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타이틀 출시 잇따라 대중화 추세… 탁월한 성능으로 VCR 대체 초읽기
영화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총알을 피해가는 멋진 장면. 거대한 ‘타이타닉’호가 아름다운 별밤 속에서 두동강나 바다로 가라앉는 모습. 이런 영화의 명장면을 손바닥만한 디스크 하나에 담아 안방에서 본다. 극장에서 좀더 선명한 화질로 보고, 실제보다 더 실감나는 음향으로 들을 수 있다.
결혼 2년째인 회사원 최진원(32)씨는 DVD플레이어 덕분에 주말마다 극장에 갈 필요없이 부인과 함께 집에서 영화를 감상한다. 이름하여 ‘홈시어터’. 아직 보고 싶은 영화가 전부 DVD타이틀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웬만큼 알려진 영화는 구하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홈시어터에서는 영화표를 예매할 필요도 없고 좁고 불편한 의자에 앉지 않아도 되지만, 이보다 더 맘에 드는 게 두배로 불어나는 감동이다.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이미 젊은 영화팬들은 DVD플레이어와 고선명(HD)급 텔레비전, 앰프, 채널리시버, 서라운드 스피커 등을 갖춰놓고 집안을 고급 영화관처럼 꾸미기 시작했다.
극장에 가지 않고 실감나는 영상 즐겨
DVD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 도시바, 필립스 등 외국 가전회사들이 DVD플레이어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은 지는 이미 오래됐고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이트로닉스(옛 해태전자), 태광, 아남전자 등 국내업체들의 DVD플레이어 출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국내 업체들의 DVD플레이어는 어느새 중저가형 모델로 소비자들에게 훨씬 가까이 다가왔다. 최근 LG전자, 삼성전자 등은 VCR과 DVD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복합형 DVD플레이어나, 들고다니며 사용할 수 있는 휴대형 DVD플레이어까지 출시하고 있다. 홈시어터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DVD플레이어의 급속한 보급 덕택만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즉 내용물이 담긴 DVD 타이틀시장의 급성장이다. 워너, 브에나비스타, 컬럼비아, 폭스, 디즈니 등 할리우드의 홈비디오 제작사들이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을 속속 DVD타이틀로 만들어 공급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시된 영화 <매트릭스>의 DVD타이틀은 나오자마자 무려 300만장 이상이나 팔렸다. 우리 영화 중에도 <쉬리> 같은 영화의 DVD타이틀은 국내시장에서 8천개 이상 팔리면서 판매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 출시된 DVD타이틀은 지난 99년 60여개 정도에 불과했지만 올해 930여개까지 급증했다. DVD는 원래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igital Vedio Disc)의 이니셜이었지만 지금은 디지털 다용도 디스크(Digital Versatile Disc)의 약자로 더 많이 쓰인다. 단순히 영화를 보기 위한 디스크가 아니라 게임기, PC, 캠코더, 음향기기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DVD는 지름 12cm의 CD와 같은 크기지만 한면에 원고지 1200만장 분량에 해당하는 4.7기가바이트를 기록할 수 있다. 3.5인치 플로피디스크의 3200배, 일반 CD의 7배나 되는 엄청난 양의 정보다. DVD는 영화를 수록한 DVD-비디오, 사진 게임을 포함한 각종 정보를 담고 있는 DVD-ROM, CD보다 훨씬 고음질의 음악을 담고 있는 DVD-오디오 등 재생만이 가능한 DVD 이외에도, 한번의 기록이 가능한 DVD-R, 여러 번 기록이 가능한 DVD-RW 및 DVD-RAM 등이 개발되면서 응용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또 영상압축기술인 MPEG2를 이용해 VCR과 레이저디스크에 비할 수 없는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 또 채널별로 소리를 분리해 동시에 6가지 소리를 낼 수 있는 5.1채널의 돌비 디지털 서라운드를 지원해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입체음향을 낼 수 있다. 8개 국어로 음성 더빙이 가능하고 최대 32개국 문자의 자막을 영상정보 속에 포함할 수 있다. 미성년자 관람불가코드를 설정하면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장면은 생략해서 볼 수 있고 화면도 와이드규격인 16 대 9까지 설정해서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가 출시되자마자 폭발적 인기를 모은 것은 고화질의 3차원 입체영상과 디지털 서라운드 음향으로 실감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DVD 때문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엑스박스 역시 DVD가 내장된 게임기다. 조만간 자동차의 핵심장비로 이용될 카네비게이션 시스템 역시 DVD를 사용한다. 제품 가격 내려 소비자들 인식 바뀌어
이런 눈부신 장점 때문에 DVD시장은 조만간 기존 VCR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초기에는 DVD플레이어와 타이틀 가격이 상당히 높았지만 기술개발과 공급 증가로 가격하락이 계속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세계 DVD플레이어 시장은 99년 650만대에서 2000년 1700만대로 2배 이상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에도 2500만대로 급성장을 보이고 2004년에는 VCR 시장규모를 능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올해 1월 열린 세계가전쇼(CES2001)에서 수많은 세계 가전업체들은 경쟁적으로 DVD플레이어를 선보였으며 이를 이용한 홈시어터 시스템을 관람객에게 직접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국내 DVD플레이어 시장은 지난 99년 고작 1만여대 규모에 불과했다. 96년 LG전자가 국내업체 중 처음으로 DVD플레이어를 출시한 이후 4년이 지난 지난해에도 시장규모는 불과 5만여대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국내외업체들의 중저가형 DVD 출시, DVD타이틀 공급확대와 함께, 업체들의 다양한 판촉활동에 힘입어 2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에서 그동안 DVD시장이 확대되지 못했던 이유는 우선 소비자들의 인식부족”이라고 설명한다. VCR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일단 DVD플레이어와 타이틀 가격이 너무 비쌀 것이란 선입관 때문에 구입을 주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 들어 국내에선 30만∼50만원대의 DVD플레이어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고 DVD타이틀 역시 2만∼3만원대여서 큰 부담을 주지는 않고 있다. 중국에선 불과 99달러짜리 DVD플레이어가 출시되는 등 세계적인 가격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또다른 이유는 DVD타이틀의 보급 미비에 있다. 아직 비디오테이프와 같이 동네 가게에서 손쉽게 빌려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영상 음악 소프트웨어 전문 대여업체인 쓰타야가 운영하는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의 970여 점포를 통해 DVD플레이어와 타이틀을 동시에 대여함으로써 시장확대에 기여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자국뿐 아니라 세계 최대의 비디오 대여망인 블록버스터가 DVD플레이어와 타이틀의 대여·판매에 직접 나서고 있다. 최근 일본 CCC의 한국지사인 CCC코리아가 체인브랜드인 ‘씨큐브클럽’을 통해 서울, 분당, 일산 등에서 4개점을 오픈해 DVD플레이어 및 타이틀을 빌려주고 있지만 타이틀 수와 체인망 부족 때문에 마니아에게 만족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또 국내 최대 비디오 제작 및 유통업체인 스타맥스가 자체 비디오대여점인 영화마을 200여곳을 통해 DVD 대여에 나섰지만, 한달 평균 대여횟수는 불과 2회에 그쳤다.
DVD시장 확산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국내 가전업체들은 올 들어 대대적인 판촉행사에 나섰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 2월까지 계속된 문화관광부 주최 ‘디지털 영상축제’에서는 가전업체들과 타이틀 제작자들이 공동으로 할인 및 사은행사를 실시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도 빠르게 변해가면서 DVD플레이어 판매는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최근 국내 전체 시장규모가 한달 동안만 1만5천대 정도까지 늘었고, 지난해 말까지 1천대 정도였던 실제 DVD플레이어 판매대수가 올해 1, 2월에는 3천대를 넘었다”고 밝혔다.
비디오방은 가고 DVD방이 온다
최근의 DVD플레이어 판매 증가는 홈시어터 시장 확대로 직접 이어지고 있다. DVD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29인치 이상 대형화면의 완전평면 또는 프로젝션 텔레비전과, 디지털앰프와 오디오 리시버 등 고급형 오디오시스템의 판매가 함께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DVD시장 확대와 함께 생긴 새로운 비즈니스 중 하나는 ‘DVD방’이다. 비디오방과는 달리 영화 속 흔들림까지 그대로 전달되는 진동모드가 설치된 소파에 앉아 디지털영화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신종 사업이다. 현재 10여개의 DVD방 전문업체가 고객 끌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의 신촌이나 대학로는 물론 부산, 광주 등 지방에서도 DVD방이 늘고 있어, DVD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디지털 문화형태로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
김성재 기자/ 한겨레 경제부 seong68@hani.co.kr

사진/DVD는 선명한 화질과 실감나는 음질로 새로운 차원의 안방극장 시대를 열고 있다.(이주노 기자)
DVD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 도시바, 필립스 등 외국 가전회사들이 DVD플레이어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은 지는 이미 오래됐고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이트로닉스(옛 해태전자), 태광, 아남전자 등 국내업체들의 DVD플레이어 출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국내 업체들의 DVD플레이어는 어느새 중저가형 모델로 소비자들에게 훨씬 가까이 다가왔다. 최근 LG전자, 삼성전자 등은 VCR과 DVD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복합형 DVD플레이어나, 들고다니며 사용할 수 있는 휴대형 DVD플레이어까지 출시하고 있다. 홈시어터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DVD플레이어의 급속한 보급 덕택만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즉 내용물이 담긴 DVD 타이틀시장의 급성장이다. 워너, 브에나비스타, 컬럼비아, 폭스, 디즈니 등 할리우드의 홈비디오 제작사들이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을 속속 DVD타이틀로 만들어 공급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시된 영화 <매트릭스>의 DVD타이틀은 나오자마자 무려 300만장 이상이나 팔렸다. 우리 영화 중에도 <쉬리> 같은 영화의 DVD타이틀은 국내시장에서 8천개 이상 팔리면서 판매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 출시된 DVD타이틀은 지난 99년 60여개 정도에 불과했지만 올해 930여개까지 급증했다. DVD는 원래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igital Vedio Disc)의 이니셜이었지만 지금은 디지털 다용도 디스크(Digital Versatile Disc)의 약자로 더 많이 쓰인다. 단순히 영화를 보기 위한 디스크가 아니라 게임기, PC, 캠코더, 음향기기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DVD는 지름 12cm의 CD와 같은 크기지만 한면에 원고지 1200만장 분량에 해당하는 4.7기가바이트를 기록할 수 있다. 3.5인치 플로피디스크의 3200배, 일반 CD의 7배나 되는 엄청난 양의 정보다. DVD는 영화를 수록한 DVD-비디오, 사진 게임을 포함한 각종 정보를 담고 있는 DVD-ROM, CD보다 훨씬 고음질의 음악을 담고 있는 DVD-오디오 등 재생만이 가능한 DVD 이외에도, 한번의 기록이 가능한 DVD-R, 여러 번 기록이 가능한 DVD-RW 및 DVD-RAM 등이 개발되면서 응용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또 영상압축기술인 MPEG2를 이용해 VCR과 레이저디스크에 비할 수 없는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 또 채널별로 소리를 분리해 동시에 6가지 소리를 낼 수 있는 5.1채널의 돌비 디지털 서라운드를 지원해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입체음향을 낼 수 있다. 8개 국어로 음성 더빙이 가능하고 최대 32개국 문자의 자막을 영상정보 속에 포함할 수 있다. 미성년자 관람불가코드를 설정하면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장면은 생략해서 볼 수 있고 화면도 와이드규격인 16 대 9까지 설정해서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가 출시되자마자 폭발적 인기를 모은 것은 고화질의 3차원 입체영상과 디지털 서라운드 음향으로 실감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DVD 때문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엑스박스 역시 DVD가 내장된 게임기다. 조만간 자동차의 핵심장비로 이용될 카네비게이션 시스템 역시 DVD를 사용한다. 제품 가격 내려 소비자들 인식 바뀌어

사진/DVD시대 개봉박두. 최근 들어 DVD플레이어와 타이틀이 시장에 대거 등장하고 있다.(박미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