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옮길 때 예상되는 변화는 기능적·위계적·문화적 축으로 분석 가능…의미 창출을 단단히 하고 위험을 예상하고 실망을 운명으로 받아들여라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이주의 용어
전직(career transition)
의미 창출(sense-making)
직장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걱정도 따른다. 전직을 실행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전직 결심 때의 그 가벼운 떨림과 기대, 그리고 불안을. 그리고 전직 뒤 새 직장에서 겪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놀라움, 그리고 가벼운, 또는 깊은 실망을. 전직을 꿈꿔본 사람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회라는 씨줄과 위험이라는 날줄 변화가 주는 떨림과 기대는 마음껏 즐겨볼 만하다. 문제는 불안과 어려움이다. 전직 뒤에 생겨나는 변화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면, 실행하지 않으니만 못한 전직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불안과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전직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내가 실행한, 또는 실행하려고 생각해본 전직이 정확히 내게 어떤 변화를 줄지를 분석해보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꿈에 그리던 기회가 나타났다고 믿으면서 무조건 덥석 잡아챘다가는, 더 크게 실망하면서 꿈까지 깨어져버릴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전직과 함께 당신에게 일어날 변화는 무엇인가? 미국 해군 대학원의 메릴 루이스 박사는 1980년 <미국경영학회보>(Academy of Management Review)에 실은 논문에서 전직에 수반하는 변화는 세 가지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그 세 가지 축은 기능적, 위계적, 문화적 축이다.
기능적 변화는 실제로 그 사람이 맡는 업무가 바뀌는 데 따르는 변화다. 예를 들면 재무 부서에서 숫자를 다루던 사람이 영업 현장으로 옮겨가 고객을 직접 응대하게 될 경우에 발생하는 변화다.
위계적 변화는 조직 내에서 그 사람의 책임과 위상이 바뀌는 데 따르는 변화다. 혼자 자기 업무만 맡아서 처리하던 대리가 팀장 업무를 맡게 되면서 팀원들을 거느리고 일하게 될 경우에 생기는 변화다.
문화적 변화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바뀌는 데 따르는 변화다. 한 회사를 떠나 다른 회사에서 새로 일하게 될 때는, 전 직장에서 수년간 일하면서 생겨난 직장 동료들과의 사적인 네트워크를 잃어버리게 된다.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정보를 얻는 통로는, 새로운 직장의 문화 공동체에 온전히 속하기까지는 제한적이 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가 문화적 변화다.
여러 변화가 한꺼번에 일어날수록 놀라움이 커지고 적응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다. 자신의 전직 계획을 찬찬히 한번 살펴보라. 그리고 세 가지 변화의 축 가운데 몇 개의 변화가 실제로 일어날 것인지를 따져보라.
직종을 바꾸면서, 승진도 하면서, 회사까지 옮기는 전직이라면 변화의 정도는 매우 높다. 예를 들면 대기업의 재무 담당 대리로 있던 사람이 벤처기업의 영업 담당 이사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다. 이 사람은 전직에 따르는 기능적, 위계적, 문화적 변화를 모두 겪게 된다. 예상치 못했던 놀라움과 어려움이 가장 커질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다.
같은 업종 내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같은 업무를 맡아 승진한다면 어려움은 조금 줄지만 여전히 크다. 대기업 재무 담당 대리가 다른 대기업 재무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이런 경우다. 기능적 변화는 없지만, 관리자가 된 데 따른 위계적 변화와 회사를 옮긴 데 따른 문화적 변화를 겪게 된다.
한 회사 안에서 직종을 바꾸면서 승진을 하는 경우도 어려움의 정도는 비슷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재무 담당 대리가 같은 회사 영업팀장으로 승진하는 경우다. 문화적 변화는 없지만, 기능적 변화와 위계적 변화를 겪어내야 한다.
같은 직종의 다른 회사에 비슷한 직책으로 옮기는 것은 전직 가운데 가장 충격이 덜한 경우다. 기능적 변화와 위계적 변화는 없이, 문화적 변화만 겪으면 된다. 같은 회사의 같은 팀 내에서 승진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위계적 변화만 해결하면 된다.
이렇게 생기는 충격은 어떻게 극복할까? 경영학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기회라는 씨줄과 위험이라는 날줄로 얽혀 있는 그물이다.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기회다.
장밋빛 미래 꿈꾸면 적응 잘 안 돼
내가 직장을 옮기면서 궁극적으로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의미 창출(sense-making)을 단단하게 하고 있다면, 당장 눈앞에 일어나는 변화의 충격을 극복할 수 있다. 의미란 다른 말로 하면 비전이기도 하고 꿈이기도 하다. 멀리 있는 별을 보며 걸어가다 보면, 발 밑에 차이는 돌부리가 주는 상처 따위는 쉽게 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위험까지 생각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위험을 미리 생각한 사람이 더 성공적인 전직 결과를 보여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캔자스대 심리학과 토머스 크리샥 교수 등이 2004년 발표한 연구 논문을 보면, 전직이 상당히 고통스럽고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현실적으로 예상한 사람들이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새로운 직장에 잘 적응했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이번의 전직으로 얻으려 하는 궁극적인 인생의 목표를 항상 되새기면서, 전직 뒤 일어날 변화에 대해 아주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놀라움을 예상하고, 실망을 운명으로 받아들여라. 그래야 성공한다.
직장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걱정도 따른다. 전직을 실행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전직 결심 때의 그 가벼운 떨림과 기대, 그리고 불안을. 그리고 전직 뒤 새 직장에서 겪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놀라움, 그리고 가벼운, 또는 깊은 실망을. 전직을 꿈꿔본 사람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회라는 씨줄과 위험이라는 날줄 변화가 주는 떨림과 기대는 마음껏 즐겨볼 만하다. 문제는 불안과 어려움이다. 전직 뒤에 생겨나는 변화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면, 실행하지 않으니만 못한 전직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성공적인 전직을 위해선 예상되는 변화를 차분히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전을 확실히 하고 여기에 따르는 위험을 생각해야 한다(사진/ 한겨레 김봉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