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조영탁] 천일야화, 밤마다 편지 쓰는 남자

750
등록 : 2009-03-04 10:55 수정 : 2009-03-05 19:17

크게 작게

휴넷의 조영탁(44) 대표
그는 매일 밤 편지를 쓴다. 지우고 또 지운다. 좋은 글, 감동을 주는 글을 찾고 찾는다. 그는 일주일에 대여섯 권씩 책을 읽는다. 좋은 글은 볼펜으로 줄을 긋고 컴퓨터에 담아놓는다.

연애편지일까? 아니, 성공편지다. 편지의 정체는 ‘행복한 경영 이야기’다. 밤마다 편지를 쓰는 주인공은 직장인 평생학습 전문기업 휴넷의 조영탁(44) 대표다.

조 대표는 세계적인 경영자나 학자의 명언에 자신의 간결한 해설을 덧붙여 전자우편을 띄운다. 매일 아침 대한민국의 130만 회사원들은 이 편지를 받아본다. 편지는 모닝커피처럼 그윽한 향으로 다가와 직장인의 아침잠을 깨운다. 그가 처음 편지를 띄운 것은 2003년 10월이다. 이후 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편지가 차곡차곡 쌓여 지난해 6월2일 1천 회를 맞기도 했다.

그는 요즘 ‘행복경영론’ 전파에 열심이다. “직원들이 행복하면 자연스레 업무의 질이 높아지고, 업무의 질이 높아지면 고객이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죠. 고객이 만족하면 당연히 수익이 늘어나죠. 결과적으로 주주의 이익으로 귀결됩니다. 직원 행복이 주주 행복의 출발점이자 최대 동력이에요.”

조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 다니다 직장인을 상대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가르치는 휴넷을 세웠다. “외국에 나가거나 국내 대학원에서 MBA를 따려면 많은 비용을 치러야 했어요. MBA 공부를 하고 싶은 직장인들은 많았지만 너무 비쌌어요. 그런 사람을 위한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거죠.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블루오션인 셈이었죠.” 처음에는 온라인 MBA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누가 수강하겠느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관심을 보였고 지금은 졸업생만 5천 명이 넘는다.

그는 ‘자리이타’(自利利他)와 ‘선의후리’(先義後利)라는 말을 경영과 인생의 이념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전자는 남을 이롭게 함으로써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뜻이고, 후자는 의를 앞세우면 이익은 따라온다는 의미다.

휴넷은 매달 한 번씩 유명 인사를 초청해 오프라인 강의를 연다. 조 대표는 그동안 겪었던 수많은 강사 가운데 천문학자 조경철 박사를 떠올렸다. “여든 살인 몸에도 직접 차를 타고 강연장에 오셨어요. 40년 동안 매일같이 주무시기 전 원고지 10장을 쓰신대요. 그리고 그 원고를 모아 180권의 책을 냈다고 합니다. 앞으로 20권을 더 쓰시겠다고 했어요. 그런 열정을 젊은 사람들이 많이 배웠으면 좋겠어요.”

글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