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1994년 참여연대 설립에도 주도적 구실을 했다. 박 후보가 2004년 9월 참여연대 10돌 기념 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해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의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한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환담하고 있다. 한겨레 김진수 기자
강 의원은 10월6일에도 한전이 재단에 2003년부터 6년간 11억원을 기부한 뒤 참여연대의 문제제기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소액주주운동이나 기업 감시 차원에서 한전을 다룬 적이 없어 봐주고 말고 따질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2008년부터 공기업의 사회책임 공론화 과정에서 다른 공기업들과 함께 한전을 다루었다고 반박한다. 참여연대의 이승희 협동사무처장은 “아름다운재단에서 어떤 기업으로부터 얼마의 기부를 받는지는 참여연대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며 “강 의원의 억지 주장이 제기된 이후 재단의 사업보고서를 처음 보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도 “참여연대와 재단은 전혀 별개의 기관”이라며 “재단은 올바른 기부문화 확산을 통한 공익활동,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됐는데 왜 기부를 받느냐고 하면 재단의 존립 근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 돈에 의지하면…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의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두 단체의 관계가 밖에서 바라보는 것과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참여연대와 재단 모두 박 후보가 설립을 주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박 후보가 2000년 재단 설립을 추진할 때 참여연대 안에서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섭섭하게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후보는 재단 설립 1년6개월 뒤인 2002년 초 참여연대 사무처장직을 사임하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후 참여연대 상집위원장과 정책자문위원을 맡았으나, 회의에는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고, 지금은 모두 그만둔 상태다. 재단의 참여연대에 대한 지원 규모도 미미하다. 재단이 그동안 지출한 시민사회단체 활동 지원금 중에서 참여연대가 받은 금액의 비중은 불과 0.95%다. 박원순 후보 캠프는 강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성희롱 사건으로 한나라당에서 출당된 이후) 개인의 입지를 살리기 위한 것으로,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한다. 한국 사회에서 재벌과 가장 유착돼 있는 한나라당, 보수단체, 보수언론들이 박 후보에 대해 재벌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강 의원의 문제제기는 그 의도와 상관없이 박 후보와 재벌 대기업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벌 개혁에 성공한 첫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재벌 개혁은 용두사미로 끝났다. 집권 초기 경제위기 관리를 위해 관료들에게 의존한 것과 함께 최대 재벌인 삼성과의 관계를 그 원인으로 주목하는 이가 많다. 삼성은 의원 시절부터 오랫동안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정치를 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재벌의 돈에 의존하면 결국 재벌에 발목을 잡히게 된다. 서울시장의 역할은 대통령과 다르다. 하지만 박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면 임기 뒤 유력한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박 후보가 설립한 참여연대가 경제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며 큰 성과를 거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박 후보는 1998년 3월 삼성전자 주총에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한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함께 참석해 13시간30분이라는 기록적인 마라톤 주주총회를 통해 재벌경영 감시에 일대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기도 했다. 박 후보 캠프의 송호창 대변인은 “오랫동안 대기업의 투명경영을 위한 기업 감시 운동을 벌여왔고 이를 통해 기업 경영의 건전성을 높여 경제 민주화에 기여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재벌 후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박 후보는 2000년 아름다운재단 설립 이후에는 재벌 개혁, 경제 민주화 운동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대신 대기업에서 후원금을 받아 공익사업을 벌이는 데 주력했다. 결국 ‘재벌에 신세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한국은 재벌의 돈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회다. 재벌의 돈은 결국 대가를 요구하게 마련이다. 박 후보가 설립한 희망제작소가 2006년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후원을 받았을 때도 진보 진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진보개혁 진영의 한 인사는 “박 후보가 대부분의 재정을 기업 후원금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 내부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며 “일부 인사가 재단 이사직을 사임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 포스코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정권 외압 의혹이 불거졌을 때 박 후보는 적극적인 문제제기 없이 사외이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끝냈다. 사회사업가 박원순으로서는 이런 것들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 박원순은 다르다. 이명박 정부의 친대기업 정책으로 인한 양극화 심화로 재벌의 사회책임이 강조되고 재벌 개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재벌들은 정치권이 지금은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지만 선거만 끝나면 다시 잘해보자고 손을 내밀 것이라고 말한다. 만약 재벌에 유착하거나 약점을 보인 정치인이라면 개혁은 물 건너간다. 박 후보는 재벌 개혁과 한국 경제 개혁에 대한 자신의 구체적인 구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