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은 소수주주를 쳐내기 위해 엔도어즈의 주식 수를 1만분의 1로 싹둑 줄여버렸다. 엔도어즈가 개발한 온라인 게임 <아틀란티카> 이미지.
<아틀란티카> 인터넷 홈페이지 갈무리
매매가에 못 미치는 단주가, 1·2심 “적당” 넥슨은 비상장 주식을 평가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주식평가 방법을 적용해 단주를 주당 3840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에 주주 2명이 반발했다. 3840원은 앞서 1만여원에 거래된 주식 매매가격에 견줘 지나치게 헐값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넥슨의 지분 확보를 위한 소수주주 퇴출을 목적으로, 특별한 경영상 이유가 없는데도 비정상적 비율로 주식병합을 했다. 단주 대금도 불공정하다”며 자본감소무효 확인소송을 냈다. 넥슨 쪽에서는 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대리인으로 재산소송에 참여하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강용현 변호사가 나섰다. 1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민사15부는 지난해 8월 넥슨 쪽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원고에게 패소 판결했다. 단주 가격에 대해서도 “회계법인에 의뢰해 산정된 가격으로, 넥슨이 기존 경영진에 지급한 1만3천여원의 매수가격에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 다른 요인이 반영됐다”며 3840원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같은 법원 민사21부는 넥슨 쪽이 주식병합 뒤인 2010년 11월 법원에 낸 ‘단주 임의매각허가신청’에 대해 3840원에 단주를 매각하도록 허가한 바 있다. 소수주주들은 넥슨 쪽이 법원에 3840원에 단주를 팔게 해달라고 신청하며 그전에 1만3천여원에 거래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법원을 의도적으로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회계법인이 산정했다는 3840원이라는 가격도 애초 단주 가격 평가가 아닌 엔도어즈 임직원들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관련 세무신고를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공정한 가격이 아니라고 했다. 소득세 때문에 낮게 평가되기 마련인 가격을 법원과 주주에게 제시한 것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16부 역시 지난 4월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지난 4월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상법은 회사의 주주관리 비용을 줄이고, 기동성 있는 의사결정을 위해 소수주주를 강제로 퇴출시킬 수 있는 조항을 담고 있다. 지분 95% 이상을 가진 지배주주는 경영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 소수주주에게 주식을 팔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아직 시행에 들어가지 않았던 이 조항을 판결문에 인용하며 넥슨 쪽의 ‘주주관리 비용 절감, 경영 효율성 제고’ 주장을 인정했었다. ‘소수주주 강제퇴출제도’는 미국·독일 등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대신 미국은 ‘목적의 정당성’과 ‘지급 대가의 공정성’ 모두를 충족시킬 것을 요구한다. 독일은 현금보상의 적절성 등에 대해 법원이 선임한 전문검사인의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과 헌재가 합리적 기준 내놓을까 이 사건은 이제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결정 모두를 기다리고 있다. 단주 처리를 규정한 상법 조항이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소수주주들이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주 가격을 1차적으로 주주총회에서 결정하고 이를 법원이 허가하도록 한 상법 구조가 소수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대주주가 일방적으로 주주총회 안건을 통과시키는 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소수주주들이 단주 가격 결정에 참여할 기회가 사실상 보장되지 않는데, 대주주는 소수주주에게 보상을 적게 할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단주 가격을 낮추려 한다는 것이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주주들은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적정한 단주 가격을 정하는 데 참여할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소수주주 퇴출과 관련해 넥슨은 원래 ‘순혈주의’가 강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 넥슨 쪽은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얘기다. 상장회사 인수 때와 달리 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100% 인수를 하지 않느냐. 지분율이 낮은 회사도 여럿 있다”고 반문했다. 게임은 수조원이 오가는 거대 산업이 됐다. 이례적인 주식병합 비율, 소수주주 경영 배제의 합리적 기준, 그리고 소수주주 강제 퇴출시 공정한 가격 산정 방식에 대해 대법원과 헌재가 어떤 첫 판례를 내놓을까.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은 일인 독주 회사다. 게임업계의 삼성같은 존재가 됐다”고 했다. 넥슨을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