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이호진(48·사진) 회장.한겨레 자료
태광그룹 주요 계열사 출자 구조
이런 식이다. 태광그룹의 시스템통합업체인 티시스(당시 태광시스템즈)는 2006년 운영자금 조달을 이유로 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한다. 그리고 9600주를 발행해 주당 1만8955원씩 총 1억8200여만원에 현준군에게 팔았다. 현준군은 티시스 주식의 48.98%를 보유해 아버지인 이 회장(51.02%)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그룹 건물 관리업체인 티알엠도 마찬가지다. 같은 해 유상증자로 9600주를 8254만800원(주당 8598원)에 사 2대 주주가 됐다. 그의 나이로 미뤄볼 때 두 회사의 주식 인수자금에 필요한 2억6천여만원을 땀 흘려 번 것 같지는 않다. 이 회장과 현준군이 소유한 비상장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2003년 두산그룹으로부터 인수한 한국도서보급은 2006년 1월 이 회장과 티시스에 각각 11억원과 18억원을 빌려줬다. 이 회장은 이 돈으로 아들이 티시스와 티알엠 등의 주식을 인수하는 데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돈을 빌린 티시스는 2006년 태광그룹에서 두 번째로 큰 계열사인 대한화섬의 주식 약 2만 주를 사들였다. 이 회장과 아들 현준군이 100% 지분을 소유한 한국도서보급은 지난 9월13일 대한화섬 지분 17.74%를 사들여 태광산업의 1대 주주로 등극했다. 한국도서보급이 태광산업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1대 주주가 누리는 ‘경영권 프리미엄’(통상 매각대금의 30%)은 계산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그만큼의 손해를 주주들에게 끼쳤다고 주장한다. 결국 현준군은 2006년 갑작스럽게 태광그룹 안 주요 비상장기업의 2대 주주로 등극한 데 이어 올해에는 이들 기업이 그룹 내 주요 기업의 1대 주주가 되면서 이 회장의 뒤를 잇는 후계자 자리를 굳히게 됐다. 검찰은 기업 오너의 승계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없는지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태광그룹은 창업주인 이임룡 회장이 사망한 뒤 이호진 회장이 물려받은 태광산업 주식을 전·현직 임직원의 이름을 빌려 보유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티브로드를 보유한 태광그룹이 6위 사업자인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특정 사업자가 전국 방송권역의 5분의 1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는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도록 정·관계 로비를 한 의혹도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그동안 태광그룹은 재계에서 ‘은둔기업’으로 불려왔다. 재계 40위(자산 약 4조8천억원·금융계열사 제외)로 52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대기업 집단이면서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호진 회장은 2004년 회장에 오른 이후 현재까지 언론과 접촉한 적이 없다. 심지어 그룹 행사나 외부 행사에도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왔다. 베일에 가려진 태광그룹이 간혹 언론에 등장할 때가 있다. 대부분 악재가 터졌을 때다. 2006년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학장이 이끄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일명 장하성펀드)가 태광산업에 지분 참여를 하면서 투명경영과 주주권익 확대를 요구해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에는 청와대 행정관과 방송통신위원회 직원을 상대로 그룹 계열사인 티브로드 직원이 ‘성접대 로비’를 펼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이같은 의혹은 뚜렷한 결말이 나오지 않은 채 흐지부지되거나 직원들이 처벌받는 선에서 끝났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의혹과 검찰의 수사 양상은 과거와 다르다. 오너 일가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 바로 다음날 임원진을 소환한 것을 보면, 검찰이 이들을 추궁할 만한 단서를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럴 경우 다음 절차는 이호진 회장의 소환이다. 세상의 눈길을 피해 은둔해온 오너가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는 불명예스러운 일로 ‘데뷔’를 할지도 모른다. 이호진 회장은 검찰의 압수수색 이틀 전인 10월11일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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