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가격결정권 갖는 인터넷 역경매… 전자제품 중심으로 시장 확산 추세 
  
“가격이 떨어지는 끝을 보여주마.”  
  인터넷 역경매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쌍방향성이라는 인터넷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린 비즈니스모델로 평가되기까지도 한다. 
  역경매란 경매의 반대말로 생각하면 된다. 특정상품을 두고 여러 수요자가 응찰해 가격을 높여가는 것이 경매라면, 역경매는 특정 상품에 대해 여러 명의 공급자가 참가해 가격을 낮춰가는 것이다. 
  역경매 방식을 인터넷에 처음으로 도입한 것은 미국의 프라이스라인(www.priceline.com)이다. 프라이스라인은 비행기의 좌석과 호텔의 객석 그리고 통신회선의 상품 특성에 주목했다. 이들 상품들은 팔리지 않으면 끝이다. 재고로 남겨둘 수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헐값에라도 하나라도 더 파는 것이 최선이다. 한 비행기에 타고 있는 승객들중에 같은 가격에 좌석표를 산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역경매는 이렇듯 품질수준은 동일하면서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상품의 판매에 최적의 수단이다. 이런 역경매 방식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회사는 예쓰월드(www.yess.co.kr)다. 이 회사가 취급하는 상품은 전자제품이다. 전자제품은 메이커의 이름만으로 상품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고, 복잡한 유통경로 때문에 서로 다른 가격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역경매 대상으로는 최적이었다. 
 
신뢰성 높은 상품을 공급자가 가격 제시	
	
(사진/“이보다 쌀 수는 없다.”역경매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골라 놓으면 공급자들이 낮은 가격을 제시해 일정 시점에 낙찰에 이른다)	
 	
(사진/소비자들은 가격비교사이트에서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고 역경매에 참여하는 게 좋다. 가격비교사이트인 숍비인더와 야비스)

(사진/국내에서 역경매 방식의 전자상거래를 처음으로 도입한 예쓰월드. 타사보다 적은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면서도 상반기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신뢰성 높은 상품을 공급자가 가격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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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쓰월드의 상반기 실적은 역경매의 인기를 증명한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예쓰월드는 1월부터 6월까지 월평균 284%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하면서 10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익은 3억6900만원.
예쓰월드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부터였다. 전자제품을 편하고 값싸게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송이나 서비스 등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소문이 난 덕분이었다. 우리나라 전자제품 유통의 메카인 용산전자상가의 총판의 60% 이상을 공급선으로 두고 있는 덕분이다. 예쓰월드의 인기와 매출규모는 엄청난 광고비를 쏟아붓고 있는 인터넷백화점 ‘인터파크’가 같은 기간 매출액이 76억원 수준이라는 것과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경매사이트 옥션의 경우도 매출액은 60억원에 불과했다. 때문에 인터파크와 옥션은 각각 상반기 적자액이 80억원과 70억원에 이르렀다. 반면 예쓰월드가 들인 마케팅 비용은 이벤트 비용 8천여만원을 포함해 1억8천여만원 수준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예쓰월드 이외에도 예스프라이스(yesprice.intz.com/merchendiser), 프라이스키스(www.pricekiss.com) 등의 역경매사이트가 개설되어 있다. 그렇다면 직접 역경매에 참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경매는 매우 간단하다. 자신이 원하는 상품만 골라놓으면 가격은 공급자들이 정한다. 최근 사람들의 관심이 늘고 있는 디지털카메라를 예쓰월드에서 사보자. 예쓰월드는 백화점식 쇼핑몰과 달리 전자제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제품의 구색이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단 화면상단 메뉴의 카메라 코너에서 ‘디지털카메라’를 꼭 누르면 삼성항공 제품 5가지를 비롯해 산요, 소니, 도시바, 휴렛패커드, 엡손 등 국내에서 판매되는 디지털카메라 29종류를 만나볼 수 있다. 카메라의 모델을 선택하면 카메라의 외양과 설계구조에 대한 설명이 담긴 창이 뜨는데, 일부 제품은 이리저리 돌려보며 앞과 옆, 뒷모습까지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실제 구입한 사람들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들을 올린 리뷰난도 사기 전에 꼭 읽어봐야 할 부분이다. 사용자들이 직접 올린 리뷰지만, 자신의 경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의 정보파악을 통해 꼼꼼히 쓴 전문가 뺨치는 수준의 글도 있다. 리뷰난 등 상품 정보 꼼꼼히 챙겨야 역경매는 가격이 떨어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시작가격이 있다. 예쓰월드의 경우 역경매 시작가는 각 브랜드별 제조회사의 인터넷 전자쇼핑몰의 제품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역경매 상황판의 결과 보기를 찾아보면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37만원에 역경매에 들어간 삼성항공의 DG-MAX 800S 제품이 34만5천원에 낙찰된 것을 볼 수 있다. 비교를 위해 삼성카메라(www.zoomin.co.kr)의 쇼핑몰에 들어가본 결과 같은 제품 가격은 37만원으로 되어 있었다. 이 가격은 시중에서 구입할 때보다 최소 10%, 최고 25%까지 싸다는 게 예쓰월드 관계자의 설명이다. 예쓰월드 역경매를 사용하면 가장 유리한 이들은 바로 예비 신랑·신부들이다. 여기의 혼수전문 코너를 이용하면 다양한 제품들을 싼값에 살 수 있는데, 혼수가전의 경우 역경매를 통해 구매한 패키지의 평균가격은 320만원선이라고 한다. 힘들게 다리품 팔아도 텔레비전, 냉장고 등 구색을 갖추다보면 400만원은 쉽게 넘어가는 것과 비교한다면 꽤나 매력적이다. 역경매는 신청한 다음날 오후 6시에 종료되는데, 그 결과는 홈페이지에 들러서 확인하면 된다. 이동전화 번호를 넣어두면 문자메시지로 결과를 알려준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숍바인더(www.shopbinder.com)나 야비스(www.yavis.com) 같은 가격비교사이트와 제품의 가격을 서로 비교해보고 사는 방법도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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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츠닷컴이 운영하는 예스프라이스의 경우는 컴퓨터와 가전제품 등의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화장품·향수, 패션·잡화 그리고 유아용품·완구 등 다양한 상품을 역경매 방식으로 판매한다. 예스프라이스는 또한 입찰을 한 뒤 10분 안에 역경매가 이뤄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소비자가 역경매를 시작하면 공급자들에게 이동전화로 곧바로 연락을 취해 경쟁적으로 응찰을 하도록 하는 시스템 덕분이라고 한다. 소비자의 경우도 이동전화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그 결과를 곧바로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예스프라이스는 숍바인더와 제휴를 맺어 역경매 결과를 다른 사이트의 판매가격과 비교할 수 있게 했다.
프라이스키스의 경우는 미국의 프라이스라인처럼 주로 국제전화와 항공권 그리고 호텔의 숙박권을 역경매 방식으로 판매한다. 호텔의 경우 국내 40여개의 특1급 이상의 호텔들을 대상으로 하며, 항공권의 경우 국내선을 포함한 미국 일본 등 21개국 64개 도시를 연결하는 항공권을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가 가격 정해 공급자 물색하기도 프라이스키스의 경우는 앞서 예를 든 예쓰월드나 예스프라이스와는 다른 역경매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소비자가 원하는 항공요금이나 숙박요금을 정해서 대금결제를 위한 신용카드 정보와 함께 사이트에 올리게 되면, 프라이스키스쪽에서 그 정보를 공급자들에게 전달해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을 찾는 방식이다. 즉, 시작가를 정해두고 공급자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정한 가격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급자를 찾는 방식이다. 때문에 이를 이용하려는 소비자는 호텔이나 항공사, 여행사의 홈페이지 등에서 미리 가격을 확인하고, 이보다 10∼20% 정도 싼 가격을 불러보는 것이 낙찰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역경매는 이렇듯 가격 결정의 힘을 공급자에서 소비자에게로 넘겼다. 소비자 주도의 경제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예쓰월드의 이상길 이사는 “지난해 말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전자제품 총판들이 인터넷으로, 그것도 역경매라는 듣도보도 못한 방식으로 상품을 판다는 소리에 다들 코웃음을 쳤다”면서 “하지만 인터넷은 반년 만에 그들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으며 앞으로도 더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의 형태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희 기자/ 한겨레 디지털부herme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