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들이 공짜로 서비스하자 독자들의 최대지불의사도 0으로 굳어져…이대로 가면 사회적으로도 손실, 전문화된 콘텐츠일수록 유료화 가능성 높아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이주의 용어 최대지불의사(willingness to pay)
한계비용(marginal cost)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서 기사를 읽다가 ‘열받을 때’가 종종 있다. 맞춤법이 틀렸거나, 기자가 지나치게 주관을 개입시켜 사실을 왜곡했거나,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할 때다. 기자의 자질이 의심된다느니, 이 신문이 원래는 그렇지 않았는데 갈수록 질이 떨어진다느니 하는 불평을 혼잣말로 내뱉어보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를 돌아본다. 나에게 화내고 불평할 자격이 있나? 한 푼도 지불하지 않고 공짜로 기사를 읽고 있는 주제에 말이다. 공짜 기사에다 불평하는 건, 마치 길에서 주운 물건이 품질이 나쁘다고 불평하는 것과 비슷한 심보가 아닐까?
홍콩시민 78% “돈 안 낼 것”
일부 무료 신문이나 잡지를 제외하면, 신문이나 잡지는 대부분 유료로 판매된다. 그런데 온라인 뉴스 사이트는 신문과 같거나 비슷한 기사를 내보내는데도 무료다. 이런 차이가 어디서 나올까?
인터넷에 게재되는 뉴스가 공짜가 된 이유는 처음 신문사들이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뉴스를 공짜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엔 경제학적 배경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에 나가는 기사는 신문을 위해 생산하는 뉴스의 부산물이었다. 신문사 온라인 서비스가 처음 시작되던 1995년 무렵만 해도 인터넷 사용자는 많지 않았다. 여전히 종이신문이 매체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뉴스 생산의 한계비용(marginal cost)은 0에 가까웠다. 다시 말해 자기 회사 인터넷 사이트에 기사 한 꼭지를 더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가격이 대체로 한계비용 언저리에서 결정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한계비용이 0이니 가격도 공짜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서버 같은 시설에는 이미 투자가 끝난 상태다. 기사는 신문에 싣는 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된다. 비용이 더 들 게 없다.
여기에 잘하면 온라인 광고 수입도 기대할 수 있으니, 인터넷에 걸어놓는 데 드는 비용은 오히려 마이너스로 볼 수도 있었겠다. 인터넷 기사를 하나 더 올릴수록 비용은커녕 수익이 저절로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니, 너도나도 인터넷에 기사를 공짜로 걸었던 게 당연하다.
그러는 사이 뉴스 소비자들의 최대지불의사(willingness to pay)도 0으로 굳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신문의 유료 구독자 수가 줄어들고 인터넷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인터넷 뉴스가 공짜이기 때문에 신문을 끊는다는 사람이 더 늘어난다. 그러나 소비자 마음 속의 최대지불의사는 바꾸기 쉽지 않다. 부산물이 주력 제품의 판매를 갉아먹는 상황이 오고야 만 것이다.
언론사들, 특히 신문사들은 큰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든 온라인 뉴스도 돈을 받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는데, 독자들의 최대지불의사는 요지부동이다. 한번 머릿속에 굳어진 가격 이미지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최근 미디어경제학 연구 결과는 심증을 확증으로 굳혔다. 미국 애리조나대학의 아이리스 치 교수는 인터넷 뉴스에 대한 소비자의 최대지불의사를 조사해, <저널 오브 미디어 이코노믹스>라는 학술지에 ‘온라인 뉴스에 대한 최대지불의사’라는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치 교수는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된 홍콩 시민 85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홍콩은 다양한 신문이 많이 보급되어 있는 곳이고, 인터넷 사용 인구도 많으며,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항구도시의 특성상 뉴스 소비가 많기도 한 곳이다. 치 교수팀은 지금 유료 뉴스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래에 뉴스 사이트 이용을 위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43%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35%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모두 합쳐 78%가 돈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뉴스 소비자 처지에서야 같은 뉴스를 공짜로 소비할 수 있다면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온라인 뉴스가 제값을 받지 못한다면 커다란 사회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젊을수록 최대지불의사 높아
아무래도 우리 사회에서 양질의 뉴스 생산 능력은 기존 신문사나 방송사 같은 전통 매체들이 아직 보유하고 있다. 그 능력을 현재 잘 발휘하고 있느냐를 떠나서 말이다. 그런데 공짜 뉴스가 범람하면서 전통적 뉴스 생산자들의 재정을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볼 때 깊이 있고 정확한 뉴스를 생산하는 능력이 사라져버릴 수 있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로 되돌아온다.
머리를 좀더 굴려보면, 여전히 실낱같은 희망은 있다. 해외 신문 중 <월스트리트저널>이나 <파이낸셜타임스> 등 경제 전문지는 성공적으로 온라인 뉴스를 유료화했다. 학술저널처럼 더 전문화되고 깊이 있는 콘텐츠는 거의 유료이고 구독료도 비싸다. 전문화되고 맞춤화된 콘텐츠일수록 유료화 잠재력이 높아 보인다. 치 교수의 연구에서도,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을수록 최대지불의사가 높다는 결과가 있다. 미래 소비자의 최대지불의사는 지금과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답은 간단하다. 제대로 된 뉴스와 제값을 내는 소비자만 있으면 된다. 이게 허황된 꿈일까?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이주의 용어 최대지불의사(willingness to pay)
한계비용(marginal cost)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서 기사를 읽다가 ‘열받을 때’가 종종 있다. 맞춤법이 틀렸거나, 기자가 지나치게 주관을 개입시켜 사실을 왜곡했거나,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할 때다. 기자의 자질이 의심된다느니, 이 신문이 원래는 그렇지 않았는데 갈수록 질이 떨어진다느니 하는 불평을 혼잣말로 내뱉어보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를 돌아본다. 나에게 화내고 불평할 자격이 있나? 한 푼도 지불하지 않고 공짜로 기사를 읽고 있는 주제에 말이다. 공짜 기사에다 불평하는 건, 마치 길에서 주운 물건이 품질이 나쁘다고 불평하는 것과 비슷한 심보가 아닐까?
신문사들이 인터넷 뉴스를 공짜로 서비스하면서 소비자들의 최대지불의사도 0으로 굳어지고 말았다.그러나 신문의 유료 구독자 수가 줄어들면서 문제가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