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 합병 추진 냉기류 휩싸여… 합병 비율 등 절차상의 이견 속출
지난 3월19일 서울지방법원에 한건의 소송이 접수됐다. ‘국민·주택은행 합병취소 소송’이었다. 은행합병에 대한 취소소송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데다 신청인이 노동조합도 아닌 일개 은행 평직원이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번 소송의 당사자인 윤영대 국민은행 대기역(차장급)은 이튿날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김상훈 국민은행장, 김정태 주택은행장 등을 상대로 ‘합병관련 관계자들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도 아울러 제기했다. 이어 기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정부의 (국민+주택) 합병 정책은 위헌이며 특히 김정태 행장의 무리한 합병 추진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주택은행 합병은 이미 지난해 12월 공식선언된 뒤 합병추진위원회 사무실까지 꾸려져 한창 진행중이다. 합병계약(3월), 주총(4월)을 거쳐 6월 말까지 합병 작업을 마무리짓고 7월1일 합병은행을 띄운다는 개략적인 일정도 잡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합병 작업을 되돌리려는 한 직원의 소송은 언뜻 보기에 무모한 돈키호테 행태로 비쳐지기까지 한다.
눈길 끄는 평직원 1인의 합병취소 소송
그런데도 이번 소송이 특별히 관심을 끈 것은 소송 당사자 및 상대방의 면면 외에 두 은행 합병에 난기류가 형성돼 있는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덩치 큰 두 은행을 합치는 작업에서 다소의 잡음은 불가피하겠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보기에는 불협화음의 정도가 너무 크지 않느냐는 분석이 많다. 합병선언 이전부터 반대 목소리를 냈던 쪽에선 원점으로 되돌려놓고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합병은행의 출범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2∼3개월 정도 늦어지는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등 이미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또 은행장 선임, 합병 뒤 존속법인, 합병비율 등을 놓고도 양쪽간에 날카로운 대립각이 형성돼 있어 합병은행의 앞날을 불안케 하고 있다. 합병은행의 행장 자리를 둘러싼 냉기류는 지난 3월15일 국민은행 주총장에서 확인됐다.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이날 주총에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은행에서 합병은행장이 나오는 것이 관례”라고 말해 사실상 자신이 합병은행장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민은행 대주주인 골드만삭스의 헨리 코넬 이사도 “두 은행의 합병은 국민은행의 다양한 사업부문에 주택은행의 주택금융이 결합되는 것”이라며 “국민은행장이 합병은행의 최고경영자(CEO)가 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택은행은 공식 대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어불성설’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최고경영자의 능력이나 양쪽 주주들의 방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두 은행은 이에 앞서 국민주택기금을 두고도 한바탕 논란을 벌인 적이 있다. 국민은행 한 임원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택은행은 국민주택기금의 부실여신에 대해 별도의 충당금을 쌓지 않고 있다”며 “주택기금이 부실화할 경우 건설교통부 등에서 합병은행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만큼, 합병 전에 주택기금의 부실여신에 대한 책임문제를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은행쪽은 이에 대해 “국민주택기금은 지난해부터 기금 자체에서 702억원의 충당금을 쌓고 있고 주택은행은 위탁운용을 할 뿐”이라며 “회계도 별도 처리하고 있어 주택은행이 (기금에 대해) 책임져야 할 부분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논란은 아직도 명쾌히 정리되지 않았으며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이보다 더욱 뜨거운 쟁점거리는 합병비율이다. 어느 기업의 합병에서나 이 문제는 핵심사안이나, 국민+주택은행의 경우 양쪽 은행의 외국계 대주주인 골드만삭스와 ING그룹의 이해관계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쉽사리 결론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합병은행장 선임문제는 합병비율의 종속 변수에 불과하다는 추정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다시 말해 한쪽 은행의 외국계 대주주가 합병은행장 후보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다가 슬그머니 양보하는 대신, 합병비율 부문에서 대가를 받아챙기는 바꿔치기가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은행장 선임·뉴욕증시 상장 등 험로
이 밖에도 합병 뒤 존속법인을 어디로 삼느냐, 합병은행의 이름을 무엇으로 하느냐 등 미결 과제가 적잖이 쌓여 있다. 특히 존속법인 문제는 뉴욕 상장문제와도 연관돼 합병 일정을 크게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택은행은 지난해 10월 국내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거래되고 있다. 반면, 국민은행은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지 않다.
주택은행이 존속법인이 돼 국민은행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진다면 합병은행이 뉴욕증시 상장 자격을 유지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지만, 현실은 이와 딴판이다. 덩치(시가총액 등)가 큰 국민은행이 존속법인으로 될 가능성이 높아 여러 가지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할 상황이다. 존속법인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상장된 작은 덩치(은행)’와 ‘비상장 상태의 큰 덩치’가 합치는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신규 상장 때와 다름없는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경우 국내 증시에서도 마찬가지 과정을 밟도록 하고 있다.
국민·주택 합병추진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주택은행의 뉴욕상장 업무를 대리한 바 있는 PWC(미국의 컨설팅회사)가 국민은행의 뉴욕상장 작업을 추진중”이라며 “가능한 한 합병 일정에 맞춰 합병은행의 상장 작업도 마무리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은행 뉴욕상장 작업 실무를 맡았던 전략기획팀 이상원 차장도 “PWC가 이미 한 차례 시행착오를 겪고 경험을 쌓은 바 있어 주택은행 때(8개월)보다는 시일을 단축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기대감과는 달리 뉴욕증시 상장에 필요한 시일을 감안할 때 6월 말에 합병작업이 마무리되기는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며 애초 예상보다 2∼3개월 늦춰지는 게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미국 회계기준(GAAP)에 맞춰 전환(conversion)한 회계보고서가 6월 말은 돼야 완성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회계보고서 완성 뒤 1∼2개월 정도 걸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절차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더욱 큰 문제는 합병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짙게 깔려 현실이다. 국민은행 직원이 합병취소 소송과 함께 합병추진 관계자들의 업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나, 금융산업 노조쪽에서 곧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여 두 은행의 합병을 저지하겠다고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사실, 두 은행간에 형성된 냉기류나 합병작업의 지체 등은 덩치 큰 회사끼리 몸을 섞는 과정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통과의례쯤으로 볼 수 있을지 몰라도, 합병 자체에 대한 회의감은 두 은행의 불안한 앞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흘려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다.
국민, 주택 두 은행의 합병 움직임 초기부터 줄기차게 반대 입장을 지켜온 인천대 이찬근 교수는 “국민+주택은행은 소매은행간 합병짝으로 대형화의 본래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복합적인 갈등구조가 게재돼 있어 실패한 합병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복합적인 갈등구조라 함은 속전속결로 점포 및 인원 조정을 바라는 골드만삭스와 한국의 보험부문 등 전략사업 진출을 위해 한국정부와 타협을 원하는 ING간 대립구도, 대등합병에 따른 두 은행 경영진 및 노조간 갈등같은 것들을 일컫는다.
졸속 합병보다는 이제라도 타당성 검토를…
합병추진 초기부터 제기됐던 것으로, 성격이 비슷한 두 은행의 합병에서 인원·점포 축소를 통한 비용절감 외에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남아 있다. 또 국민·주택은행 합병 선언 뒤 다른 합병 선언이 이어질 것이란 정부당국의 기대도 현실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찬근 교수는 “당장 합병 철회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하더라도, 합병 선언이 졸속으로 이뤄진 측면을 감안해 국민은행의 뉴욕증시 상장 때까지 합병 작업을 미룬 뒤 합병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은행 합병에 대한 짙은 회의감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합병 작업을 당장 되물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합병 선언 뒤 이미 3개월이 넘는 시일이 흘렀고 합병 계약, 합병 주총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통상적인 은행 합병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것 이상으로 회의감이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합병 작업 주체들이 합병 뒤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사진/국민·주택은행 합병이 먹구름에 휩싸여 있다. 김병주 합병추진위원장(가운데)과 두 은행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김진수 기자)
그런데도 이번 소송이 특별히 관심을 끈 것은 소송 당사자 및 상대방의 면면 외에 두 은행 합병에 난기류가 형성돼 있는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덩치 큰 두 은행을 합치는 작업에서 다소의 잡음은 불가피하겠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보기에는 불협화음의 정도가 너무 크지 않느냐는 분석이 많다. 합병선언 이전부터 반대 목소리를 냈던 쪽에선 원점으로 되돌려놓고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합병은행의 출범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2∼3개월 정도 늦어지는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등 이미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또 은행장 선임, 합병 뒤 존속법인, 합병비율 등을 놓고도 양쪽간에 날카로운 대립각이 형성돼 있어 합병은행의 앞날을 불안케 하고 있다. 합병은행의 행장 자리를 둘러싼 냉기류는 지난 3월15일 국민은행 주총장에서 확인됐다.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이날 주총에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은행에서 합병은행장이 나오는 것이 관례”라고 말해 사실상 자신이 합병은행장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민은행 대주주인 골드만삭스의 헨리 코넬 이사도 “두 은행의 합병은 국민은행의 다양한 사업부문에 주택은행의 주택금융이 결합되는 것”이라며 “국민은행장이 합병은행의 최고경영자(CEO)가 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택은행은 공식 대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어불성설’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최고경영자의 능력이나 양쪽 주주들의 방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두 은행은 이에 앞서 국민주택기금을 두고도 한바탕 논란을 벌인 적이 있다. 국민은행 한 임원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택은행은 국민주택기금의 부실여신에 대해 별도의 충당금을 쌓지 않고 있다”며 “주택기금이 부실화할 경우 건설교통부 등에서 합병은행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만큼, 합병 전에 주택기금의 부실여신에 대한 책임문제를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은행쪽은 이에 대해 “국민주택기금은 지난해부터 기금 자체에서 702억원의 충당금을 쌓고 있고 주택은행은 위탁운용을 할 뿐”이라며 “회계도 별도 처리하고 있어 주택은행이 (기금에 대해) 책임져야 할 부분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논란은 아직도 명쾌히 정리되지 않았으며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이보다 더욱 뜨거운 쟁점거리는 합병비율이다. 어느 기업의 합병에서나 이 문제는 핵심사안이나, 국민+주택은행의 경우 양쪽 은행의 외국계 대주주인 골드만삭스와 ING그룹의 이해관계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쉽사리 결론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합병은행장 선임문제는 합병비율의 종속 변수에 불과하다는 추정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다시 말해 한쪽 은행의 외국계 대주주가 합병은행장 후보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다가 슬그머니 양보하는 대신, 합병비율 부문에서 대가를 받아챙기는 바꿔치기가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은행장 선임·뉴욕증시 상장 등 험로

사진/국민·주택은행의 합병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합병추진위 간판은 내걸었지만….(연합)
양행의 주요지표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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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말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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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국민은행 |
주택은행 |
창립일자 |
1963년 2월 |
1967년 3월 |
정식직원 |
1만1026명 |
8855명 |
비정규직원 |
3439명 |
3483명 |
계 |
1만4465명 |
1만2338명 |
점포수 |
598개 |
556개 |
총자산 |
96조2424억원 |
66조3958억원 |
자기자본 |
4조2565억원 |
2조5840억원 |
당기순이익 |
7197억원 |
5238억원 |
총수신 |
71조4124억원 |
53조7594억원 |
총대출금 |
54조1950억원 |
43조7088억원 |
BIS비율 |
11.18% |
9.92% |
상장시가총액 |
5조3630억원 |
3조3536억원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