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거주’ 대상으로 여겨져 폭등 난망… 리모델링·임대시장 등 새롭게 떠올라
아마 많은 이들이 지난 1998년의 ‘전세대란’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집값이 폭락하면서 전셋값 또한 큰폭으로 하락했다. 기존의 집주인과 임차인의 관계가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렸다. 임차인들이 집주인을 상대로 전세금 반환 소송을 청구하였다는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1년 봄, 부동산시장은 ‘또다른’ 전세대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번에는 말 그대로 전세를 구하기조차 어렵다. 가격이 비싸서라기보다 전세로 나온 매물을 찾기가 어렵다.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6%대인 시중금리에 비해 12∼15%를 유지하고 있는 월세를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전셋집 품귀현상… 아파트 시세차익 없어
서울시의 아파트 매물 중 30% 정도가 월세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서울의 일부지역에는 매물의 90%가 월세인 지역도 있다. 올 부동산시장의 첫 화두는 이렇게 월세문제로 시작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올 봄 이사철이 지난 뒤에도 반복적으로 강화돼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월 주택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서울의 20평 이하 아파트가 가격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3개월 새 서울과 경기도의 20평 이하 아파트는 3.3%나 올랐다. 전세가격 역시 서울과 수도권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20평 이하와 21∼30평 사이의 중소형 아파트의 전셋값이 5% 정도 상승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가격상승은 서울 및 수도권과 중소형 아파트에 국한된 모습이다. 이런 지역을 빼고 이사철을 맞이한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하면, 주택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세였다. 대부분의 아파트값은 아직 ‘IMF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반면, 3월 현재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은 사상최고로 치솟아 있다. 전국적으로 60%에 달하고 있는 아파트 전세/매매비율이 일부 지역에선 90%에 이르고 있다. 최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대폭 낮아지고 있어, 이러한 지역에서는 대출을 받아 내집 마련에 나서는 적극적인 전략을 펴볼 만하다.
이러한 부동산시장의 변화에서 우리는 이제 주택이 더이상 ‘투기’의 대상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이제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큰 시세차익을 얻겠다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부동산의 가치가 얼마를 주고 샀느냐에 있지 않고 해당 부동산으로부터 얼마만큼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느냐에 의해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앞서 언급했던 주택임대시장의 월세전환 현상은 이러한 시장 변화의 큰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어느 인터넷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월세전환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월세라는 임대형식이 갖는 선입견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아직은 ‘월세’가 저소득층의 임대방식이라는 편견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선진국의 임대형식이 대부분 월세형태이고 국내에서도 이미 대형 고급 아파트와 빌라, 외국인을 상대로 한 월세방식의 임대가 차츰 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누구라도 이제는 주택의 임대형식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어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부동산 관련 서적의 제목과 같이 주택을 절대로 사서는 안 되는 것일까?
월세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예견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당장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먼저 임차인의 경우 12∼15%에 해당하는 높은 이자율의 월세를 내는 것보다는 전세로 지불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또한 기존의 전세를 연간 15%를 적용해 월세로 전환했을 때, 현재의 소득에서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집주인의 입장에서도 월세중단과 미납, 보증금을 모두 소비하고도 세입자가 집을 비워주지 않는 등 전세 계약에서는 겪지 않아도 될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따라서 집주인, 임차인 모두의 필요에 의해 당분간 전세시장은 우리나라 주택임대의 주요한 방식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재건축 경기 시들·소형아파트는 상승세 유지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주택의 임대방식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전히 내집을 마련, 이사갈 걱정없이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인가?
앞으로 주택은 ‘투자’보다는 ‘거주’의 대상이란 점에 비중을 둬야 한다. ‘어디에 집을 사면 가격이 오를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떠한 해결점도 찾을 수 없다. 앞으로 주택가격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니, 이전과 같은 폭등은 이제 없다. 앞으로는 소득·생활수준과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자녀들의 교육에 이로운 곳, 주변환경이 좋아 퇴근 뒤 여가시간을 활용하기에 적합한 곳 등 살아갈 공간으로서 주택을 선택하여야 한다.
최근 주택에 대한 재건축이 시들해지고 리모델링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실제 이와 관련된 법률이 연내에 정비될 계획이다. 앞으로는 새로운 주거환경을 찾아 자주 이사하지 않고 이렇게 유지보수를 통해 기존의 주택에서 오래 거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미래의 변화를 읽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택구입에 대한 결정이나 입지선정 때 변화가 생길 것이다. 적어도 의사결정의 우선순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주택은행 외 일반은행에서도 주택청약예금이나 부금을 취급할 수 있게 되면서 여타은행의 주택대출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지난 3월16일 정부의 전·월세 안정대책으로 서민들의 주택마련을 위한 각종 자금지원의 폭이 넓어지고 이율도 하향 조정됐다.
반면, 난개발방지대책과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제정, 재건축시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의무화(300세대 이상)되는 등 각종 개발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광역교통시설부담금(공사비의 1%)과 환경보전비(재건축시 철거비의 0.7%)가 부과됨에 따라 신규 분양주택의 분양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만약 무주택 서민의 경우라면, 20평 이하 주택을 마련하기에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본다.
주택을 통해 재테크를 고려하고 있다면 임대주택 사업을 권장해 볼 만하다. 현재 임대주택사업자에게는 25.7평 미만의 주택을 임대할 경우 등록·취득세 감면(50∼100% 면제) 등 각종 세제지원은 물론 구입자금에 대한 금융지원도 저리(연 5.5%)에 받을 수 있다. 특히 소형임대의 경우 수요자가 많은 데 비해 실제 공급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 임대물량이 빠르게 소화되고 있다. 월세시장의 확대는 이러한 임대주택사업의 활성화에 대한 청신호로 해석된다.
더불어 수도권 소형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격의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투자가치가 더욱 높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오는 7월부터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제도가 시행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리츠제도가 도입되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사듯 부동산시장에서도 소액투자가 가능해진다.
임대주택 유지·관리 업종 영역 확대
이에 따라 부동산투자회사들은 현금흐름이 좋은 상업용 건물이나 주택 등을 대상으로 이익을 창출하려 할 것이다. 아직은 월세제도가 상업용 부동산(오피스 빌딩)의 임대형식으로 정착돼 있어 부동산투자회사들이 상업용 부동산의 매입에 치중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의 주택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는 월세제도는 부동산투자회사들로 하여금 주택임대시장의 진입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주택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사업자가 전국에 총 1만2천여명이며 이런 임대사업자를 통해 임대되고 있는 주택이 48만6천여호(우리나라 전체 주택재고의 4.2%)에 이르고 있다. 아마 사업자 등록 없이 개인이 임대하는 것까지 포함한다면 임대시장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향후 주택임대시장의 규모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주택가격이 안정되고 ‘소유’보다는 ‘거주’의 개념이 커질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아예 임대를 목적으로 주택을 건설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임대주택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주택관리업도 중요한 사업의 영역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사진/주택임대시장의 월세전환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개업소에도 전세매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김진수 기자)

사진/주택을 통한 재테크의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수도권 소형아파트는 매매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 투자가치가 있다.(강재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