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대구시 두산동의 대구방송 사옥 1·2층에 닥터로빈이 입점했다. 닥터로빈은 귀뚜라미 최진민 회장의 셋째딸 문경씨가 이사로 재직 중이다. 한겨레21 김경호
닥터로빈은 귀뚜라미 본사가 있는 서울 화곡동 본사와 강원도 철원의 ‘한탄리버스파호텔’에도 입주해 있다. 모두 공개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을 통해 계열사 건물의 요지를 차지했다. 16살에 대주주 된 최 회장의 딸 귀뚜라미그룹의 내부거래는 닥터로빈에서 그치지 않는다. 특히 최 회장 일가가 주식을 많이 소유한 귀뚜라미와 나노켐에서 내부거래 비율이 높다. 귀뚜라미는 냉난방기구 판매 및 제조·임대 업체로 최진민 회장 일가가 61.7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2389억여원 가운데 80%에 달하는 1908억여원이 특수관계사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계열사(지분법적용피투자회사)인 나노켐·귀뚜라미홈시스·귀뚜라미랜드·대구방송·터키귀뚜라미보일러·귀뚜라미동광보일러 등과 거래해 1551억여원을 벌어들였다. 종속회사인 귀뚜라미범양냉방과 신성엔지니어링 등으로부터는 197억여원, 기타 관계사인 귀뚜라미문화재단·닥터로빈·센추리·귀뚜라미냉동기계 등으로부터는 159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내부거래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05년의 경우 귀뚜라미가스보일러·귀뚜라미보일러 등을 흡수 합병하기 전인데도 1778억원의 총매출 중 1억9천여만원으로, 내부거래 비율이 0.1%에 불과했다. 하지만 합병 뒤 2006년 29.7%(총매출 2022억여원 중 600억여원)를 기록한 이후 2007년 57.3%(2099억여원 중 1203억여원), 2008년 83.2%(2197억여원 중 1827억여원), 2009년 80.2%(2025억여원 중 1625억여원) 등으로 3분의 2 이상의 매출을 계열사로부터 뽑고 있다. 나노켐 역시 마찬가지다. 최진민 회장 쪽이 45.27%의 지분을 가진 나노켐은 보일러 관련 부품의 제조·판매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469억여원의 매출 중 433억원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로 발생해 92.3%의 내부거래 비율을 기록했다. 2006년 89.3%(402억여원 359억여원), 2007년 88.7%(406억여원 중 360억여원), 2008년 95%(384억여원 중 365억여원), 2009년 92.7%(매출 344억여원 중 319억여원) 등으로 내부거래 비율이 경향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더욱이 두 회사 모두 회장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귀뚜라미의 경우 최진민 회장이 이사로 등재돼 있고, 장남 성환(33)씨도 이사 신분은 아니지만 본사인 청도공장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나노켐의 대표이사는 최진민 회장의 부인인 김미혜(55·귀뚜라미복지재단 이사장 겸임)씨이며 성환씨도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내부거래로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셈이다. 또 나노켐은 1995년 옛 귀뚜라미정밀공업으로 등기를 등록하며 최 회장의 부인 김미혜(20.1%)씨와 딸 수영(10%)·문경(9%)씨 등이 대주주가 됐다. 특히 문경씨는 당시 16살에 대주주 자격을 획득했다. 주식을 실제로 돈을 주고 샀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미성년 시절에 획득한 회사 지분이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하는 만큼 그 가치도 커진 셈이다. 현재 나노켐의 대주주는 최진민 회장 외 3명으로 45.27%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돼 있다. “나노켐, 보일러 부품업체라 거래” 이에 대해 귀뚜라미 방혜정 홍보팀장은 “나노켐은 보일러 부품 제조업체라서 당연히 귀뚜라미와 거래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애초 부품 제조 파트를 자회사로 분사해 공급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방 팀장은 “귀뚜라미는 어떤 기업들과 내부거래를 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정확한 내용을 밝히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