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판결 전에 떠날 수도, 불법 인수 대신 과세 논쟁으로?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론스타펀드는 6월22일 보유 중인 외환은행 지분 13.6%를 지분 분산매각(블록세일) 방식으로 144개 국내외 기관투자가 등에 전격 매각했다. 이날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한 기관으로는 하나금융지주(0.51%, 450억원)와 농협(0.51%, 450억원)이 확인됐고, 이외에 국내 펀드들이 투자 목적으로 2% 이상(2천억원 상당)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애초 론스타는 외환은행 전체 보유 지분(64.8%) 중 11.5%를 블록세일로 내놓을 것으로 관측됐는데, 갑자기 농협과 하나금융지주가 끼어들면서 매각 지분이 늘어났다고 한다. 론스타는 이날 또 극동건설을 웅진홀딩스에, 스타리스(옛 한빛여신전문)를 효성에 매각했다. 론스타가 이처럼 국내 주요 투자자산을 잇따라 매각함에 따라 외환은행 재매각에 또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론스타가 국내 철수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제 론스타의 남은 외환은행 지분은 51.02%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분만 쥐고 있는 셈이다.
블록세일 하면 경영권 프리미엄 포기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을 보는 포인트는 △과연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면서까지 외환은행 지분을 팔고 떠날 것인가 △2003년 외환은행 인수의 불법성 여부는 뒷전으로 사라지고 ‘과세 논쟁’ 국면으로 접어들 것인가 여부다. 우선, 론스타는 남은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앞으로 10% 이하(산업자본에는 4% 이하)로 나눠 각각 다른 투자자에게 팔 수도 있다. 블록세일 방식으로 지분을 계속 처분할 경우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자격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 금융감독위원회 쪽은 “론스타펀드가 외환은행 지분 10% 미만을 분산시켜 매각할 경우, 현행 은행법에 따른 금감위 ‘보고’ 및 증권거래법에 따른 ‘공시’로 매각 절차가 마무리된다”며 “현행법상 금감위가 론스타펀드에 대해 외환은행 매각중지 명령을 내릴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외환은행 매각을 중단시킬 수 있는 대책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남은 51%의 지분을 쪼개서 블록세일 처분한다면 론스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길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6월10일 “법원 판결 전에라도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나면 외환은행을 매각할 수 있다”며 “더 이상 외환은행 지분을 쪼개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집행위원장은 “론스타펀드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지분을 6월22일에 했던 것처럼 계속 분산매각할 가능성은 낮지만, 전혀 배제할 수도 없다”며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 상황에 따라 특별검사가 실시될 수도 있고, 그래서 론스타가 법원의 1심 판결 이전에 블록세일을 통해 서둘러 외환은행 지분을 모두 처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펀드는 51%라는 지분을 마지막까지 쥐고 있으면서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매각 차익을 조금 덜 얻더라도(경영권 프리미엄 포기) 블록세일 방식으로 팔고 떠날 것이고,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면 경영권을 붙여 지분을 처분함으로써 매각 차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6월26일 권혁세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은 “론스타가 남은 외환은행 지분 51%를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도할 경우 (새로운 대주주는)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금감위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조기 매각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해석한다. 새로운 대주주에 대한 자격 심사를 철저하게 벌이는 방식으로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무산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외환은행 인수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금융감독 당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을 승인해주기는 어렵다. 여론의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당국의 승인은 론스타펀드가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붙여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할 경우에 해당될 뿐이고 블록세일의 경우에는 별도의 승인 절차가 필요 없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서 론스타가 일사천리로 매각을 밀어붙일 수도 있는데, 이번 13.6% 지분 분산 매각은 그 신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현재 론스타의 2003년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법원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고, 감사원은 금감위에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직권 취소’를 권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감위는 “법원의 판결 전까지는 직권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이런 와중에 론스타는 법원의 판결과 상관없이 외환은행 재매각을 감행할 수도 있다.
“금감위가 매각 중단 시켜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싸고 눈여겨볼 만한 또 다른 대목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매각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 여부로 논쟁이 진행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바꿔 말해 2003년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인수 여부라는 본질은 뒤로 빠지고 과세가 쟁점으로 등장하게 되는 격인데, 이럴 경우 론스타가 세금만 납부하면 론스타 문제는 일단락 단계로 접어들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세청은 론스타가 매각한 극동건설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론스타가 극동건설 등을 매각한 뒤 얻은 차익에 대한 과세 증빙자료 수집을 위한 것으로, 국세청은 론스타의 국내 법인인 론스타코리아가 극동건설 매각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국내 고정사업자’라는 것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과 극동건설, 스타리스 등을 LSF-KEB홀딩스, KC홀딩스, 에이치엘홀딩스 등 벨기에에 세운 법인을 통해 매각했다”면서 “한국과 벨기에의 조세조약에 근거해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벨기에의 현지법인은 유령회사일 뿐이고, 론스타코리아가 국내 고정사업장으로 입증되면 내국인으로 간주돼 국세청이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장화식 집행위원장은 “론스타펀드 쪽이 최근 들어 세금 문제를 집중 부각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 있을 법원 판결이나 외환은행 대주주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적격성 심사 결과는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론스타 쪽이 세금만 납부하고 ‘먹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금감위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중단시켜야 법원 판결이 실효성을 갖는다”며 “론스타가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블록세일 방식을 통해 금융 감독당국의 승인 절차 없이 외환은행 지분을 팔고 떠날 수도 있는 만큼 당장 외환은행 매각 중지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론스타펀드는 6월22일 보유 중인 외환은행 지분 13.6%를 지분 분산매각(블록세일) 방식으로 144개 국내외 기관투자가 등에 전격 매각했다. 이날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한 기관으로는 하나금융지주(0.51%, 450억원)와 농협(0.51%, 450억원)이 확인됐고, 이외에 국내 펀드들이 투자 목적으로 2% 이상(2천억원 상당)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애초 론스타는 외환은행 전체 보유 지분(64.8%) 중 11.5%를 블록세일로 내놓을 것으로 관측됐는데, 갑자기 농협과 하나금융지주가 끼어들면서 매각 지분이 늘어났다고 한다. 론스타는 이날 또 극동건설을 웅진홀딩스에, 스타리스(옛 한빛여신전문)를 효성에 매각했다. 론스타가 이처럼 국내 주요 투자자산을 잇따라 매각함에 따라 외환은행 재매각에 또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론스타가 국내 철수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제 론스타의 남은 외환은행 지분은 51.02%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분만 쥐고 있는 셈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2006년 4월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오른쪽)이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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