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한겨레 박종식 기자
헌법재판소가 종부세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린 11월13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헌재 결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겨레 이정아 기자
토지 공개념 근거 쑥 들어가 헌재의 논리대로라면 양도소득세도 무사하기 어렵다. 양도소득세는 이미 수십 년간 비과세 기준을 사람별로 판단하지 않고 세대별로 합산해 정했다. 즉 1가구 1주택일 경우만 비과세하는 정책을 지속해오고 있는데, 헌재의 논리대로라면 양도소득세에 대해서도 ‘왜 부부가 한 채씩 주택을 갖고 있다고 하여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오히려 투기지역에서는 중과세까지 하느냐’는 위헌 시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1가구 1주택 보유를 지향해온 부동산 세제정책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이 올까 우려된다. 헌재는 한편 ‘세금폭탄’이라는 비난에 대해 “종합부동산세가 일부 수익세의 성격이 있다”거나 “원본인 부동산 가액의 일부가 잠식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종합부동산세의 골간을 이루는 입법 목적이나 과세체계 전반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한 것이다. 따라서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 부자들에 대한 ‘징벌적 세제’ ‘세금폭탄’이란 주장을 근거로 과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고 누진세율을 절반으로 줄이는 정부의 종부세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이미 세대별 합산이 인별 합산으로 바뀌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감세 효과가 있다. 종부세 개정 논의는 애초에 1가구 1주택 장기·노령 보유자에 대해 징세 유예, 일부 감면 등의 내용을 보완하자는 것이었지, 정부 개정안처럼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에 대해서까지 대폭적인 감면을 추진하자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종부세 보완론이 전면적인 다주택 보유자 보호론으로까지 왜곡된 것은 다분히 이명박 정부의 열성 지지자들에게 보은이 있어야 한다는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되는 점이다. 종부세 폐지는 단순히 부동산 부자 1~2%에게 감세 혜택을 준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부동산 교부세로 지방 재정의 20~30%, 많게는 50%까지 충당하고 있는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근간을 흔드는 것이고, 부산 북구, 광주 북구, 대전 동구, 서울 노원구·은평구 등 가난한 지자체의 서민들, 복지 수혜자들의 복지 혜택 축소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세계 헌법재판사 초유의 사태 혹자는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는 시대에 아직도 1가구 1주택주의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헌재 결정 중 “정당한 증여 의사에 따라 가족 간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도 국민의 권리이다”라는 문구에서도 언뜻 그러한 반문이 읽힌다. 물론 한 세대가 여러 주택을 보유하는 것도 국민의 권리다. 하지만 토지는 유한하고 주택을 무한히 공급할 수 없는 좁은 국토, 특히 수도권에서 한 세대가 다주택을 보유하는 것은 다른 세대가 주택을 보유할 기회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또한 자명하다. 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에 대해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다주택 보유자의 권리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건 아닐 것이다. 헌법재판에서 정부 스스로가 자신이 운영해온 법제도가 위헌이라고 자백하는 의견을 제출한 것은 우리 헌법재판 역사에도 없고 세계 헌법재판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유의 사태다. 더구나 정부가 헌법재판연구관을 직접 찾아가 헌재의 결정 방향을 미리 알아내고자 했다는 의혹은 철저히 진상조사가 이뤄져야겠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하는 정부 개정안이 국민적 반대 여론에 부딪혀 국회 통과가 난망하자 헌법재판을 정부안 밀어붙이기의 계기로 활용하려 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권이 추진한 법제도를 무력화하기 위해 후임 정권이 위헌 의견을 내는 등 헌법재판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헌법재판은 헌법의 정신과 헌법 규정에 의해 법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국민적 불신에 휩싸여 민주주의 근간마저 위태롭게 될 것이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