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방선거 뒤에 산업현장을 찾았다. 국민의 옐로카드를 받은 그의 경제정책도 달라질까?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전국 가구 월평균 실질소득은 1.3% 줄었다. 이 또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반면 지난해 4분기 가계 부채는 1년 전보다 6.6% 늘었다. 갈수록 커지는 사교육비 격차도 서민의 마음을 멍들게 한다. 지난해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교육비는 하위 20%의 5.7배로, 1년 전의 5.2배에 비해 격차가 더 벌어졌다. 과거 신분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해온 교육에서조차 양극화가 구조화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나기는커녕 지렁이 신세를 면치 못하는’ 현실이다. 서민은 빚은 느는데 수입은 줄고, 아들딸이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격차는 커지니, 모두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속은 이미 시꺼멓게 탔을 것이다. 이번 선거 참패를 축구에 비유하자면, 궤변을 늘어놓는 대통령에게 국민이 옐로(경고)카드를 내민 꼴이다. 부자의 온기와 서민의 냉기, 경기체감도 양극화 최근 1분기 경제성장률(잠정치)이 8.1%에 달한다는 한은의 반가운(?) 발표도 양극화의 또 다른 방증일 뿐이다. 국민의 체감경기를 말해준다는 실질국민소득(GNI)이 1년 전보다 8.9% 늘어 10년 만에 최고치라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다. 나라 경제는 좋아지고 국민의 평균수입은 늘었는데 대다수 서민의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으니, 상대적 박탈감만 커진다. 그래도 양극화가 실감나지 않는다면 정부가 강조하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생각해보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전망한 우리나라 1인당 명목소득은 2만264달러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가구소득이 지금 환율로 1억원에 육박한다. 우리 주변에 소득이 1억원이 넘는 집이 과연 얼마나 될까? 대다수 가난한 사람들이 닿지 않는 강 건너 저편에 살고 있는 극소수 부자들의 소득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기업은 사상 최고 실적을 구가하는데, 중소기업은 치솟는 원자재 가격조차 납품가에 반영이 안 돼 공장 가동 중단을 고심하는 현실이다. 동네 슈퍼들이 완전히 문을 닫는 일은 막자는 취지의 기업형 슈퍼 규제 법안 처리도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했다. 이대로 가다간 몰락할 중산층이라도 과연 남아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빚 좋은 개살구 격인 경제회복 수치만 자랑할 게 아니라 서민에게 “정말 살림살이가 나아지셨습니까” 하고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경제회복에도 불구하고 서민의 형편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수상으로는 경제회복이 돼도, 실제 극소수 아랫목을 차지한 사람들만 혜택을 누리고 대다수 서민이 있는 윗목에는 냉기가 가시지 않는다면 진정한 경제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여당의 선거 패배 이후 기존 정부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진다. 하지만 양극화는 이명박 정부의 일부 경제정책을 땜질식으로 손질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경제정책의 철학과 뿌리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성장과 분배는 같이 가야 하는데, 분배는 도외시한 채 경제성장만 외쳐왔다. 또 친부자·친대기업 편향정책이 오랫동안 기승을 부렸다. 선진국에 비하면 분배정책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선진국형 복지병’을 주장하는 억지를 부렸다. 그러다 보니 사회 안전망은 더 엉성해졌고, 복지 예산은 더 깎였다. 분배 문제 전문가인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불평등의 경제학>이라는 신간에서 이를 두고 ‘선성장 후분배’가 아니라 ‘선성장 무분배’라고 표현했다. 정부가 선거에서 진 뒤 “경제 살리기에 매진”을 강조하며 기업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경제 체질 강화, 성장잠재력 제고 등 종전 구호를 여전히 나열하는 것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증거다. 대기업이 투자를 늘려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경제지표가 나아져도 서민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 동맥경화에 걸렸다면 먼저 피를 제대로 돌게 하는 수술이 필요한 것 아닌가.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