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빈 강정식 사업실적 결합재무제표로 들통나… 재계도 부실 기업집단 퇴출 목소리
가전제품 대리점을 하고 운영하고 있는 문어발씨는 1년 전에 가게 확장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옆집에 있는 전멍청씨에게 1억원을 좀 꿔달라고 했다. 10평 남짓의 현재 가게 임대보증금이 1억원 정도이니까 떼일 염려가 없다고 하자, 전멍청씨는 “그러면 이자는 떼일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문어발씨는 잠깐 기다리라고 한 뒤 자기부인 이름으로 되어 있는 임대계약서를 보여주며 “내 가게이고 마누라도 등기상 주인으로 되어 있으니까 우리집은 2억원짜리 재산이 있다”며 이자까지 듬뿍 쳐서 확실하게 갚겠다고 했다.
그래도 전멍청씨가 ‘어쩐지 조금 이상하다’는 듯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문어발씨는 “아 글쎄, 가게를 이번에 늘리면 한달에 수익이 적어도 300만원은 더 늘어나니까 달마다 150만원씩 이자를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달에 1부5리씩 이자를 받으니까 전씨로서는 달콤한 제안이었다. 이렇게 해서 문어발씨의 작전은 성공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문어발씨는 가게영업이 생각만큼 잘되지 않아 전씨에게서 꾼 돈의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제때 갚을 수 없게 됐다. 하는 수 없이 1년 더 꿔달라고 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늘어난 가게 수익을 가지고서는 자신의 빚감당 능력을 전멍청씨에게 설득하기가 불가능하다. 이번에는 가게 매출전표의 절반을 가계부에다 옮겨 전씨에게 이렇게 말한다. “집안 식구들도 나서서 가게에서 올리는 매출의 절반만큼 제품을 파니까 충분히 돈을 갚을 수 있다.” 전멍청씨는 또 ‘그런가보다’하며 빚독촉을 않고 그냥 넘어간다.
문어발식 뻥튀기 실체 오롯이 밝혀져
이런 문어발씨의 수법은 국내 재벌기업들의 사업행태와 다르지 않다. 주머니와 쌈지의 이동이냐, 아니면 기업들끼리 거래이냐의 차이뿐이다. 계열사들끼리 상호출자로 가공자산을 만들고, 내부거래로 매출을 뻥튀기하는 것은 바로 재벌들이 돈을 쉽게, 좋은 조건으로 꾸기 위해 상습적으로 동원해온 수법이다. 그러나 이런 뻥튀기의 실체가 최근 발표된 결합재무제표를 통해 들통이 났다. 결합재무제표는, 실제로 지배주주가 같은 수많은 기업들을 1개의 회사로 취급해 재무상태와 영업실적을 기록한 장부이다. 계열사끼리 출자나 상품거래, 자금거래 등은 모두 상계처리한다. 외부와의 거래만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계열사 각각의 재무제표를 단순합계한 것보다 자산과 매출액, 이익규모 등이 크게 줄어든다. 부채 역시 중복될 경우에는 1개 기업 것만 계산함으로써 각각의 부채를 합쳤을 때보다 감소한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처음으로 16개 재벌그룹들에게 지난 99년 사업연도 실적을 모아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도록 했다. 원래는 30대 재벌을 대상으로 했으나, 비교적 지배구조가 간단해 주력기업 몇개의 연결재무제표만으로 그룹 전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데는 제외시켰다. 아무튼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한 결과, 예상대로 재벌들의 자산이 개별재무제표를 단순 합계한 것보다 크게 줄었다. 특히 4대 재벌이 계열사끼리 내부지분거래를 통해 자본규모를 크게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결합재무제표에 따른 4대 재벌의 자본규모는 단순합산한 재무제표와 비교할 때 33∼46%까지 줄었다. 4대 재벌의 총 자본규모는 69조9천억원으로 16개 그룹 전체의 자본 71.8%를 차지한다. 그룹별로는 현대가 25조2천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은 22조8천억원, LG 12조원, SK 9.6조원 순이다. 단순합산 재무제표와 비교했을 경우 현대는 12조4천억원(32.9%), 삼성이 14조2천억원(38.4%), LG 8.5조원(41.4%), SK 8조1천억원(45.8%)씩 자본이 감소했다. 매출도 그동한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해 이중, 삼중으로 계산된 규모가 엄청났다. 역시 4대 재벌의 내부거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대 삼성 LG SK 등 4대 그룹 총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9.2%(155조2100억원)로 4대 이하 16대 그룹의 평균 13.4%에 견줘 훨씬 높게 나타났다. 그룹별 내부거래비중은 삼성이 41.7%, 현대 38.1%, LG가 38%, SK가 36.1%의 순으로 높았다. 단순합산 재무제표와 매출을 비교했을 때 현대는 43조원, 삼성 64조1천억원, LG 31조8천억원, SK가 18조4천억원씩 줄었다. 4대 재벌 자산규모 33∼46%까지 줄어
안정성 지표인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우려와는 달리 비교적 양호하게 나타났다. 금융업을 제외할 경우 4대 그룹이 평균 225.4%, 4대 이하 16대까지는 평균 225.6%를 기록했다. 그룹별로는 롯데가 81.95%로 가장 우량했다. 다음으로 삼성이 194%였으며 나머지는 모두 200%를 초과했다.
하지만 유동비율을 기준으로한 안정성에서는 ‘문제재벌’이 수두룩하다. 유동비율은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유동자산)을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유동부채)로 나눈 값이다. 기업이 일시적 유동성위기시에 견딜 수 있으려면 이 비율이 적어도 80%를 넘어야 한다. 그런데 비금융업 기준으로 삼성(95.77%)을 제외하고는 현대(80.79%), LG(75.19%), SK(75.19%)가 모두 위험수위에 있다. 4대 이하에서 한화(49.94%), 쌍용(59.35%), 한솔(73.73%) 등의 유동비율도 두드러지게 저조했다. 쌍용은 부채비율도 1789%로 아주 높은 수준인데 유동비율까지 낮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영업이익률)은 16개 재벌 전체 평균이 6.6%. 지난해 1천원어치 물건을 팔았을 때 고작 6.6원씩 이익을 냈다는 얘기이다. 4대 재벌의 경우 비금융업 영업이익률은 8.18%였지만 금융업에서는 1.33%에 그쳤다. 이는 4대 재벌 계열 금융회사들이 본래 목적의 영업상 이익보다 그룹 계열사에 대한 돈줄 구실에 전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부채수준을 감안해 수익성을 따지면 재벌들은 더 갑갑하다. 얼마 전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금융권 잠재부실채권 규모와 2차 금융구조조정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수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전체의 20%를 넘는다며 이런 부실기업을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대로 한다면 전경련은 곧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 회원사들이 무더기 퇴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합재무제표를 낸 16개 그룹 가운데 삼성과 LG, SK, 롯데, 한화, 동부, 동양을 제외하고 나머지 9개 그룹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합재무제표상 나타난 이자보상배율이 이들 7개 그룹말고는 모두 1을 밑돌았다. 이자보상배율은 이자비용에서 이자수익을 빼서 영업이익을 나눈 수치로, 1보다 낮으면 영업활동을 통해서는 얻은 이익으로 이자를 다 갚을 수 없어 자산을 팔거나 또 돈을 빌려야 하는 상태이다. 이자보상배율이 0.91인 현대를 비롯해, 한진(0.78), 쌍용(0.28), 한솔(0.38), 두산(0.90), 새한(0.41), 코오롱(-0.53), 한라(-0.08), 강원산업(-0.06) 등이 바로 이런 상태에 있다. 신한은행의 배태규 여신기획팀장은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상태가 3∼4년 장기화된다면 채권단으로서는 거의 자생력이 없는 기업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획기적으로 영업실적을 개선할 자신이 없으면 빨리 자산을 팔아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여신 규제로 부실 재벌 압박
금감원도 수익성이 저조하거나 결합재무제표상 그룹 전체의 부채총액이 매출액을 초과하는 그룹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분류시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신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경고이다. 이에 따라 이자보상배율이 낮고 동시에 부채가 매출보다 많은 한진, 한화, 한솔, 두산, 동부 등 5개 그룹이 바짝 긴장해야 할 처지이다. 새한과 강원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미 워크아웃이 진행중이거나 다른 그룹에 인수됐다. 한진의 경우 매출 13조4천억원에 부채는 15조4천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부채초과액이 2조원, 한솔도 매출 3조8천억원에 부채는 5조9천억원으로 초과액이 2조1천억원에 이른다. 한화는 5조7천억원 매출에 부채 6조1천억원, 두산은 매출 3조5천억원에 부채 4조6천억원, 동부가 2조9천억원에 부채 3조1천억원씩이다.
한국신용평가의 김선대 이사는 이번에 발표된 재벌 결합재무제표의 특징을 예상보다 아주 저조한 수익성과 해외사업장의 부실이 크다는 점을 꼽았다. 해외부문은 4대 그룹의 경우 평균 영업이익률이 1.7%에 불과했다. 해외에서 매출은 국내 매출의 37%정도를 차지했다. 회계전문가들은 국내법인에서 해외법인으로 팔아 매출로 잡았지만, 해외에서는 팔리지 않아 ‘미실현이익’이 누적된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결합재무제표에서는 국내외 법인간 매출을 상계시킬 뿐만 아니라 미실현이익에 따른 손실까지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금융감독원은 결합재무제표가 재벌들의 재무상황에 투명성을 높여 경영의 건전성을 도모할 수 있고 부실화된 기업집단은 시장에서 퇴출시킴으로써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계열회사간 내부거래상황 드러나 앞으로는 계열사끼리 자금을 주고받는 거래시 불이익을 받게 되고, 이에 따라 계열분리를 촉진할 것으로 본다.
“채권단이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일단 재벌들의 부실구조에 대한 단서가 나왔기 때문에 현금흐름 분석 등으로 문제의 뿌리를 찾아 각 계열사별로 신용등급을 다시 조정하게 될 것이다.”(한신평 김선대 이사) “결합재무제표를 근거로 각 그룹별로 미래상환능력을 측정하고 상환능력이 의심스러울 경우에는 자구노력 이행을 촉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여신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
결합재무제표를 통해 재벌들의 취약한 재무구조의 실체가 드러나자 이미 금융권에서는 옥석을 가리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 모습이다. 정부가 바라던 대로 ‘시장을 통한 압박’이 재벌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벌들도 호락호락하지 않는다. 금융권에서도 건드리기 싫어할 정도로 부실규모가 너무 큰 일부 재벌들은 자구노력은 게을리하고 ‘인질효과’를 한껏 누리고 있다.
메릴린치증권 임태섭 조사담당 이사는 “결합재무제표상 부실이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문제가 있는 그룹들은 이미 주가에 다 반영되어 있다. 채권단이 좀더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아니면 부실이 부실을 낳는 상황에 계속 빠져든다”고 경고했다.
박순빈 기자sbpark@hani.co.kr

이런 문어발씨의 수법은 국내 재벌기업들의 사업행태와 다르지 않다. 주머니와 쌈지의 이동이냐, 아니면 기업들끼리 거래이냐의 차이뿐이다. 계열사들끼리 상호출자로 가공자산을 만들고, 내부거래로 매출을 뻥튀기하는 것은 바로 재벌들이 돈을 쉽게, 좋은 조건으로 꾸기 위해 상습적으로 동원해온 수법이다. 그러나 이런 뻥튀기의 실체가 최근 발표된 결합재무제표를 통해 들통이 났다. 결합재무제표는, 실제로 지배주주가 같은 수많은 기업들을 1개의 회사로 취급해 재무상태와 영업실적을 기록한 장부이다. 계열사끼리 출자나 상품거래, 자금거래 등은 모두 상계처리한다. 외부와의 거래만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계열사 각각의 재무제표를 단순합계한 것보다 자산과 매출액, 이익규모 등이 크게 줄어든다. 부채 역시 중복될 경우에는 1개 기업 것만 계산함으로써 각각의 부채를 합쳤을 때보다 감소한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처음으로 16개 재벌그룹들에게 지난 99년 사업연도 실적을 모아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도록 했다. 원래는 30대 재벌을 대상으로 했으나, 비교적 지배구조가 간단해 주력기업 몇개의 연결재무제표만으로 그룹 전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데는 제외시켰다. 아무튼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한 결과, 예상대로 재벌들의 자산이 개별재무제표를 단순 합계한 것보다 크게 줄었다. 특히 4대 재벌이 계열사끼리 내부지분거래를 통해 자본규모를 크게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결합재무제표에 따른 4대 재벌의 자본규모는 단순합산한 재무제표와 비교할 때 33∼46%까지 줄었다. 4대 재벌의 총 자본규모는 69조9천억원으로 16개 그룹 전체의 자본 71.8%를 차지한다. 그룹별로는 현대가 25조2천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은 22조8천억원, LG 12조원, SK 9.6조원 순이다. 단순합산 재무제표와 비교했을 경우 현대는 12조4천억원(32.9%), 삼성이 14조2천억원(38.4%), LG 8.5조원(41.4%), SK 8조1천억원(45.8%)씩 자본이 감소했다. 매출도 그동한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해 이중, 삼중으로 계산된 규모가 엄청났다. 역시 4대 재벌의 내부거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대 삼성 LG SK 등 4대 그룹 총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9.2%(155조2100억원)로 4대 이하 16대 그룹의 평균 13.4%에 견줘 훨씬 높게 나타났다. 그룹별 내부거래비중은 삼성이 41.7%, 현대 38.1%, LG가 38%, SK가 36.1%의 순으로 높았다. 단순합산 재무제표와 매출을 비교했을 때 현대는 43조원, 삼성 64조1천억원, LG 31조8천억원, SK가 18조4천억원씩 줄었다. 4대 재벌 자산규모 33∼46%까지 줄어

(사진/위는 재벌그룹들이 지난해 사업연도 실적을 모아 작성한 결합재무제표.)

(사진/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 직원들이 기업에서 제출한 각종 회계장부를 검토하고 있다.)
16개 기업집단 결합재무제표 분석 |
||||||
|
자산 |
매출 |
영업이익 |
부채 |
부채비율 |
이자보상 |
현대 |
100 |
69.9 |
3.5 |
60.2 |
229.7 |
0.91 |
삼성 |
124 |
86.4 |
8.9 |
41.5 |
194.0 |
3.15 |
LG |
55 |
51.7 |
3.0 |
30.6 |
273.1 |
1.42 |
SK |
34 |
33.0 |
2.1 |
23.1 |
227.5 |
1.47 |
한진 |
25.6 |
15.8 |
0.6 |
15.4 |
239.7 |
0.78 |
롯데 |
14.4 |
9.0 |
0.5 |
6.3 |
81.9 |
3.81 |
한화 |
10.4 |
6.2 |
0.5 |
6.1 |
227.5 |
1.16 |
쌍용 |
9.8 |
11.4 |
0.2 |
8.0 |
1789.2 |
0.28 |
한솔 |
9.3 |
3.9 |
0.2 |
5.9 |
226.3 |
0.38 |
두산 |
6.6 |
3.5 |
0.4 |
4.6 |
240.4 |
0.9 |
동부 |
8.1 |
6.0 |
0.4 |
3.1 |
252.6 |
1.7 |
코오롱 |
4.3 |
4.4 |
-0.1 |
2.8 |
208.7 |
-0.53 |
동양 |
11.6 |
5.6 |
0.3 |
2.5 |
280.7 |
1.48 |
새한 |
3.2 |
1.8 |
0.1 |
2.4 |
295.6 |
0.41 |
한라 |
1.2 |
2.3 |
0 |
0.9 |
297.8 |
-0.08 |
강원 |
2.0 |
1.3 |
0 |
1.8 |
973.4 |
-0.06 |
99년 사업연도 기준, 단위:조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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