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관계자, 전·현 사장의 이면계약 주장… 1년 전 경영권 다툼의 진실은 무엇인가
의장을 맡은 김진호 사장이 막 의사봉을 두드리려던 찰나였다. 소액주주인 조아무개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양쪽이 다시 한번 협의해서 결정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때부터 사태는 아주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표대결을 벌여 경영권의 향방을 정한다는 애초의 예상과 달리, 다툼의 양쪽 대표가 밀실담판을 벌인 끝에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간다는 아주 뜻밖의 결론이 나왔던 것이다. 주총이 끝난 지 한달도 안 돼 공동대표의 한축이었던 김진호 사장은 홀연히 회사를 떠나 궁금증을 더했다.
지난해 3월24일 열렸던 골드뱅크 주주총회는 이처럼 여러 가지 석연치 않은 구석을 남기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져갔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골드뱅크의 김진호 전 사장과 유신종 현 사장(이지오스 사장 겸임) 사이에 40억원이 오간 이면계약이 있었다는 내부 관계자의 주장이 제기됐다.
“김진호 사장 주식 고가에 매입해준다”
회사 내부사정에 정통한 이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합의서 형태로 된 두 사람 사이의 이면계약서는 3장짜리였으며 주요 내용은 ‘김진호 사장이 보유한 골드뱅크 주식을 주당 2만원(당시 시가 6700원 수준)으로 쳐서 매입해준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 밖에 김진호 사장은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며, 골드뱅크를 떠나 새로 사업을 할 경우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0억원씩 지원해준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4월 골드뱅크를 떠났으며 지금은 한 벤처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폭로한 데 대해 그는 “회사 경영상태가 괜찮다면 모르겠는데 너무 엉망이다. 나 또한 주주의 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폭로내용의 진위 가리기는 잠시 제쳐두고, 지난해 골드뱅크 주총을 앞두고 경영권 다툼이 일었던 상황을 돌이켜보자. 골드뱅크는 광고를 ‘클릭’하면 돈을 준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지난 99년 한때 주가가 주당 30만원을 웃도는 등 국내 ‘벤처신화’의 효시나 다름없는 기업이다. 그러나 뚜렷한 영업실적이 없이 여기저기 사업을 벌이고, 여기에 일부 대주주와 경영진들이 주가조작 시비에 휘말리면서 ‘대표적 벤처거품’으로 몰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석부사장으로 재직하다 밀려난 유신종 이지오스 사장이 지난해 3월 골드뱅크 주총을 앞두고 우호세력을 끌어들여 경영권 장악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양쪽 진영 사이에는 주총을 앞두고 치열한 지분경쟁이 벌어졌다. 주총을 하루 앞두고 김진호 사장과 유신종 사장이 막판 담판을 벌이기도 했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는 실패했으며 결국 표대결은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었다. 이런 와중에 열린 주총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삼성전자 주총 때보다 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였다. 소액주주인 조아무개씨 제안으로 김진호·유신종 사장이 다시 합의점 도출에 들어감에 따라 주총은 잠시 중단됐다.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수많은 주주, 취재진을 뒤로 하고 주총장 옆 밀실(방송실)로 들어간 두 사람은 무려 1시간30분가량 무언가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렇게 해서 양쪽은 공동대표를 맡기로 타협을 이뤘다는 뜻밖의 결과를 들고나왔다. 밀실에서 두 사람이 사이에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정확히 알 도리가 없다. 주총장에서 공식발표한 ‘공동대표 합의’ 도출을 위해 서로 밀고 당기는 협상이 이뤄졌을 것이란 추측만 할 뿐이다. 40억 밀약설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들
이면계약 사실을 폭로한 회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진호 사장은 주가조작 시비에 휘말린 데서 짐작할 수 있듯 자금운용과 관련 ‘약점’이 많은 인물이다. 그런 약점 탓에 덜미를 잡혀 그날 밀실협상에서 사실상 경영권을 빼앗겼던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쉽게 말해 40억원과 경영권의 맞바꿔치기가 이뤄진 것이란 분석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증거 몇 가지도 제시됐다.
그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 주총 뒤 골드뱅크 경영권을 잡은 양쪽 세력이 겉보기엔 균형을 이룬 듯 보이지만 속내용은 전혀 달랐다는 것이다. 양쪽이 동일하게 이사직 4자리를 차지하기로 했음에도 나중에 뚜껑을 열어본 결과 김진호 사장쪽이라고 여겼던 이사 1명이 유신종 사장쪽이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미 김진호 사장이 실권을 잃고 있었던 셈이다. 한달 뒤 김진호 사장이 회사를 떠난 것도 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또 하나 이상한 점은 주총 직전 벌어진 지분경쟁에서 김진호 사장쪽이 유리한 처지였다는 사실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총을 앞두고 ‘상황실’이 설치됐으며 여기서 최종 집계한 바 김사장쪽이 4만표가량 앞서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당시 언론에 보도된 대로 김사장쪽에서 유 사장에게 먼저 타협을 제의했고 공동대표가 된 뒤 결국 물러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사태가 전개됐다.
주총 직후 4층 사장실로 돌아온 김진호 사장이 보인 행동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내부 관계자가 전한 바에 따르면, 당시 김 사장은 사장실 문을 쾅 닫고 책을 집어던지는 등 거친 행동을 보이며 “표대결로 갈 걸 잘못했다”고 뒤늦게 후회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는 표대결로 갔더라면 이길 수 있었다는 가능성과 밀실협상에서 뭔가 거북한 제의를 받았다는 추론으로 이어진다.
골드뱅크 주식을 둘러싼 전현직 사장간의 이면계약 의혹에 대해 유신종 사장쪽은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몇 차례 시도에도 불구하고 유 사장과는 직접적인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대신 전화를 받은 박용만 홍보실장은 “한때 그런 얘기가 있었는데 사실무근이며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양 당사자간 문제이기 때문에 홍보실장이 모르는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실장은 “절대 아니다”라고 재차 부인했다.
일본 현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김진호 사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 6월22일 김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는 일본 현지 엠스테이션의 김아무개 이사와는 전화연결이 이뤄졌으나 김 사장과는 끝내 통화할 수 없었다.
이면계약 사실을 주장하고 있는 회사 내부관계자도 물증을 갖고 있지는 않다. 이 관계자는 “이면계약서를 1부 복사했다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파쇄기로 절단 처리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 지분율 변동… 단순 예우 아니다
이면계약설에 대해 당사자가 부인하고 있는 데다 사본 형태의 물증조차 남아 있지 않아 지금 단계에서 참과 거짓을 대쪽처럼 가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주식과 그에 따른 자금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면, 알 수 있겠지만 이 또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김진호 사장의 골드뱅크 지분율 변화와 여러 가지 정황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지난해 주총 당시 김진호 사장은 골드뱅크 주식 49만1970주를 갖고 있었다. 골드뱅크 전체 주식 물량 2817만1094주의 1.75% 수준이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말에 이르면 김 사장의 지분율은 0.7%(20만451주/ 2878만6232주)로 뚝 떨어진다. 1년 사이에 20여만주가 줄어든 것이다. 이면계약 사실을 제기한 내부관계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렇게 줄어든 물량을 골드뱅크쪽에서 비싸게 매입하는 방식으로 김 사장에게 자금지원이 이뤄졌다. 총 매입대금은 40억원(2만원X20만주)이었으며 당시 시가가 67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6억6천만원은 부당지원이었다는 것이다.
김진호 사장의 지분율이 낮아 신고대상(5% 이상)이 아닌 데다 이미 골드뱅크 임원직을 그만둔 상태이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을 통하더라도 김 사장의 지분이동 규모 및 시기를 현재로선 낱낱이 파악할 수 없다.
김진호 사장이 골드뱅크 창립자이기 때문에 예우차원에서 그런 지원을 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도 주총 결의을 거쳐야 하고 공시를 해야 하는데 그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또다른 하나의 가능성으로 김진호·유신종 사장 사이에 사적인 계약 및 거래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 유신종 사장이 개인적으로 김 사장 보유 주식을 비싸게 사주는 호의를 베풀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면계약이라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이럴 개연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양쪽이 경영권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적대관계였다는 사정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면계약 사실을 밝힌 이 관계자는 “올해 초 사업목적으로 일본 현지에서 김진호 사장을 만났을 때 ‘(웃으며 농담조로)일본에 갖고 들어온 40억원 중 30억원은 술값(사업목적의 접대비)으로 날렸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면계약서에 적힌 액수와 김진호 사장의 일본 현지 창업자금이 우연찮게 일치한다는 점이 이면계약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김 사장은 당시 “(추가로 두 차례에 나눠 20억원씩 받기로 한 것은 어떻게 됐느냐는 질문에)회사도 어려운데 어떻게 받겠나. 놔두라고 그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주에 대한 배임행위, 의혹 해소하라
올해 4월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이 관계자가 골드뱅크를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 뒤였다. 그가 담당 임원에게 농담조로 “나도 김진호 사장 못지않게 회사에 기여한 게 많으니 대접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주당 2만원씩?”이라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회사 경영진에서는 김진호 사장이 떠날 당시 주식을 비싸게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공공연한 비밀로 돼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추정대로 회사 자금으로 김진호 사장에게 지원이 이뤄졌다면 이는 다른 주주들에 대한 배임행위일 뿐 아니라 횡령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골드뱅크는 기업이념으로 상생(相生: 주주, 회원, 직원이 함께 산다는)을 내걸고 있으며 지분의 80% 이상이 소액주주들에게 나뉘어 있다. 그리고 회원주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회사 자산의 핵심인 이른바 ‘인터넷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기업이다. 이면계약 의혹이 단순한 소문 정도가 내부 관계자에 의해 구체적인 정황이 적시된 주장이라는 점에서 양 당사자는 사실관계를 주주들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사진/ 김진호 사장이 경영권을 넘긴 까닭은…. 인터넷기업 골드뱅크를 둘러싸고 전·현직 사장간의 이면계약 의혹이 제기됐다.(강창광 기자)
회사 내부사정에 정통한 이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합의서 형태로 된 두 사람 사이의 이면계약서는 3장짜리였으며 주요 내용은 ‘김진호 사장이 보유한 골드뱅크 주식을 주당 2만원(당시 시가 6700원 수준)으로 쳐서 매입해준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 밖에 김진호 사장은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며, 골드뱅크를 떠나 새로 사업을 할 경우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0억원씩 지원해준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4월 골드뱅크를 떠났으며 지금은 한 벤처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폭로한 데 대해 그는 “회사 경영상태가 괜찮다면 모르겠는데 너무 엉망이다. 나 또한 주주의 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폭로내용의 진위 가리기는 잠시 제쳐두고, 지난해 골드뱅크 주총을 앞두고 경영권 다툼이 일었던 상황을 돌이켜보자. 골드뱅크는 광고를 ‘클릭’하면 돈을 준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지난 99년 한때 주가가 주당 30만원을 웃도는 등 국내 ‘벤처신화’의 효시나 다름없는 기업이다. 그러나 뚜렷한 영업실적이 없이 여기저기 사업을 벌이고, 여기에 일부 대주주와 경영진들이 주가조작 시비에 휘말리면서 ‘대표적 벤처거품’으로 몰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석부사장으로 재직하다 밀려난 유신종 이지오스 사장이 지난해 3월 골드뱅크 주총을 앞두고 우호세력을 끌어들여 경영권 장악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양쪽 진영 사이에는 주총을 앞두고 치열한 지분경쟁이 벌어졌다. 주총을 하루 앞두고 김진호 사장과 유신종 사장이 막판 담판을 벌이기도 했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는 실패했으며 결국 표대결은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었다. 이런 와중에 열린 주총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삼성전자 주총 때보다 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였다. 소액주주인 조아무개씨 제안으로 김진호·유신종 사장이 다시 합의점 도출에 들어감에 따라 주총은 잠시 중단됐다.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수많은 주주, 취재진을 뒤로 하고 주총장 옆 밀실(방송실)로 들어간 두 사람은 무려 1시간30분가량 무언가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렇게 해서 양쪽은 공동대표를 맡기로 타협을 이뤘다는 뜻밖의 결과를 들고나왔다. 밀실에서 두 사람이 사이에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정확히 알 도리가 없다. 주총장에서 공식발표한 ‘공동대표 합의’ 도출을 위해 서로 밀고 당기는 협상이 이뤄졌을 것이란 추측만 할 뿐이다. 40억 밀약설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들


사진/ 주주총회 뒤에서 이뤄진 밀실담판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지난해 골드뱅크 주주총회에서는 치열한 경영권 공방이 벌어졌다.(박승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