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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대박의 신화, A&D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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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8-1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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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업종으로 사업구조 바꾸자 주가 고공비행… 변신 실체 모호해 주가 거품 지적도

(사진/코스닥시장의 폭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A&D관련주는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말많은 주식시장이 또 하나의 유행어를 낳고 있다. 바로 A&D(인수 후 개발). 아무것도 아닌 걸 갖고 얄궂은 영문자 조합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낼 법도 한데 요즘 코스닥시장에선 단연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이른바 A&D테마군으로 분류된 일부 종목은 코스닥시장의 폭락세 와중에서도 주가가 단기간에 100배 이상 뛰었으며 20일 이상 상한가 행진을 계속하는 기염을 토한 경우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러움 반, 시샘 반의 입방아가 무성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새롭게 이런 유의 종목이 속속 부각될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의 한편으로는 “A&D는 거품일 뿐이며 일반투자자들이 잘못 나섰다가는 화를 면치 못할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A&D(Acquisition & Development)는 이미 상장(증권거래소) 또는 등록(코스닥)돼 있는 저성장 업체를 인수, 사업구조 변경이나 이미지 쇄신을 통해 고성장 업체로 바꾸는 것을 일컫는다. 권성문 KTB네트워크 사장이 지난 97년 의류 무역업체인 군자산업을 사들여 ‘미래와 사람’으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인터넷업체 지주회사로 탈바꿈시킨 것이 국내 A&D의 첫 사례로 꼽힌다.


코스닥 폭락세도 A&D테마군 저지 못해

이후엔 뜸하다가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유사한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리타워텍, 바른손, 동특, 엔피아, 영실업 등을 A&D테마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경우 높게는 올 초에 비해 100배 이상 올랐으며 업종이 유사한 다른 업체들의 주가까지 덩달아 띄우는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대신증권이 A&D테마군으로 꼽히는 6개 코스닥종목(리타워텍, 바른손, 엔피아, 동특, 한일흥업, 영실업)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연초에 비해 무려 43배 이상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른손의 경우 지난 8월4일 주가가 21만원으로 1월4일의 1320원에 비해 158배나 올랐다. 같은 기간 리타워텍은 2415원에서 14만원으로, 동특은 3045원에서 5만3700원으로 각각 57배 및 17배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엔피아, 한일흥업, 영실업 등도 코스닥 폭락장 속에서도 큰 폭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들 종목의 경우 테마 지속기간(A&D 재료가 알려지면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한 때부터 하락세로 반전하기까지 경과일수)도 대단히 길었다. 리타워텍이 108일(1월26일∼5월1일), 한일흥업 105일, 엔피아 68일 등이었다. 지속기간중 상승률은 리타워텍이 162배, 동특 80배, 바른손 53배에 달했다. 입이 딱 벌어질 만하다.

그렇다면 이런 주가흐름이 나타날 만큼 해당 회사가 변신에 성공하고 있는 것일까.

연초에 비해 주가 158배 상승한 기업도

(사진/국내 첫 A&D사례로 꼽히는 미래와 사람이 입주해 있는 KTB)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A&D 주로 꼽히는 종목은 리타워텍. 이 회사의 전신 파워텍은 지난 88년 6월에 설립돼 가스보일러용 강제배출기와 콘덴서 모터를 주로 생산해오다 주택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빠진 뒤 올 들어 홍콩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인터넷 다국적기업 리타워그룹에 인수됐다. 리타워그룹 계열 리타워스트래티직스는 지난 1월 말 파워텍의 기존 대주주로부터 지분 45.8%(16만2천주)를 장외에서 사들여 대주주로 떠올랐으며 기타 소액주주들의 주식도 일부 인수해 지분율을 50.0%로 높였다. 파워텍은 이후 리타워텍으로 이름을 바꾸고 올해 3월부터 인터넷 관련 각종 솔루션을 보유한 신생기업을 잇따라 인수, 인터넷 지주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주가가 크게 뛰어오른 것도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문구류 제조업체 바른손도 비슷한 변신 과정을 거쳤다. 바른손은 소규모 대리점 위주의 영업을 해오다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자금난을 겪은 끝에 화의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채권자가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 방식으로 인수·합병(M&A)이 진행됐다. 기존 대주주인 고제(상장사)로부터 지분을 인수해 대주주로 부상한 미래랩은 인큐베이팅(육성) 전문회사로 홍콩계 헤지펀드인 ‘패러다임’이 지분의 90%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른손은 이후 사업구조면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캐릭터와 관련한 문화사업(저작권관리업, 음반·비디오물 제조 및 판매업), 인터넷 관련 사업(소프트웨어 용역업, 통신판매, 인터넷 경매, 전자상거래) 등 신규사업을 적극 검토중이다.

엔피아는 대주주가 바뀐 뒤 벽지제조 회사에서 정보통신, 인터넷 업체를 지향하고 있다. 유티씨벤처, 유니슨벤처 등 벤처 인규베이팅 전문회사 및 데이콤 엔피아사업팀(인터넷 네트워크 솔루션 개발 및 운영 대행) 인원이 포함된 일부 개인 투자자가 주축이 돼 옛 개나리벽지를 인수,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이처럼 가스배출기, 문구류, 벽지 등 전형적인 중소기업형 전통 산업에서 인터넷, 정보통신, 전자상거래, 캐릭터 등 현란한 용어로 포장된 첨단 업종으로 면모를 일신했으니 주가가 크게 오른 게 당연하다고 할 것인가.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국내에선 같은 계열 내 기업끼리 합친 예는 있었으나 적대적이든, 우호적이든 제대로 된 M&A는 아직 한건도 없었다”며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A&D는 앞으로 국내에서도(진정한 의미의) M&A가 활발히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는 싹”으로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이후)인터넷, 벤처바람 등에 힘입어 풍부해진 자금사정을 바탕으로 코스닥등록이나 증권거래소 상장 업체를 인수, 빠른 시일 안에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방편으로 A&D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팀장은 그러면서도 “시세차익을 벌려는 욕심으로 과도하게 투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의 정일영 차장은 “A&D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인수회사의 성격”이라며 “인수자가 새 사업을 벌일 역량이 있고 펀딩(자금동원력)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해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소극적인 경계론에서 나아가 A&D 주에는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는 적극적인 비판론도 나오고 있다.

‘작전 혐의’도 제기돼 “혹하지 말라”

동원경제연구소 정동희 연구원은 “경영권이 바뀐 것 때문에 주가가 단기간에 100배 이상이나 오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버블(거품)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기업 규모가 작고 대주주가 지분이 높은 데 따라 유통 물량이 적으니까 거래는 되지 않고 상한가 호가만 이어져 주가가 올랐다는 분석이다. 정 연구원은 “A&D테마군에 분류된 종목에 대거 투자하고 있는 창업투자, 기술투자 회사의 주가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창투사나 기술투자 회사가 A&D 주를 대거 편입, 많게는 수천억원대의 평가 이익을 올리고 있는데도 주가는 A&D 주와 달리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유통물량의 차이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A&D 바람에 혹하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코스닥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단초로 삼는 데서 만족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인터넷회사라고 요란하게 선전하는 경우도 대부분 인터넷 업체의 주식을 인수해 지주회사로 된 정도에 머물고 있을 뿐인 점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더욱이 국내 자금이 외자로 둔갑해 들어와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며 외국계 자금이 중심이 돼 적극적인 주가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작전 혐의’까지 받고 있는 터다. 인터넷 매체 등에 A&D에 관한 부정적인 견해가 실리는 날 주가가 더욱 상승세를 띠는 재미있는 현상 역시 주가관리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A&D 관련 종목 주가 추가

(단위:원)

종목명

연초가(1.4)

현재가(8.4)

등락률

상승일수

엔피아

2760

25200

814.04%

68

동특

3045

53700

1663.55%

56

리타워텍

2415

140000

5697.10%

108

한일흥업

709

12450

1655.99%

105

바른손

1320

210000

15809.09%

41

영실업

5968

23700

297.12%

23

평균

 

 

4322.65%

66.83

M&A 기법도 갖가지 흐름

벌처투자나 인수·개발(A&D) 모두 넓은 의미의 인수·합병(M&A) 범주에 들지만 몇 가지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벌처투자는 ‘야생의 청소부’로 불리는 독수리(벌처)가 썩은 고기를 깨끗이 먹어치우듯 부도나 화의 등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은 부실기업을 값싸게 인수, 경영정상화를 꾀한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행태를 말한다. 회사의 경영권 획득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M&A와 비슷하지만 인수 주체의 기존 사업은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시너지효과를 중시하는 일반적인 인수·합병과 다르다. 또 일반적인 인수·합병이 직접적인 주식매집을 통해 이뤄지는 데 반해 벌처투자는 채권투자를 매개로 지분을 획득한다는 것도 차이점으로 꼽힌다.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새로운 양상으로 등장한 A&D는 기업의 경영권을 획득한다는 점, 피인수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 보면 M&A나 벌처투자와 비슷하다. 차이점은 대상기업 선정과정에서 나타난다. 인수·합병과 달리 인수·개발에선 인수-피인수자 사이의 시너지효과뿐 아니라 피인수 기업의 사업구조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상 기업의 범위도 매우 불명확하다. 재무위험이 큰 부실기업에서부터 비교적 안정적인 회사까지, 자산가치가 미약한 회사부터 저평가된 회사까지 대상이 매우 넓다.
다만, 요즘 코스닥시장에서 나타난 인수·개발 사례에선 앞으로 성장성이 불투명한 업종에 속해 있고 지분분포·대주주 성향 등으로 보아 인수가 용이했다는 공통점을 띠고 있다. A&D에선 피인수 기업의 사업과는 전혀 관계없이 인수쪽에서 대상을 선정하기 전 앞으로 주력으로 삼을 사업을 지니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따라 인수·합병의 성과가 매우 빠른 속도로 나타날 바탕이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김영배 기자 sh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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