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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부시 행정부, 혹독한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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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3-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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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시 행정부가 위기관리 능력을 평가받고 있다. 부시 대통령(왼쪽)과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만났다.(AP 연합)
미국이 일본처럼 장기복합불황에 빠지는 것 아닌가?

이런 우려에 대해 미국 정부는 강하게 부인한다. “우리는 일본처럼 정치지도력을 상실했거나 구심점이 없어 경제를 다스릴 수 없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게 부인의 핵심 근거다. 실제로 일본의 10년 장기불황은 정치공백과 경제개혁의 답보가 중요한 원인이었다. 앨런 그린스펀 미 FRB 의장처럼 시장을 압도할 만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일본에는 없었다. 총리가 바뀔 때마다 경기부양과 경제개혁을 부르짖었지만 실제로는 당파적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그쳐 일본 국민들의 정책에 대한 불신은 심각하다.

그런데 미국의 부시 행정부도 벌써 정책불신을 자초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시 대통령 스스로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가 오락가락해 미국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뉴저지주를 방문해 기자들로부터 증시 폭락에 대한 질문을 받자 “경제가 걱정스러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큰 문제는 없다”며 주로 낙관론을 폈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마칠 즈음 “경제성장의 엔진이 서서히 꺼져가고 있다”는 비관적인 발언을 늘어놓아 참석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처음에는 애초 의도대로 국민들의 급격한 소비심리 위축을 막기 위해 낙관론을 펴다가, 나중에는 자신의 선거공략인 1조6천억달러의 세금감면안에 대한 지지여론을 얻으려 경제가 어렵다고 해버린 것이다.

민주당은 즉각 이에 대한 논평을 내 “대통령의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으로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며 부시에게 좀더 신중해줄 것을 요구했다. 미 언론들도 부시 대통령이 행정부의 경제진단과 정책방향을 정확히 정리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발언을 지속할 경우 가뜩이나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미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이 이렇게 중심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탓인지 부시 행정부의 경제팀 안에서도 파열음이 일고 있다. 로런스 린지 대통령경제고문은 기존 1조6천억달러의 감세안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까지 감면해 민간소비와 투자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폴 오닐 재무장관은 건전한 재정운용을 강조하면서 과도한 세금감면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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