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산업은행 조사 나선다
국감에서 <한겨레21>이 제기한 성진지오텍 특혜 의혹 조사 방침 밝혀…
포스코 지분 인수 당시 투자부적격 등급도 드러나
등록 : 2010-10-27 16:20 수정 : 2010-10-28 15:06
지난 10월1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감에서 민유성 산업은행장(오른쪽)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 임헌정
포스코와 산업은행이 코스닥기업인 성진지오텍과 수상한 주식거래를 했다는 의혹(832호 특집 ‘실세 지휘로 포스코 끌어주고 산업은행 밀어주고?’ 참조)이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잇달아 제기되면서, 감사원과 금감원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원도 추가 조사 중”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19일과 22일 국회 정무위의 산업은행과 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의 전 대주주로부터 주식을 비싸게 사고, 산업은행이 성진지오텍의 신주인수권을 전 대주주에게 싸게 판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상한 거래”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국내 최고의 기업과 은행인 포스코와 산업은행이 어떻게 이런 계약을 하게 되었는지, 제3의 외부 힘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산업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를 요구했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이에 대해 “조사해서 별도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곧 산업은행을 상대로 △법적 근거 없이 성진지오텍의 전 대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의 우선매수권을 부여한 이유 △신주인수권을 보통주로 전환하면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싼값으로 매각한 이유 등을 중점 조사할 전망이다. 또 감사원은 이와 별개로 산업은행의 업무 처리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는지에 관해 감사를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감사원이 산업은행에 대한 정기 감사를 벌이던 중에 성진지오텍에 대한 신주인수권 매각 문제가 언론과 국회에서 제기되자 관련 내용을 추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산업은행의 주식거래와 관련한 의문점도 추가로 드러났다. 포스코가 지난 3월 성진지오텍의 전 대주주인 전정도 회장(현 2대 주주)의 주식을 매입할 당시 거래 자문사인 산업은행이 성진지오텍에 부여한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 단계인 B+로 확인됐다. 박선숙 의원은 “B+의 신용등급은 원리금 지급 능력이 떨어져 투기적이며 불황기에 이자 지급이 불확실하다는 의미”라며 “투기 등급인 성진지오텍 주식을 (경영권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50%+1주’에 미달하는 40% 정도만 인수하면서 100%에 가까운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이 성진지오텍의 전 대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매각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포스코가 전 회장에게 주식을 사들일 때 체결한 주주 간 협약서가 부실하게 만들어져 전 회장의 개인 소유 회사가 신주인수권을 싸게 매입할 수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포스코는 전 회장에게 사들인 주식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수준에 못 미치자 전 회장과 주주 간 협약을 맺어 △신규로 주식을 사들이지 못하고 △기존 보유 주식도 포스코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전 회장은 산업은행에서 신주인수권을 매입하는 것이 주주 간 협약에 위배하게 되자, 자신을 대신해 개인 소유 회사인 유영금속이 4월22일 신주인수권을 매수하도록 했다.
포스코는 부실한 협약 체결
산업은행은 전 회장의 요청대로 유영금속에 우선매수권을 인정해 신주인수권을 싸게 팔았고, 포스코는 같은 날 유영금속과도 새로 주주 간 협약을 맺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박선숙 의원실은 “포스코가 전 회장과의 주주 간 협약서를 부실하게 만들어 유영금속이 신수인수권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고, 산업은행이 법적 근거 없이 유영금속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한 것은 우연이나 실수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