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주머니에 PC가 들어 있네!

360
등록 : 2001-05-22 00:00 수정 :

크게 작게

최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정보가전 PDA에 대해 알고 싶은 몇 가지

기차가 정류장에 섰다. 한 남자가 내리고 한 여자가 기차로 올라선다. 순간 마주치는 두 사람의 눈. 찌릿한 눈길이 오가고 둘은 각자의 길을 재촉하면서도 계속 뒤돌아본다. 하지만 무정한 기차는 길을 재촉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조차 물어볼 시간이 없다.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빛난다. 둘은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서로 마주댄다. 남자 손에 들린 단말기 모니터에 떠오른 여자의 이름과 주소. 이제 둘은 웃으며 손을 흔든다. 다시 만나기를 기원하며.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PDA 팜의 광고장면이다. PDA는 리모컨의 통신방식과 같은 적외선통신 포트가 달려 있어 마주대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1천만대 이상 팔린 팜 때문에 이 광고장면처럼 미국에서는 종이명함 대신 PDA로 디지털명함을 주고받는 일이 많다.

한국에서도 요즘 PDA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기기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사고 싶은 정보가전 1, 2위에 꼽힌다. 벤처 사장들 사이에선 PDA 없으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아직 많은 이들에게는 낯설지만 당신이 이동전화 단말기를 오로지 전화걸기와 받기에만 쓰는 ‘기계치’만 아니라면 PDA는 바쁜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PDA가 도대체 뭔데?

사진/ PDA는 일정·주소록·이메일 관리 등에 유용한다. 최근 국내외 업체들이 대중적인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하철이나 길가에서 사람들이 한손에는 손바닥만한 액정화면이 달린 전자수첩 비슷한 것을, 다른 손에는 조그만 펜을 들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PDA다.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개인용디지털단말기다. PC의 기능을 꼭 필요한 것만 담아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크기로 줄인 것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단말기라고 해석하는 것에 반발하기도 한다. 주체(서버 등)가 시키는 대로 내용만 보여주는 객체(단말기)가 아니라, 그 자체가 주체인데 어떻게 단말기냐는 것이다.

PDA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일정관리, 주소록 관리와 이메일 관리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하나인 ‘아웃룩’과 거의 같고, 많은 PDA들이 실제로 아웃룩과 데이터를 연동한다. PDA의 장점은 데이터 교환과 백업이 쉽다는 것이다. PDA를 전용 충전기(이동전화 충전기와 비슷하게 생겼다)에 꽂고 ‘싱크’(동조화)하면 PC에 있는 소프트웨어와 서로 데이터를 교환해 내용을 같게 만든다. 쉽게 말하면 PC에 있는 이름,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주소 등이 PDA로 순간 이동한다는 소리다. 전자수첩을 잃어버린 뒤 그 많은 전화번호를 다시 알아내서 입력하는 고통을 겪어본 이들이라면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특징은 적외선 통신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명함 주고받기가 이 기능으로 가능하다. 이동전화와 케이블로 연결하면 이메일 주고받기와 인터넷 서핑도 한다. 요즘에는 아예 이동전화와 합친 PDA폰이 속속 나오고 있다. 때문에 PDA는 사무실에서보다 외부에서 많은 일을 보는 영업사원과 약속이 많은 벤처 사장,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데 관심이 많은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정보가전이다.

◇PDA는 어디에, 어떻게 쓰는데?

PDA는 앞서 말한 대로 축소판 PC다. 어떤 소프트웨어를 까느냐, 어떤 데이터를 넣느냐에 따라 매번 바뀐다. PDA와 함께 지내는 하루를 가상해보자.

아침에 일어나면 PDA를 PC에 연결한다. 싱크 버튼을 누르면 밤새 들어온 메일과 오늘의 주요 뉴스들이 입력된다. PDA 전용뉴스는 아반고(avantgo.com)나 라이코스 PDA코너(www.pda.lycos.co.kr)에서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다. 엠에스엔(www.msn.co.kr)과 드림위즈(www.dreamwiz.com)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받아놓은 메일과 뉴스는 출근길에 읽는다. ‘신문님 죄송합니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일정관리’에서 오늘의 일정을 본다. 오전 11시에 회의가 있고, 점심은 새로 납품을 뚫어야 할 회사의 과장과 잡혀 있다. 저녁에는 고등학교 동창회.

10시50분에 PDA가 삑삑 울린다. 알람을 맞춰뒀더니 10분 전에 알려준 것이다. 회의 때도 수첩 대신 PDA만 들고 간다. 디지털메모장을 띄우면 액정화면에 전용펜(스타일러스)으로 얼마든지 적어넣을 수 있다. 네번 접어 주머니 속에 넣어다닐 수 있는 PDA용 자판도 있지만, 펴놓으면 너무 요란해서 그만 둔다.

점심시간, 약속장소에서 과장을 만났다. 그도 PDA가 있다. 악수를 나눈 뒤 종이명함 대신 PDA로 명함을 교환했다. PDA 이야기로 대화를 풀어나가니 이야기가 술술 풀린다. 왠지 이번에는 확실히 뚫을 수 있을 것 같다.

오후 4시, 주소록에 있는 동창의 전화번호를 찾아 약속장소를 확인한다. 약속은 7호선 학동역 부근이란다. 새로 생긴 6∼8호선역들은 낯설지만 걱정없다. 자료실에서 지하철 노선도를 내려받아뒀기 때문이다. 지하철 노선도에는 갈아타려면 어느 쪽으로 내려야 하는지도 나와 있다. 혹시나 싶어 약속장소의 약도를 한미르(www.hanmir.com)에서 찾아 PDA에 담는다. 지하철에서는 새로 내려받은 골프게임을 한판 즐긴 뒤 디지털북으로 된 소설을 읽는다. 이러다보니 어느새 약속장소다.

◇어디서 뭘, 어떻게 사야 할까?

국내시장에서는 미 팜컴퓨팅사의 ‘팜’과 국내회사인 제이텔의 ‘셀빅’이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애니콜PDA폰과 ‘인포기어’를 내놓았다. 애니콜PDA폰은 문화방송의 주말연속극 <엄마야 누나야>에서 탤런트 황수정씨가 들고다니면서 익숙해졌다. 싸이버뱅크(대표 조영선)가 PDA ‘피시-이폰’을 내놓았고, 팜의 국내판매 대행업체였던 세스컴(대표 전병엽)도 이동전화가 가능한 PDA ‘럭시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외국산으로는 컴팩의 ‘아이팩’과 카시오의 ‘카시오페이아’ 시리즈가 유명하다.

가격대를 보면 셀빅과 팜이 가장 대중적으로, 셀빅은 10만원대부터 30만원, 팜은 20만원대부터 60만원대까지 있다. 라이코스 PDA코너에 가면 59만원짜리 팜ⅲc를 33% 싼 39만원에 살 수 있다. 애니콜PDA도 60만원대다. 유니텔(www.unitel.com)의 브라우저를 채택한 제품은 49만원에 할인판매한다. 컴팩의 아이팩은 65만원에서 89만9천원까지 한다. 카이오의 카시오페이아 시리즈도 비슷한 수준이다. 싸이버뱅크의 피시-이폰은 99만원으로 제일 비싸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가격이 대중적인 셀빅과 팜을 권한다.

한국셀빅사용자모임(www.kcug.net)의 운영자 연승훈씨는 셀빅의 최대 강점으로 우수한 한글 기능을 든다. 음력 기능, 한글입력 기능 등 외산제품이 따라올 수 없는 한글인터페이스는 사용자의 편의를 최대화해준다는 것이다. 또한 1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저렴한 가격도 강점이다. 중고제품의 경우 인터넷경매 등을 잘 살펴보면 5만원에도 살 수 있다고 한다.

한국팜사용자모임(www.kpug.net)의 운영자 차정호씨는 팜의 운영체제의 안정성과 풍부한 소프트웨어를 장점으로 든다. 셀빅의 경우 응용소프트웨어가 200∼300개에 불과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쓰이는 팜은 1만2천여개가 넘는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소프트웨어가 다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외국에서도 호환이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PDA가 모두에게 다 좋은 건가

한마디로 아니다. 기기 다루기에 소질이 없는 사람은 사지 않는 것이 낫다. 비싸고 무거운 전자수첩밖에 안 된다. 또한 메모하는 버릇이 없는 사람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메모하기 즐겨하고 기기 다루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딱 맞는다는 것이다.

PDA는 휴대용으로 개발됐지만, 들고다니기 부담스러운 측면은 있다. 상의 주머니에 넣으면 무게 때문에 옷이 늘어지고,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간 액정화면이 깨지는 수가 있다.

PDA는 유지비가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액정화면이 깨지면 10만원 이상의 지출은 각오해야 한다. 마니아들도 1∼2년에 한번씩 액정화면이 깨지는 불상사를 겪는다. 전용펜(스타일러스)을 잃어버리거나 플라스틱 커버가 깨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전용소프트웨어가 셀빅인 경우 프리웨어가 많지만, 팜은 대부분 셰어웨어(사용기한이 정해진 시험판 소프트웨어)이고 정품은 돈을 주고 사야 한다. 일부 이용자들은 암호를 깬(크랙) 소프트웨어를 쓰기도 하지만 불법이란 족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아직 PDA용 소프트웨어는 PC용 소프트웨어 같은 ‘무시무시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지는 몰라도.


팜과 셀빅 사용자에게 필요한 사이트
셀빅
구입,A/S 세스컴(cesscom.com)
라이코스코리아(lycos.co.kr)
남도시스템(palmrepair.co.kr)
제이텔(jtel.co.kr)
제이씨현(jchyun.com)
사용법 가이드 팜사용자모임(kpug.net)
팜기어(palmgear.com)
팜파이(palmpie.com)
셀빅사용자모임(kcug.net)
셀비안(cellvian.com
뉴스정보 아반고닷컴(avantgo.com)
라이코스PDA코너(pda.lycos.co.kr)



이태희 기자/ 한겨레 경제부 hermes@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