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자금 유입은 일시적 현상… 안정적 투자매력 잃어 임대수익 기대
“부동산을 갖고 있는 사람이 고통받는 나라를 만들겠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했던 약속이었다. 물론 투기목적으로 부동산을 과다보유한 부유층과 대기업 등을 겨냥해 세금을 무겁게 물리겠다는 것이었지만. 이 약속은 외환위기 폭발 이후 끝도 없이 부동산 가치가 추락하면서 역설적으로 지켜진 셈이 됐다.
시중 여윳돈 부동산시장에 몰리지만…
그리고 2001년 봄, 부동산이 다시 들뜨고 있다. 저금리와 증시침체로 갈 곳 잃은 시중 여윳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려들고, 마땅히 돈 굴릴 데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뭉칫돈을 싸들고 부동산경매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투자자들한테 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매입한 뒤 임대 및 매매로 생기는 수익 중 일부를 배당금으로 돌려주는 뮤추얼펀드) 열풍에 대한 기대심리도 퍼지고 있다. 과연 부동산은 매력적인 재테크 대상으로 다시 떠오를 것인가. 부동산투자를 포함해 모든 경제행위를 지배하는 원천에는 금리가 자리잡고 있다. 벌이가 되는 쪽으로 흐르게 마련인 돈이 금융권, 부동산, 아니면 장롱 속 그 어디로 움직이느냐를 결정하는 변수가 금리인 것이다. 요즘 부동산이 ‘들뜨는’ 것도 저금리 요인이 가장 크다. 은행에 돈을 넣어둬봤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고 세금 떼고나면 이자를 건지기도 어렵게 되자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는 것이다. 저금리는 최근의 월세전환 추세를 해명해주기도 한다. 은행에 넣어둔 전세금에 이자가 안 붙는 판에 어떤 집주인들 월세전환 욕구를 느끼지 않겠는가. 그러나 전세의 월세전환을 저금리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부동산 전문가는 거의 없다. 월세가 임대차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견해다. 그리고 이는 전세금에서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 때문만이 결코 아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월세전환 추세는 시중금리 때문이라기보다 근본적으로 집값이 오르지 않아서”라고 잘라 말했다. 집값은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15%가량씩 올랐다. 예컨대 자기돈 5천만원에다 전세보증금 5천만원을 끼고 1억원짜리 집을 사면 연평균 15%를 감안할 때 전세기간 2년 뒤에는 1억2300만원이 된다. 집주인은 5천만원을 투자해서 2300만원을 벌고, 세입자는 5천만원으로 1억원짜리 집에 살았던 것이다. 물론 집값이 해마다 15%씩 오른다는 전제가 이를 가능케 해주었다. 이때는 집값의 절반 이상을 대출받아 집을 사거나 1억원짜리 집을 7천만원에 전세놓더라도 나중에 껑충 뛴 집값이 대출이자비용 및 나머지 3천만원에 대한 이자 손해를 메워주고도 남았다. 그러나 부동산을 사놓았다고 돈이 되는 그런 시절은 이미 ‘흘러간 옛날’이 됐다. 우선 부동산시장에서 소유이득이 생길 여지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주택보급률이다. 지난해 12월 현재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전국적으로 94.1%(수도권 84.8%)에 이른다. 정부가 잡고 있는 주택보급률 100% 달성은 당장 내년이다. 부동산투기가 가능할 정도로 집값이 뛴 건 주택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소득격차 등을 감안할 때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이 60%에 이르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본다. 국토연구원 윤주현 연구위원은 “우리도 현재 60%에 다 왔다”며 “집이 모자라 집값이 뛰는 건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그동안 집값과 땅값 급등을 뒷받침해온 것으로 △인구증가 △수도권집중 △도시개발 △연평균 8%에 이르는 경제성장을 들고는, 그러나 이런 여건이 이제 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인구증가 감소로 인한 주택수요 감소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인한 오피스텔 임대수요 감소 △정보기술(IT)산업으로의 구조개편에 따른 토지수요 감소가 부동산 가치하락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내년에 주택보급률 100% 시대 접어들어
또 한 가지, 부동산은 거래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따져야 한다. 대개 새 집을 사면 취득세, 등록세 등을 합쳐 집값의 6.5%, 헌 집을 사면 수리비까지 포함해 10% 정도가 비용으로 잠기게 된다. 여기서도 문제는 집값이 뛸 수 있느냐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집값이 크게 오를 때는 이런 비용을 충분히 메우고 남았지만 그렇지 못한 요즘에는 이런 비용을 감안할 때 금융상품보다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거래비용뿐만이 아니다. 주식은 사고 파는 시점에서만 세금을 내지만 부동산은 보유 자체에 대해 일정기간만 되면 꼬박꼬박 세금을 물어야 하고 감가상각비까지 고려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위축된 주택경기를 부추기고 경기부양을 꾀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를 낮추고 재산세 등 보유세를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이것이 부동산의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건 아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거래비용 등에서 금융상품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는 부동산의 수익률을 ‘보전’해주려고 취득세 등을 깎아주는 조처를 취해왔다”며 “심리적인 기대효과는 있겠지만 집값이 오른다는 전제가 없는 한 거래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깎아준다 해도 집값이 올라야 양도소득세 감면혜택을 보는 것이지 그렇지 못하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얘기다. 부동산 붐이 일어나 투기가 판칠 때 이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게 ‘무거운’ 거래세인데 투기적 요소가 통하기 어려운 지금, 거래세 손질이 부동산을 들뜨게 만들기는 어렵다.
한탕을 노리고 부동산을 사는 건 무모한 행동이 되기 십상인 지금 부동산은 ‘소유’에서 ‘운용’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신기덕 경제연구부장은 “이전에는 땅이든 아파트든 갖고만 있으면 물가인상치 이상으로 자본소득이 있었다. 가격이 오를 기대로 소유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부동산도 운용해서, 즉 굴려서 수익을 내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1억원에 사서 얼마를 더 받고 팔아 차익을 내는 게 아니라 임대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임대수익의 미래는 어떤가. 임대수익을 좌우할 변수로 꼽히는 건 경제성장률과 저평가된 부동산 확보여부다. 신기덕 부장은 “부동산 임대수익은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임대시장으로 돈이 몰리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률도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경기를 민감하게 타는 상가나 오피스텔쪽은 임대가 안 나가고 텅텅 빌 경우 자산가치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높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도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정상이윤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부동산도 리츠 등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간접투자시장으로 급속히 탈바꿈할 것”이라며 “개인이 부동산을 사서 투자하는 게 아니라 노하우가 있는 전문가한테 맡겨 수익을 내는 쪽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이 은행금리 및 주식시장쪽과 견주면서 벌이는, 1% 혹은 0.1% 차이의 피말리는 수익률 내기 게임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임대수익의 미래는 한국경제 상황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운용도 전문가들이 주도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부동산시장은 월세가 정착될 공산이 크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내놓고 있긴 하지만 세입자 처지에서 월세를 원하기도 한다. 전세금이 집값의 80∼9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는 세입자로서 큰 돈을 맡기는 데 따른 위험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114 김희선 이사는 “전세금이 집값의 절반일 때도 세입자들이 떼일 염려를 하면서 이것저것 따져보고 들어갔는데 90%에 육박하면 월세로 가는 게 차라리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형태인 전세제도는 집값 폭등으로 이익을 보려는 집주인과 그런 집주인들 탓에 턱없이 비싸진 집을 살 돈이 없는 사람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나타난 기형적인 형태다. 그러나 이제 1억원짜리 집을 사서 8천만원에 전세를 놓는 건, 집값이 오르지 않는 한 매달 2천만원에 대한 이자 손해만 보는 어리석은 행위가 된다.
요즘 ‘들뜨는’ 부동산은 일부에 국한되는 얘기다. 실질금리 제로시대의 ‘피말리는 0.1% 수익률 경쟁’에서 임대사업용 역세권 소형아파트, 강남 재건축대상 아파트, 테헤란밸리 주변 오피스만 들썩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원은 “이들 물건이 매력을 끄는 건 임대수익”이라며 “옛날에는 사놓으면 돈이 됐지만 이제는 가진 부동산을 ‘어떻게 굴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사진/ 부동산을 사놓았다고 돈이 되는 시절은 이미 ‘흘러간 옛날’이 됐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대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강창광 기자)
그리고 2001년 봄, 부동산이 다시 들뜨고 있다. 저금리와 증시침체로 갈 곳 잃은 시중 여윳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려들고, 마땅히 돈 굴릴 데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뭉칫돈을 싸들고 부동산경매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투자자들한테 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매입한 뒤 임대 및 매매로 생기는 수익 중 일부를 배당금으로 돌려주는 뮤추얼펀드) 열풍에 대한 기대심리도 퍼지고 있다. 과연 부동산은 매력적인 재테크 대상으로 다시 떠오를 것인가. 부동산투자를 포함해 모든 경제행위를 지배하는 원천에는 금리가 자리잡고 있다. 벌이가 되는 쪽으로 흐르게 마련인 돈이 금융권, 부동산, 아니면 장롱 속 그 어디로 움직이느냐를 결정하는 변수가 금리인 것이다. 요즘 부동산이 ‘들뜨는’ 것도 저금리 요인이 가장 크다. 은행에 돈을 넣어둬봤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고 세금 떼고나면 이자를 건지기도 어렵게 되자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는 것이다. 저금리는 최근의 월세전환 추세를 해명해주기도 한다. 은행에 넣어둔 전세금에 이자가 안 붙는 판에 어떤 집주인들 월세전환 욕구를 느끼지 않겠는가. 그러나 전세의 월세전환을 저금리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부동산 전문가는 거의 없다. 월세가 임대차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견해다. 그리고 이는 전세금에서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 때문만이 결코 아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월세전환 추세는 시중금리 때문이라기보다 근본적으로 집값이 오르지 않아서”라고 잘라 말했다. 집값은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15%가량씩 올랐다. 예컨대 자기돈 5천만원에다 전세보증금 5천만원을 끼고 1억원짜리 집을 사면 연평균 15%를 감안할 때 전세기간 2년 뒤에는 1억2300만원이 된다. 집주인은 5천만원을 투자해서 2300만원을 벌고, 세입자는 5천만원으로 1억원짜리 집에 살았던 것이다. 물론 집값이 해마다 15%씩 오른다는 전제가 이를 가능케 해주었다. 이때는 집값의 절반 이상을 대출받아 집을 사거나 1억원짜리 집을 7천만원에 전세놓더라도 나중에 껑충 뛴 집값이 대출이자비용 및 나머지 3천만원에 대한 이자 손해를 메워주고도 남았다. 그러나 부동산을 사놓았다고 돈이 되는 그런 시절은 이미 ‘흘러간 옛날’이 됐다. 우선 부동산시장에서 소유이득이 생길 여지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주택보급률이다. 지난해 12월 현재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전국적으로 94.1%(수도권 84.8%)에 이른다. 정부가 잡고 있는 주택보급률 100% 달성은 당장 내년이다. 부동산투기가 가능할 정도로 집값이 뛴 건 주택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소득격차 등을 감안할 때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이 60%에 이르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본다. 국토연구원 윤주현 연구위원은 “우리도 현재 60%에 다 왔다”며 “집이 모자라 집값이 뛰는 건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그동안 집값과 땅값 급등을 뒷받침해온 것으로 △인구증가 △수도권집중 △도시개발 △연평균 8%에 이르는 경제성장을 들고는, 그러나 이런 여건이 이제 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인구증가 감소로 인한 주택수요 감소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인한 오피스텔 임대수요 감소 △정보기술(IT)산업으로의 구조개편에 따른 토지수요 감소가 부동산 가치하락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내년에 주택보급률 100% 시대 접어들어

사진/ 최근 달아오른 부동산은 일부에 국한된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로 꼽히는 잠실주공 아파트 단지.(이정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