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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재테크 클리닉/ 문화적 투자 ‘네티즌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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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4-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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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반 등 흥행에 따라 수익금 배당… 고수익 기대 ‘묻지마 투자’는 금물

인터넷을 통해 영화나 음반 등 문화사업 투자에 참여함으로써 그 수익금을 배당받을 수 있는 ‘네티즌펀드’(엔터테인먼트펀드, 엔터펀드, 테마인베스트먼트)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 등에 대한 투자비용을 제작사의 자체자금이나 은행 및 창업투자회사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제작비를 인터넷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직접 공개 모집한 뒤 흥행성적에 따라 이익금을 나누는 것이다.

네티즌펀드는 초기제작 단계에서부터 많은 네티즌들의 참여가 이뤄짐으로써 흥행에도 크게 도움을 준다. 이처럼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1차 목적 외에 저비용의 마케팅효과까지 겨냥할 수 있어 네티즌펀드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영화분야에선 지난 99년 인츠필름이 <반칙왕>에 네티즌펀드를 처음 도입, 97%의 수익률을 올려 대박의 꿈을 부풀렸다. 현재 네티즌을 대상으로 영화투자 펀드를 결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이트는 인츠닷컴(film.intz.com), 엔터펀드(enterfund.simmani.com), 엔터스탁(www.entersdaq.com), 구스닥(www.goodsdaq.co.kr), 한스붐(www.hansboom.com), 지팬(www.gfan.net) 등이다.

네티즌펀드에 투자하려면 우선 해당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여기서 제공되는 관련정보를 잘 검토한 뒤 투자를 원하는 작품을 뽑는다. 이어 입금계좌에 자신이 투자할 금액을 넣으면 되는데 사이트 또는 작품에 따라 금액 한도를 두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입금시기가 늦어 가입되지 않았을 경우 투자금은 되돌려받게 된다.

투자기간은 보통 6개월∼1년이며 수익률 배분은 영화가 종영되고 비디오 판권계약에 들어가는 시점에서 보유지분율에 따라 이뤄진다.


사이트에 따라서는 수익배분을 받기 이전이라도 마치 주식거래를 하는 것과 같은 거래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자유롭게 사고팔 수도 있다.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는 매매는 공모기회를 놓친 투자자에게 다시 투자기회를 줄 뿐 아니라 투자기회를 이미 확보한 투자자에게는 조기에 수익을 실현토록 하는 의미도 있다. 거래는 1구좌(계좌)를 단위로 이뤄지고 수수료는 0.5∼1% 수준이다.

인츠닷컴은 현재 5만원을 한 계좌로 펀드를 결성,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 대한 투자금을 모으고 있으며 이어 5월에는 <무사>에 대한 펀드를 모집할 예정이다. 엔터펀드는 영화 <파이란>에 대해 공모를 진행중이며 4월 말 <2009 로스트 메모리즈>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펀드를 결성할 예정이다. 지팬은 영화 <게이머>를 공모중이며 구스닥은 오는 5월 영화 <프린스&프린세스>에 대한 투자자금을 모집할 계획이다.

영화에서 시작된 네티즌펀드는 최근 가요계의 음반제작과 연극, 뮤지컬, 콘서트, 애니메이션 분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스붐은 지난해 11월 <김경호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네티즌펀드를 결성해 10.4%의 수익을 올렸고, 엔터펀드는 조관우의 6집음반에서 이익이 발생하지 않고 손실을 입어도 원금을 돌려주는 최초의 원금보장형 네티즌펀드를 결성했다. 지팬에서는 현재 ‘네이티브’ 1집 음반을 공모중이며 공연 ‘아빠의 청춘’과 ‘K2라이브앨범’의 공모를 마감했다. 한스붐은 ‘ZALL프로젝트’ 음반을 공모중이며 구스닥에서는 ‘김진표3집’의 공모를 끝마쳤다.

이같은 문화투자에 대한 열풍에선 ‘묻지마 투자’와 같은 일부 부정적인 모습도 나타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모든 네티즌펀드가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올해 3억3천만원을 공모한 한스붐의 <천사몽>은 흥행참패로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손실을 끼칠 것으로 보이며 <킬리만자로>는 54%, <눈물>은 40%의 손실률을 기록해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혔다.

따라서 흥행성과 작품성에 대한 신중한 분석을 통한 건전한 투자자세가 요구된다.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보다는 문화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하는 게 여러모로 바람직할 것이다.

박준희/ 모어댄뱅크 danjiya@money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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