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 게임’ 두배로 즐기기항공사에서 유래해 서비스 업종 전반으로 번진 마케팅 기법…충성도 상승과 가격차별 효과로 기업 이익 극대화에 기여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이주의 용어
전환비용(switching cost)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
3년 동안 1조원. 이동통신 3사에서 사라진 마일리지 점수, 즉 적립금이다. 돈처럼 사용할 수 있는데도 사용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 없어진 점수를 돈으로 환산해보면 그렇단다. 아니, 경기가 나쁘다고 다들 아우성인데 왜 버리는 돈이 이렇게 많아? 나중에 구입할 물건값 미리 깎아줘 나라 경제를 걱정하기 전에, 우선 내 계좌부터 챙겨봤다. 내가 갖고 있는 마일리지 서비스는 뭐가 있나? 나는 여기서 나오는 적립금을 제대로 쓰고 있나? 꼼꼼히 챙기려니 끝이 없었다. 우선 항공사 마일리지가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몇몇 외국 항공사까지 챙겨야 했다.
그리고 주유소다. GS칼텍스도 포인트가 있고, SK 쪽은 OK캐시백 포인트가 있네? 물론 이동통신도 있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난관, 신용카드다. 내 신용카드가 모두 몇 장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으니….
하나하나 전화를 걸거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남은 적립금을 알아보는 데만 며칠이 걸릴 판이다. 게다가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려 해도 아이디도 비밀번호도 모두 잊어버렸다. 이런 사정이니, 아무리 꼼꼼한 소비자라도 적립금을 다 챙겨 쓰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제야 1조원이라는 숫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마일리지 제도란 원래 항공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기존 항공사들이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막기 위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채택한 것이다. 아직도 거리를 재는 단위로 킬로미터 대신 ‘마일’을 쓰는 미국에서 시작된 제도라 ‘마일리지’라고 불리게 됐다. 특정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마일에 비례해 나중에 공짜 비행을 시켜준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제 마일리지 제도는 항공사뿐만 아니라 회원제로 운영되는 대부분 서비스 기업에서 애용하는 마케팅 기법이 됐다. 이동통신사도 신용카드사도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해 그 적립금을 자기 회사나 제휴사 제품을 구입하는 데 쓸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기업들은 왜 이렇게 앞을 다퉈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고 있을까? 세 가지 전략적 목표를 생각해볼 수 있다.
마일리지 제도가 갖는 첫 번째 효과는 가격 할인이다. 따지고 보면 마일리지를 계산해 적립금을 넣어주는 것은, 물건값을 깎아주는 것과 같은 행위다. 단 지금 사는 바로 그 물건값을 깎아주는 대신, 나중에 구입할 물건값을 미리 깎아주는 것이다. 그러니 일반적인 가격 할인처럼 매출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 번째 효과는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냥 가격을 깎아준다면 할인으로 생긴 여윳돈으로 다른 물건을 사거나 심지어 경쟁사 물건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일리지는 반드시 같은 회사나 제휴 회사 제품을 사도록 잡아두는 효과를 갖고 있다. 이때 고객을 붙잡아두는 역할을 하는 게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다.
통화료로 지불할 수 있는 이동통신 마일리지 적립금 1만원을 갖고 있는 고객이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이 1만원을 쓰지 않고 휴대전화 서비스 업체를 바꾼다면, 휴대전화 서비스를 변경하는 데 1만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용하는 제품을 바꾸는 데 드는 전환비용 1만원이 생긴 셈이다.
이렇게 해서 고객 충성도가 높아지면, 기존 기업은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억제할 수 있다. 신규 진입자는 전환비용만큼을 추가로 보상해줘야 기존 기업의 고객을 빼앗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충성도 높은 고객이 기업의 매출과 이윤을 더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이다.
기대할 수 있는 세 번째 효과는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이다. 같은 제품을 사는 데 사용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사라지는 적립금 때문에 생기는 효과다.
마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게임
소비자 가운데는 가격 민감형 소비자와 가격 둔감형 소비자가 있다. 대체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사람이 가격 민감형 소비자이고, 이런 소비자일수록 적립금을 잘 챙겨서 사용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평균적으로 가격 민감형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조금 싸게 물건을 사게 된다. 물건은 같은데 물건값이 두 가지가 되는 셈이다.
기업의 이익은 소비자 각자가 자신의 최대 지불 의사(reservation price)만큼의 각각 다른 가격을 지불하고 물건을 살 때 극대화된다. 그런데 마일리지 제도는 소비자 스스로 자신의 최대 지불 의사를 어느 정도 밝히게 해준다. 챙겨서 쓰는 사람은 최대 지불 의사가 낮은 소비자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높은 소비자라고 추측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최대 지불 의사가 높으면서도 타고난 알뜰함 덕에 열심히 적립금을 챙겨서 사용하며 혜택을 누리는 소비자도 있을 수 있다. 가격차별로 시장을 세분화하려는 기업의 전략을 무너뜨리는 소비자다. 이런 순간에 얼핏 드러나듯, 마일리지 제도는 다른 모든 가격 결정 메커니즘과 마찬가지로, 마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게임이다.
3년 동안 1조원. 이동통신 3사에서 사라진 마일리지 점수, 즉 적립금이다. 돈처럼 사용할 수 있는데도 사용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 없어진 점수를 돈으로 환산해보면 그렇단다. 아니, 경기가 나쁘다고 다들 아우성인데 왜 버리는 돈이 이렇게 많아? 나중에 구입할 물건값 미리 깎아줘 나라 경제를 걱정하기 전에, 우선 내 계좌부터 챙겨봤다. 내가 갖고 있는 마일리지 서비스는 뭐가 있나? 나는 여기서 나오는 적립금을 제대로 쓰고 있나? 꼼꼼히 챙기려니 끝이 없었다. 우선 항공사 마일리지가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몇몇 외국 항공사까지 챙겨야 했다.
마일리지 제도는 항공사들이 경쟁자를 막기 위해 채택한 제도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카드들.(사진/ 한겨레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