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사업자 선정 본궤도 진입… 동기·비동기의 사업성 확보 경쟁 돌입
지난 7월9일 LG텔레콤과 하나로통신이 각각 추진해온 차세대 이동통신사업 컨소시엄을 한곳으로 통합해 ‘동기식 IMT-2000 그랜드컨소시엄’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계기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작업도 비로소 본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정보통신부는 7월중에 사업자 선정공고를 내고 사업계획서 접수와 심사 등을 거쳐 8월 하순이나 9월 초까지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LG와 하나로의 대타협에 정통부가 막전막후에서 상당한 구실을 한 만큼, ‘동기식 IMT-2000 그랜드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받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다.
정통부 다리 놓아 LG와 하나로 대타협
지난해 1차 사업자 선정 당시 업계에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동기(미국식)-비동기(유럽식) 기술표준 논쟁을 비롯해, 최근의 LG-하나로 주도권 다툼에 이르기까지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 과정에는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 일반인들은 관심도 없는 이 논쟁의 배경에는 국내 기술축적과 수출이라는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동기방식(CDMA2000)을 고집한 정통부와, 세계적 표준을 따라가고자 하는 이동통신업체들 사이의 이견 대립이 존재하고 있다. SK텔레콤과 한국통신뿐 아니라 이번에 동기식 사업권을 신청할 예정인 LG도 처음에는 동기식의 경우 사업성이 없다고 부르짖었다. 이들이 비동기식을 선호한 이유는 동기식 자체가 사업성이 없다기보다는 이미 2세대에서 동기식 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3세대까지 동기식을 채택한다는 것은 ‘외통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자유치를 위해서도 비동기방식이 유리했다. 그러나 동기식에도 장점이 없는 건 아니다. 먼저 2세대망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비가 적게 든다. LG는 앞으로 10년간 동기식 3세대 사업에 8천억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을 세워놓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짜고 있다. 비동기의 경우 2005년까지만 해도 SK 계열의 SK-IMT가 2조4천억원, 한국통신 계열의 KTICOM이 1조7500억원에 견줘 투자비가 매우 적게 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부는 또 동기식 사업자에게 출연금 1조1500억원 가운데 사업권을 받기 전에 내야 하는 초기 선납금을 2200억원 수준으로 줄여주고 나머지는 15년 동안 무이자로 분납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반면 비동기 사업자들은 이미 6500억원을 선납금으로 정부에 낸 상태다. 하지만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이다. 투자비가 적게 든다고 해서 사업성이 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2세대에서의 가입자기반이 기술표준보다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IMT-2000은 현재의 2세대 휴대폰에 동영상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인데, 통신회사까지 바꿔가면서 3세대로 옮겨갈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우증권 민경세 연구위원은 “IMT-2000 사업의 성공여부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2세대 가입자 기반이 가장 취약한 LG가 해외사업자를 끌어들여 치고나간다고 해도 현재의 시장구도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LG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15.78%로 SK텔레콤(49.75%)과 KT프리텔(34.47%)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LG텔레콤도 이런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임병용 상무는 “무엇보다 경쟁이 가능한 수준으로까지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게 열쇠”라며 “SK와 한국통신을 상대로 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표준기술인 비동기식은 단말기나 시스템 조달 등에서 시간이 갈수록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라며 “그래서 동기식 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전후로 시범서비스 시작할 듯
게다가 지난해 동기식 사업자 선정에 실패하면서 가입자를 선점하기 위해 서비스를 먼저 시작할 수 있는 기회도 놓친 상황이다. LG는 동기식 IMT-2000 서비스를 2002년 말이나 2003년 초에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동기 사업자인 KTICOM이 2002년 5월 최소한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므로 상용서비스 시기는 거의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승택 정통부 장관은 취임 첫날부터 동기식 사업자 선정을 통신시장 구조개편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말을 해왔다. SK텔레콤과 한국통신에 맞설 수 있는 제3사업자로 LG텔레콤과 하나로통신을 비롯한 ‘마이너 통신회사’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양 장관은 또 “이를 위해서는 인수합병이나 사업제휴, 지주회사 설립 등 다양한 해법이 나올 수 있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업계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운을 띄웠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동기식 컨소시엄 합의는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LG와 하나로는 이런 정통부의 정책에 발맞춰 사업협력을 최대한 강화하기로 했다. LG텔레콤의 교환국-기지국간 전용회선이나 LG 보유 주요 건물의 시내전화, 인터넷 서비스 등을 하나로통신 것으로 바꾸고, 하나로통신 임직원들이 019 이동전화에 가입하는 등 직접적인 품앗이부터, 주요 콘텐츠나 가입자 정보 공유, 공동마케팅 전개 등에서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여기에 두루넷과 데이콤도 참여시켜 명실상부한 그랜드컨소시엄을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두루넷과 데이콤은 사업제휴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상징적인 차원의 참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양승택 정통부 장관은 지난 7월14일 장재식 산자부 장관을 만나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파워콤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신윤식 하나로통신 사장도 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의 통신망 자회사인 파워콤은 광케이블 6만8천km, 동축케이블 4만6천km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2대 기간통신망 회사로, 2002년까지 완전 민영화를 위해 오는 11월까지 지분 30%를 경영권과 함께 넘길 계획이다.
하나로통신은 최근 해외사업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파워콤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파워콤의 기간망과 하나로통신의 가입자망을 합치면 대단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그런 그림이라면 돈을 대겠다는 해외사업자가 많다”고 밝히고 있다.그러나 이에 대해 파워콤은 “부채가 1조8천억원에 이르는 하나로통신과 합치게 되면 모두 죽게 된다”며 펄쩍 뛰고 있다. 파워콤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많은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통신업체들조차 한국통신시장구조에 변화가 있으리라는 막연한 추측을 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돼야 할 사항이지 인위적인 추진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국내통신시장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런 와중에 정통부까지 나서서 파워콤을 포함한 구조조정 가능성을 흘리는 바람에 관심을 표명하던 해외업체들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신시장의 경쟁원리 누가 짓밟았나
통신시장 구조조정론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해 말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이 실패로 돌아간 뒤였다. 당시 정보통신대학원대학 총장이었던 양승택 장관과 신윤식 하나로통신 사장은 동기식 사업을 통신시장 구조조정과 연계시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1월 초에는 신 사장이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하기도 했다. 중복투자와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마이너 유무선 통신사업자들을 하나로 모으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런 구조조정론이 결국 한계기업들의 퇴출을 막고 더 큰 부실을 키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정통부의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이 가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통부는 지난 10년간 통신시장에 경쟁을 도입한다는 미명 아래 허가권만을 남발했을 뿐, 실제로 경쟁원리가 작동하도록 조건을 만들지 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재성 기자/ 한겨레 경제부 firib@hani.co.kr

사진/ 꿈의 통신을 표방한 IMT-2000. 정통부가 2세대망을 활용할 수 있는 동기식을 고집해 사업자 선정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강창광 기자)
지난해 1차 사업자 선정 당시 업계에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동기(미국식)-비동기(유럽식) 기술표준 논쟁을 비롯해, 최근의 LG-하나로 주도권 다툼에 이르기까지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 과정에는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 일반인들은 관심도 없는 이 논쟁의 배경에는 국내 기술축적과 수출이라는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동기방식(CDMA2000)을 고집한 정통부와, 세계적 표준을 따라가고자 하는 이동통신업체들 사이의 이견 대립이 존재하고 있다. SK텔레콤과 한국통신뿐 아니라 이번에 동기식 사업권을 신청할 예정인 LG도 처음에는 동기식의 경우 사업성이 없다고 부르짖었다. 이들이 비동기식을 선호한 이유는 동기식 자체가 사업성이 없다기보다는 이미 2세대에서 동기식 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3세대까지 동기식을 채택한다는 것은 ‘외통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자유치를 위해서도 비동기방식이 유리했다. 그러나 동기식에도 장점이 없는 건 아니다. 먼저 2세대망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비가 적게 든다. LG는 앞으로 10년간 동기식 3세대 사업에 8천억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을 세워놓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짜고 있다. 비동기의 경우 2005년까지만 해도 SK 계열의 SK-IMT가 2조4천억원, 한국통신 계열의 KTICOM이 1조7500억원에 견줘 투자비가 매우 적게 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부는 또 동기식 사업자에게 출연금 1조1500억원 가운데 사업권을 받기 전에 내야 하는 초기 선납금을 2200억원 수준으로 줄여주고 나머지는 15년 동안 무이자로 분납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반면 비동기 사업자들은 이미 6500억원을 선납금으로 정부에 낸 상태다. 하지만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이다. 투자비가 적게 든다고 해서 사업성이 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2세대에서의 가입자기반이 기술표준보다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IMT-2000은 현재의 2세대 휴대폰에 동영상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인데, 통신회사까지 바꿔가면서 3세대로 옮겨갈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우증권 민경세 연구위원은 “IMT-2000 사업의 성공여부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2세대 가입자 기반이 가장 취약한 LG가 해외사업자를 끌어들여 치고나간다고 해도 현재의 시장구도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LG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15.78%로 SK텔레콤(49.75%)과 KT프리텔(34.47%)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LG텔레콤도 이런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임병용 상무는 “무엇보다 경쟁이 가능한 수준으로까지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게 열쇠”라며 “SK와 한국통신을 상대로 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표준기술인 비동기식은 단말기나 시스템 조달 등에서 시간이 갈수록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라며 “그래서 동기식 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전후로 시범서비스 시작할 듯

사진/ 3세대 이동통신의 서막이 올랐다. LG텔레콤과 하나로통신이 동기식 컨소시엄을 하나로 통합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김봉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