관인 것은 금융감독 당국이 최근 들어 부쩍 금융소비자 보호의 화신인 것처럼 열을 올렸다는 점이다. 얼마 전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했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앞서 발 빠르게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내부 기구로 발족했다. 이것만으로는 우리나라 금융감독 당국은 기특하기 짝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CD 금리 담합 의혹은 이런 발걸음이 과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충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아닌 말로 CD 금리 담합이 터지고 나서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에서 보도자료라도 하나 나온 것이 있는가? 보도자료가 어렵다면 논평이라도 나온 것이 있는가? 금융위원회의 금융소비자보호 담당자는 무슨 의견 표명을 했는가? 대중은 금융소비자보호 담당자가 누군지도 잘 모른다. 필자도 모른다. 정부, 담합 실태 파헤쳐 엄벌해야 그러나 그저 말로만 분풀이를 하기에는 사안이 위중하다. 따라서 이번에야말로 어물쩍 넘어가지 말고 문제를 제대로 파헤치고 원론에 맞게 수습해야 한다. 또다시 기관 간 밥그릇 싸움에 휘둘리거나 섣불리 금융기관 보호 지상주의라는 낡은 구호에 고개를 떨구고 나면, 더 이상 금융소비자 보호는 기약할 수 없고 우리의 금융 질서는 현대화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먼저 현재를 정리하고 그다음 미래를 위한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의 정리는 의지의 문제다.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담합의 실체를 샅샅이 조사하고, 그에 따라 잘못이 있는 담당자는 민형사상 처벌에 처해야 한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늘상 튀어나오는 반론에 속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금융기관이 남아나지 않는다느니, 이렇게 하면 해외투자자들이 떠난다느니, 금융은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이라느니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이번 일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주어도 금융기관은 끄떡없다. 담합의 이익을 배상하더라도 이미 금융시장이 과점 구조여서 상당한 정도의 초과이윤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투자자들도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이런 문제제기는 해외투자자 쪽에서 먼저 나왔다. 한국 정부가 똑바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문제다. 그들이 한국을 외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은 원래 이렇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랬다면 영국의 리보 금리 담합은 왜 문제가 되었겠는가. 파탄난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 봇물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위한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최근 나타난 일련의 사태는 우리나라 금융 환경에서 금융소비자 보호가 얼마나 요원한 감독상의 가치인지를 절실하게 보여줬다.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감독이나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려는 규제는 어느 정도 정착했지만,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사전 규제나 사후 감독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실제로 작동하는 기구를 정착시켜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전 규제 기능과 사후 감독 기능을 겸비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독립시키는 것이다. 먼저 이 기구는 사후 감독 기능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발생한 사건을 처리할 수 없다. 또한 이 기구는 사전 규제 기능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번 사후 약방문식 처리밖에 할 수 없다. 최근 새 정부 출범에 대비해 파탄에 빠진 금융감독 체계를 개편하자는 학자들의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 6월 초에는 한국금융학회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고, 6월 말에는 시민단체와 일단의 학자들이 주요 논점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감독기구로부터 독립된 별도의 소비자 보호기구를 설립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제는 딴 일을 멈추고 소를 키워야 한다.
금융소비자 단체가 7월24일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CD 금리 담합 의혹과 관련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저축은행 피해자인 안치웅(73)씨가 "내돈을 돌려달라"며 소리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