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요관리정책 외면한 건설부의 중소형댐 건설 방침은 과연 경제적인가
그럴 리야 없겠지만, 90년 만에 사상 최악의 가뭄이 닥치자 속으로 반겼을 법한 곳이 있다. 바로 댐건설을 추진해온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이다. 물론 건교부나 비가 곧 돈이 되는 수자원공사가 가뭄으로 애태우는 농민들을 걱정하지 않았을 리 없다. 물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양쪽의 주장도 그런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양쪽이 이번 가뭄을, 그동안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번번이 밀린 댐건설을 다시 밀어붙일 좋은 명분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지 댐이 없어서 가뭄의 고통 겪나
그래서일까. 건교부는 지난 6월12일 서둘러 ‘댐건설 장기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심각한 물부족 사태의 해결을 위해 2011년까지 전국에 중소형댐 12개를 새로 짓겠다는 것이다. 건교부는 댐을 건설할 대상지역 선정을 위해 이미 전국 30곳(그림 참조)에 대해 조사를 진행중이라며 연말까지 댐건설 예정지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강유역 3곳, 낙동강 유역 7곳, 금강유역 1곳, 영산강 및 섬진강유역 1곳이 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안까지 내놓았다. 정부와 일부 언론이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에 대해 ‘이 가뭄에 웬 파업이냐’는 식으로 뭇매를 때리듯, 건교부도 이 틈을 타 ‘이 가뭄에 무슨 댐건설 반대냐’는 식으로 12개 댐건설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선 셈이다. 경원대 이창수 교수(도시계획학)는 “영월댐 건설을 반대하던 사람들이 이번 가뭄 때문에 돌맞게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래서 건교부가 곧 댐건설을 터뜨리고 국민들한테 호소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다 싶게 내놓은 건교부의 댐건설 논리는 역시 ‘가뭄의 고통은 댐의 부재 탓’이라는 데 맞춰져 있다. 이번 가뭄을 분석해보니 댐이 없는 지역의 주민만 물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댐에서 물을 공급받는 댐 하류지역의 가뭄피해는 적은 반면 다목적댐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지역일수록 하천 수위가 급감하거나 말라붙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건교부는 먹는 물과 농업·공업용수를 합친 물 수요량을 따져본 결과 2006년부터 물공급에 이상이 생겨 그해 1억t, 2011년이면 18억t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건설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댐 하나를 짓는 데 10여년이 걸리므로 지금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때를 놓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기도 연천 한탄강댐과 경북 군위 하북댐은 내년에 당장 첫 삽질을 시작하기로 했고,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중단된 지리산 인근 산청댐과 함양댐 건설도 재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수자원공사쪽은 “산청·함양댐은 후보지 중 한곳으로 놓고 조사를 하고 있을 뿐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유력한 대상지역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환경단체나 댐건설로 인한 환경훼손을 걱정하는 전문가들도 ‘꼭 필요한’ 적당한 규모의 댐건설까지 무작정 반대하는 건 아니다. 환경운동연합 김효진 간사는 “환경에 적합하고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저수시설은 필요하지만 물대책의 우선 순위가 댐이 되는 ‘댐건설 위주의 정책’은 안 된다”며 “정부가 이번 가뭄을 활용해 댐건설을 정당화하는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 모든 하천이 댐으로 안 막힌 데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댐이 이미 지어졌고 세계적으로도 더이상 댐을 짓지 않는 추세인데도 정부가 댐건설만을 물부족 해결책으로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묵은 논란이긴 하지만 다시 댐건설은 꼭 필요한가. 건교부는 대규모 다목적댐 건설 정책을 바꿔 ‘환경친화적’인 중소형댐(1억t 안팎)을 건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미 12개 다목적댐이 지어진 터라 대규모댐은 지을 만한 마땅한 곳이 없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어쩔 수 없이 중소형댐을 지을 수밖에 없는 데도 환경친화적이란 점을 내세우기 위해 건교부가 ‘중소형’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건국대 박종관 교수(지리학)는 “건교부가 말하는 중소형댐과 환경단체가 말하는 중소형댐은 스케일이 다르다”며 “1억t짜리 댐도 세계적 기준으로 보면 대규모 환경파괴를 가져올 대형댐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보상비 들고 환경적 가치 외면
댐건설에 따른 경제적 편익은 어떤가. 댐건설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비용·편익 계산은 댐건설에 들어간 사업비와 댐에서 생기는 편익을 견줘 자원이 효율적으로 이용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댐건설의 편익은 용수공급과 홍수조절, 수력발전 등 3가지로 크게 나뉜다. 이에 대해 건교부와 수자원공사쪽은 “발전 편익은 전체 편익의 5%도 안 되고 용수편익도 물값이 낮아 얼마 안 된다”며 “사실 댐건설에서 오는 대부분의 편익은 홍수조절이 차지한다”고 밝혔다. 물론 “댐으로 고기 몇 마리 죽고 생태계가 (파괴가 아니라) 변화되는 것과 홍수로 수많은 사람이 죽는 것을 바꿀 수 있느냐”는 건교부쪽의 말처럼 댐이 홍수조절에 큰 구실을 한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편익 측면에서 댐이 물부족 해결보다 홍수방지쪽에 기울어 있다는 건 건교부가 가뭄을 맞아 댐건설을 주장하는 논리에 어딘지 구멍이 뚫렸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댐건설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막대한 보상비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웬만한 댐 하나를 지으려면, 현재 짓고 있는 밀양댐(7천만t)에 6천억원, 지난 99년 완공된 진주 남강댐(3억t)에 8천억원이 투입되는 등 7천∼8천억원이 들어간다. 특히 수몰지역 주민보상이나 댐으로 사라진 도로를 새로 닦는 데 드는 보상비가 총사업비의 60%를 넘는다. 댐건설에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도 여기서 나온다.
게다가 환경훼손으로 인한 막대한 환경적 가치 손실은 제대로 파악조차 안 될뿐더러 이 부분은 댐건설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데서도 빠져 있다. 고려대 곽승준 교수(경제학)는 “용수, 발전, 홍수조절 등 3가지 편익만 따진 단순 회계비용이 아니라 댐건설로 파괴되는 환경가치를 비용으로 환산해 넣는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며 “댐건설이 물부족 사태를 대비하듯 환경도 마찬가지로 국민의 후생이자 삶의 질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댐을 안 짓는 대신 그 돈으로 학교를 많이 지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자고 한다면 댐을 짓기보다 가뭄을 참겠다고 대답할 국민들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댐을 짓는 게 공짜가 아닌 바에야 사회적 비용을 철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댐을 지어 ‘공급’을 늘리는 방법말고 물‘수요’를 관리하는 방안은 대안이 될 수 없는가. 건교부는 2011년에 발생할 18억t의 물부족량 가운데 6억t은 기존 수력발전용 댐을 다목적댐으로 연계 운용해 물을 확보하고 나머지 12억t은 중소형댐 12개를 새로 지어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여기에 물절약운동이나 낡은 상수도관 교체를 통한 누수율 저하 등 ‘적극적인’ 물수요관리정책은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이처럼 댐건설 논리가 물수요관리에 대한 강한 불신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은 건교부 원인희 수자원정책과장의 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원 과장은 “물값을 현실화하고 물절약운동을 펴도, 노후상수도관을 교체해도, 중수도(이미 쓴 수돗물을 재활용하는 시스템)를 의무화시켜도 댐건설보다 비용만 더 많이 들어갈 뿐”이라며 “절수기기를 보급한다 해도 국민들의 호응이 안 따르는 등 수요관리로는 되는 게 없다”고 잘라말했다.
하지만 건국대 박종관 교수는 “건교부가 수요관리에는 무관심한 채 댐건설만 밀어붙이고 있다”며 “미래의 세대를 위해 중수도 설치를 지금부터 하나씩하나씩 적극 추진해야 하는 건 정부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12억t이 필요하니까 1억t짜리 댐 12개가 필요하고 그래서 물을 담을 댐을 지어야 한다는 논리는 댐건설 만능주의”라며 “물을 아끼는 절수형사회는 고민하지 않은 채 큰 댐 하나 지으면 다 끝난다는 식의 태도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발전소를 지어 송전탑을 통해 전력을 대는 식으로 댐문제에 접근하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노후수도관만 교체해도 댐 3∼4개 짓는 효과
댐건설 논란 때마다 환경보호에 무게를 싣는 쪽의 주장은 건교부의 말처럼 과연 ‘대안없는 반대’인가. 그러나 그들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사실 ‘반대’라기보다는 댐건설에만 목매지 말고 있는 물을 전략적으로 이용하자는 ‘촉구’의 성격이 더 강하다. 곽승준 교수는 “물수요를 10% 줄이면 댐 6∼7개를 줄일 수 있고 누수율이 25%에 이르는 노후수도관을 교체하면 댐 3∼4개를 짓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했다. 경원대 이창수 교수도 “기상이변은 댐 자체도 바닥을 낼 수 있다”며 “물부족문제를 지역 인구분산 등 전반적인 국토 균형개발 차원에서 함께 검토하면 댐건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중앙대 김수산 교수(토목공학)도 “하천관리를 잘해 물흐름을 통제하고 유도함으로써 국토에 체류하는 시간을 늘리는 등 이용가능한 수자원을 유효적절하게 배분해 쓰는 지혜가 아쉽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사진/ 댐 건설은 대규모의 환경파괴를 피할 수 없다. 경북 안동군에 짓고 있는 임하댐 공사 현장.
이때다 싶게 내놓은 건교부의 댐건설 논리는 역시 ‘가뭄의 고통은 댐의 부재 탓’이라는 데 맞춰져 있다. 이번 가뭄을 분석해보니 댐이 없는 지역의 주민만 물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댐에서 물을 공급받는 댐 하류지역의 가뭄피해는 적은 반면 다목적댐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지역일수록 하천 수위가 급감하거나 말라붙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건교부는 먹는 물과 농업·공업용수를 합친 물 수요량을 따져본 결과 2006년부터 물공급에 이상이 생겨 그해 1억t, 2011년이면 18억t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건설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댐 하나를 짓는 데 10여년이 걸리므로 지금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때를 놓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기도 연천 한탄강댐과 경북 군위 하북댐은 내년에 당장 첫 삽질을 시작하기로 했고,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중단된 지리산 인근 산청댐과 함양댐 건설도 재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수자원공사쪽은 “산청·함양댐은 후보지 중 한곳으로 놓고 조사를 하고 있을 뿐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유력한 대상지역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환경단체나 댐건설로 인한 환경훼손을 걱정하는 전문가들도 ‘꼭 필요한’ 적당한 규모의 댐건설까지 무작정 반대하는 건 아니다. 환경운동연합 김효진 간사는 “환경에 적합하고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저수시설은 필요하지만 물대책의 우선 순위가 댐이 되는 ‘댐건설 위주의 정책’은 안 된다”며 “정부가 이번 가뭄을 활용해 댐건설을 정당화하는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 모든 하천이 댐으로 안 막힌 데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댐이 이미 지어졌고 세계적으로도 더이상 댐을 짓지 않는 추세인데도 정부가 댐건설만을 물부족 해결책으로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묵은 논란이긴 하지만 다시 댐건설은 꼭 필요한가. 건교부는 대규모 다목적댐 건설 정책을 바꿔 ‘환경친화적’인 중소형댐(1억t 안팎)을 건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미 12개 다목적댐이 지어진 터라 대규모댐은 지을 만한 마땅한 곳이 없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어쩔 수 없이 중소형댐을 지을 수밖에 없는 데도 환경친화적이란 점을 내세우기 위해 건교부가 ‘중소형’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건국대 박종관 교수(지리학)는 “건교부가 말하는 중소형댐과 환경단체가 말하는 중소형댐은 스케일이 다르다”며 “1억t짜리 댐도 세계적 기준으로 보면 대규모 환경파괴를 가져올 대형댐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보상비 들고 환경적 가치 외면

사진/ 가뭄, 너를 기다렸다? 지난 6월21일 열린 건교부 주최 ‘수자원 장기계획’공청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