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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날씨로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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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5-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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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정보 활용한 마케팅 전 업종에 확산… 각종 이상기온 관련 상품 판매도 각광

사진/ 이상고온이 지속되면 관련 의약품 판매가 늘어난다. 열대야를 피해 한강 둔치로 나온 시민들.(김종수 기자)
‘날씨로부터의 해방.’

최근 들어 날씨 위험의 굴레로부터 ‘자유선언’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날씨는 오로지 하늘만이 관장하는 신성불가침한 영역이었다. 날씨의 변덕과 횡포에 기업들은 속수무책인 채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이러던 기업들이 요즘에는 날씨를 영업의 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미 에너지, 유통, 건설, 패션, 농업, 식품, 레저, 심지어 금융업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업종에 걸쳐 날씨에 ‘반기’를 들고 있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더이상 날씨의 ‘농간’에 당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날씨를 활용할 수 있게 된 배경은 좀더 정확해진 기상예보 기술과 함께, 역설적으로 갈수록 잦아지고 있는 기상이변에서 비롯된다. 과학기술 특히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기상예보 기술은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1년 앞의 날씨예보에 대한 정확도가 무려 90%에 이르는 장기 예보서비스를 해주고 있는 기상관측업체가 등장했을 정도다. 여기에 엘니뇨(이상고온), 라니냐(이상저온) 현상으로 대표되는 잦은 기상이변은 기업들로 하여금 더이상 날씨에 대한 무조건적인 종속을 거부하게 만들고 있다. 미래에 대한 날씨정보 없이 예전처럼 과거 기상 패턴만 믿고 사업을 하다간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어서이다.

‘날씨 경영’(Weather Management)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비즈니스 세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심지어 날씨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다 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죄’로 자리에서 쫓겨나는 최고경영자(CEO)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마다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날씨정보를 앞다퉈 기업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예컨대 월마트, 케이마트, 제이씨페니 같은 세계적인 유통업체들이 연간 사업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하게 검토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1년 앞까지의 장·단기 날씨정보다. 이들 업체는 날씨정보를 바탕으로 상품별 최적의 주문량과 재고량, 판매량 등을 예상해 결정한다. 폭풍우나 장마 등과 같은 악천후까지 수익 창출원으로 적극 활용하는 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바야흐로 날씨야말로 활용하기에 따라 막대한 부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무엇보다도 값진 정보가 되는 세상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소규모 영세업체들까지 가장 손쉽게 날씨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날씨보험을 판매촉진을 위한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다. 가령 최근 한 국내 가전회사가 신형 에어컨을 판매하면서 고객들에게 ‘올 6∼8월 중 섭씨 30도를 웃도는 날이 12일 미만일 경우 에어컨 1대당 40만원을 환불’해주는 보험상품을 공짜로 제공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런 날씨보험을 극히 드물게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손바닥만한 보석가게까지 판촉용 날씨보험을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날씨보험이 이처럼 대중화되다보니 날씨보험만을 전문으로 취급해 판매하는 날씨보험 전문회사까지 여럿 성업중이다.

캐나다 에드먼턴시의 보석가게인 크로울리도 날씨보험을 활용해 톡톡히 재미를 본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가게의 주인이 장사가 안 돼 판매량이 저조하자 해결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바로 날씨 프로모션 보험이다. 새해 1월1일 에드먼턴시에 눈이 7.5cm 이상 오면 그 전해인 11월 중순부터 12월26일 사이 고객이 구입한 보석대금을 100% 환불해 주겠다는 것이 주요 행사 내용이었다. 이 기발한 행사 덕에 이 기간 동안 크로울리는 전년도보다 30%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을 거뒀다. 여기에 1월1일 날 폭설이 내려 행사기간 중 고객들이 구입한 보석대금을 전액 환불해줬다. 공짜로 보석을 구입하게 되자 기분이 좋아진 고객들이 또다시 몰려와 보석을 사가는 바람에 1분기에만 전년도에 비해 무려 40% 이상 매출이 늘어났다. 물론 이 회사는 날씨보험에 가입해 둔 덕에 환불해준 액수보다 훨씬 많은 보험금을 타는 행운까지 누렸다.

상품마다 날씨보험 가입해 판매량 늘려

사진/ 비가 5mm이상 내리면, 방문객이 맑은 날보다 80%가량 줄어드는 놀이공원. 날씨보험을 활용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자동차 렌트회사인 포템킨도 날씨보험으로 몇해 전 큰 이득을 봤다. 이 회사는 그해 12월22일부터 다음해 1월2일 사이에 자동차를 빌려간 사람들에게 다음해 1월8일 뉴욕에 눈이 4cm 이상 내리면 대여비 전액을 환불해주기로 했다. 날씨보험에 가입했기에 가능한 프로모션이었다. 이 기간에 이 회사는 평소보다 5배가량 많은 대여건수를 올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 회사 역시 1월8일에 폭설이 쏟아져 무려 150만달러가 넘는 대여료 전액을 환불해줬다. 환불대금을 날씨보험금으로 충당했음은 물론이다. 지역신문에 이 날씨마케팅이 대서특필대면서 포템킨이라는 회사명은 뉴욕 시민들의 입에 회자되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보너스까지 받았다.

기업뿐 아니라 대학이나 단체 등도 날씨정보를 활용해 큰 수익을 내고 있다. 미국 노던일리노이대학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장기예보모델을 활용해 냉·난방용 에너지를 구입한다. 예를 들어 올 겨울에 날씨가 예년에 비해 따뜻할 것이라는 자체 장기예보가 나오면 고정가격 대신 변동가격으로 에너지 구입계약을 한다. 나중에 겨울이 따뜻해 에너지 수요가 줄어 난방유 가격이 떨어지면 싸게 구입하기 위해서다. 이 대학은 장기예보를 활용한 이후 매년 50만달러 이상의 에너지 구입경비를 줄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최근에는 아예 기상전문가를 대학의 정규직원으로 파격 영입했다. 에너지 구입건 외에 날씨에 연관된 각종 사안을 대학당국이 결정할 때 기상전문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에서다.

날씨 자체가 초특급 영업사원 노릇을 톡톡히 해줘 부를 창출해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알레르기 치료제를 만드는 제약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에는 엘니뇨 현상으로 대표되는 이상 고온현상이 초특급 영업사원이다. 알레르기 치료제는 통상 봄철과 가을철에 가장 많이 팔렸다. 그러던 것이 최근 이상고온으로 인해 사시사철 구분없이 팔리는 인기 의약품으로 도약했다. 이상고온으로 인해 알레르기의 주범인 꽃가루가 예전보다 훨씬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 결과 미국의 관련 제약회사들은 매년 25% 이상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봄철과 가을철에만 매장의 중앙을 차지하던 알레르기 약품이 지금은 일년 내내 약국 매장의 한가운데를 안방처럼 쓰고 있을 정도다. 사실 알레르기 치료제업체처럼 장기적인 날씨패턴을 잘 분석하면 다양한 업종의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주식시장의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에게 업종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령 올 여름 고온다습한 기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애널리스트들은 농약제조회사의 주식매수를 추천한다. 농약수요가 크게 늘기 때문이다.

광고의 효과는 날씨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광고대행사나 광고를 하려는 업체들이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광고 집행시기다.

실제로 미국의 마케팅업체 TSMS는 날씨별로 광고효과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날씨에 따라 차별화된 TV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아예 날씨가 맑을 때만 TV광고를 하고 있다. 물론 수요초과 현상을 빚고 있는 국내 공중파방송의 광고시장은 미국과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케이블방송과 같이 광고시간대나 조건을 조절할 수 있는 방송에 대해서는 충분히 날씨광고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아이스크림은 기온이 25도에서 30도로 올라갈 때 판매량이 무려 50%가량 증가한다. 아이스크림 광고를 집행하더라도 기온이 25도 이상일 때와 그 이하일 때의 광고효과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모기지수·자외선지수 등 개발하기도

패스트푸드 업체인 크래프트도 광고집행에 있어 날씨를 적극 활용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일정 기온 이상이 되는 무더운 여름에 광고를 집중한다. 날씨가 무더워지면 주타깃인 주부들이 뜨거운 가스불이 있는 부엌에서 일하는 것을 싫어하는 심리를 파고든 전략이다. 실제로 “무더운 여름에 음식 만드느라 땀 흘리지 말고 패스트푸드로 대신하라”는 메시지가 설득력 있게 먹혀들고 있다.

날씨와 연관된 지수를 활용해 효과를 보는 마케팅전략도 있다. ‘모기지수’가 대표적이다. 모기 살충제를 판매하는 한국크로락스는 자사제품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한 날씨서비스 업체와 함께 모기지수를 개발했다. 모기의 부화와 서식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온도, 습도, 강수량 등을 분석해 모기의 출몰 정도를 숫자로 표시한 것이다. 한국크로락스는 지난해 여름 이 모기지수를 자사 인터넷홈페이지와 모든 광고물에 날마다 표시를 해 일반인들에게 흥미를 끌었다. 이 지수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매일 모기가 어느 정도 나타날 것인지를 알려주면서 은근히 자사제품을 알리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미국의 셰링 플라우가 개발한 자외선지수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출발했다. 자외선 차단크림을 판매하는 이 회사는 자체개발한 자외선지수를 ‘레이-밴(Ray-Ban) 지수’라는 이름을 붙여 마케팅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머릿결 지수’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날씨지수 가운데 하나다. 여름에 습도가 높으면 모발용 젤을 아무리 정성들여 바르더라도 머리가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이 지수는 강수량과 습도, 바람 등을 고려해 산출된다. 미국의 모발용 젤, 스프레이 업체 등은 이 지수를 활용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의 의류제조 및 유통업체인 헬리 한센은 날씨를 패션 매장에 활용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회사는 바깥 기온에 따라 매장 진열을 수시로 바꾸는 마케팅 전략으로 유명하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기상 측정 장비를 매장 건물의 옥상에 설치해 활용했다. 매장 안에서는 전송받은 기상정보에 따라 의류의 종류와 분위기를 맞춰 매장 진열을 수시로 바꿔줬다. 특히 이 매장은 ‘겹쳐입기’ 코디네이션 기법을 활용해 날씨에 따라 전시되는 의류를 간편하게 교체할 수 있었다. 수시로 달라지는 매장 연출은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데 대성공이었다. 또한 ‘수시로 변하는 날씨에 따라 가장 조화롭게 입을 수 있는 의류 브랜드’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심어주는 성과를 낳았다.

날씨경영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자리잡아

얼마 전 미국 상무부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산업분야 가운에 70% 이상이 날씨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실 날씨로부터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분야까지 포함한다면 날씨와 무관한 사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업마다 어떤 형태로든 날씨를 활용해 효과를 볼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날씨경영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

사실 날씨경영은 다른 분야에 비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업이 정확하게 날씨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가를 알게 되면 이미 그 기업은 절반 이상 날씨경영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해의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1년 앞까지의 날씨정보를 활용하는 업체와 과거 날씨 패턴만 가지고 감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 중 어느 곳이 더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까?

류성/ 케이웨더(www.kweather.co.kr) 신규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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