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의 마지막 카드, 후분양제와 원가 공개의 효과는 어디까지…토지 소유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찻잔 속의 태풍일 뿐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집값과의 전쟁’을 벌여온 참여정부가 집권 말기에 이르러 ‘분양원가 전면 공개’라는 카드를 꺼내고, 서울시가 ‘후분양제’를 전격 도입했다. 사실상 부동산 정책의 마지막 카드가 시장에 던져졌다고 할 수 있다. 분양가 자율화 뒤 후분양으로 전환했어야
노무현 대통령은 9월28일 문화방송에 출연해 “(예전에는) 반대했는데, 국민들이 분양원가 공개를 바라니까 그 방향으로 가야 되지 않겠느냐”며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는 이르면 내년 3월부터 공공택지는 물론, 민간택지에 공급되는 아파트까지 분양원가를 전면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곧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분양원가 시행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은평 뉴타운을 포함해 앞으로 시가 공급하는 모든 공공아파트에 대해 공정이 80% 이상 된 뒤에 분양하는 ‘후분양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서울시는 시가 조성한 택지를 분양받아 시공하는 민간건설 업체에도 토지계약을 맺을 때 아예 후분양제 실시를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각각 내놓은 원가 공개와 후분양제가 하나의 세트는 아니다. 원론적으로 ‘선분양-후분양’ 제도가 ‘원가공개-비공개’와 서로 밀접하게 연동돼 함께 움직이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번 조처는 서울시가 후분양제를 전격 꺼내자 정부가 이에 뒤질세라 급히 분양원가 공개를 들고 나온 형국에 가깝다. 실제로 건설교통부는 후분양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설교통부는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앞으로 1∼2년간 서울시에서 주택 공급 물량이 사라져 집값 불안 등 부작용을 일으키고, 금융비용 증가분이 분양가에 전가될 수 있다”며 “후분양제가 고분양가의 해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무튼 열쇠는 원가 공개든 후분양제든 과연 분양 가격을 실제로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후분양제부터 보자. 현행 주택공급 방식이 ‘선분양’으로 획일화돼 있는 건 아니다. 선분양이든 후분양이든 건설업체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선분양은 과거 주택 대량 공급이 절실했던 시기에 소비자 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건설업체에 준 특혜인데, 대신 분양가를 규제했기 때문에 입주 뒤에 시세차익이 기대됐다. 이에 따라 주택 구입자들은 선납입금에 대한 금융비용 이상을 주택가격 상승에서 챙길 수 있어서 큰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8년부터 분양가는 자율화됐다. 경실련은 “건설업체의 폭리와 특혜를 없애기 위해 분양가 자율화 이후에는 후분양으로 전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 윤순철 국장은 “예전에는 지도에 선 그어놓고 ‘얼마에 지어줄 테니 사라’고 분양해 팔았고, 그래서 원가라도 까보라고 요구했다”며 “후분양제로, 벽지를 바르기 전 수준까지 거의 완공된 주택을 분양하면 추정된 분양원가가 아니라 실제로 영수증 정산된 것을 갖고 분양원가를 따져볼 수 있기 때문에 분양원가 뻥튀기가 사실상 차단된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자금 문제 없어
사실 후분양제 도입이 갑자기 떨어진 폭탄은 아니다. 민간업체들은 저마다 값싼 공공택지를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내년부터 공정률이 40% 이상 진행된 뒤에 분양하면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받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정부가 2004년에 이미 마련한 공공주택 후분양제 도입 일정을 보면, 내년에는 공정률 40% 이상, 2008년에는 60%, 2009년에는 80% 이상으로 후분양 공정률을 단계적으로 높이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후분양제 실시와 상관없이 이미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는 민간업체들도 있다. 특히 분양시장이 침체되면서 중소업체들은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후분양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백성준 연구위원은 “지금도 분양이 잘 안 되는 지역은 사실상 후분양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후분양제 아래서 건설업체의 금융비용이 증가해 오히려 분양가를 높일 수도 있고, 신규주택 가격이 주변 아파트 시세에 더욱 맞춰져서 입주 프리미엄까지 포함해 분양 가격이 책정될 공산이 크다.
또 눈으로 실물을 비교하고 차이를 확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값비싼 마감재를 써서 분양가가 높더라도 고급 브랜드에 사람들이 더 몰려들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자금 조달의 경우 중소 건설업체는 후분양제 아래서 어려움을 겪겠지만, 웬만한 대형 건설사들은 은행 등과 손잡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일으켜 자금을 얼마든지 끌어들일 수 있다. 후분양이 주택건설 시장을 강타할 태풍은 아닌 셈이다. 물론 선분양과 달리 후분양에서는 토지매입 대금부터 공사대금까지 건설업체가 모두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회수 기간이 길어지고, 따라서 사업규모 축소는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후분양제+분양원가 공개’가 되면 최상이겠지만, 후분양제에서는 굳이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분양가의 적정성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분양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 2004년 서울 상암지구, 올해 판교 새도시와 은평 뉴타운 분양원가 공개가 잇따르면서 분양원가는 더 이상 공개를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현재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택지비겵泰ː翩瀛?설계비 등 7개 항목(전용 25.7평 초과 민영주택은 택지비와 택지 매입원가 두 항목)의 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원가연동제(분양가상한) 아래서도 판교 새도시가 100% 청약을 마쳤듯이, 주택을 보유하는 것이 다른 자산을 보유하는 것보다 투자 수익이 훨씬 더 높다는 ‘기대’가 사라지지 않는 한 분양가 폭리를 통해 ‘집장사’하는 현상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파주 운정지구의 경우 정부가 주변 시세보다 30∼40% 정도 더 비싼 평당 1300만원을 승인해줘 고분양가 논란이 일어났음에도 초기 계약률이 90%에 이르렀다.
‘주거 복지’ 측면에서 변화 있나
토지정의시민연대 남기업 사무처장은 “분양가가 떨어지면 초기 분양자들만 즉시 로또 당첨 같은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게 된다. 원가 공개나 후분양제를 고분양가 문제의 해법이라고 보는 건 착각이고 함정”이라며 “현재 주택시장에서 기존 주택이 99%이고 신규 주택이 1%라고 할 때 전체 주택시장 가격은 기존 주택값이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규주택은 전체 주택 가격을 움직일 힘이 없고, 결국 가격을 ‘하향 안정화’하지 못한 채 기존 주변 시세를 그대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분양원가 공개는 건설업체가 ‘적정 이윤’을 책정했는지, ‘폭리’를 취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판교 새도시는 원가 공개 대상인 공공택지에서도 민간업체가 적정 수익을 내면서 얼마든지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원가 공개가 실효성은 없이 아파트 공급만 위축시킬 것”이라는 말이 과장된 ‘우려’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원가 내역이 검증되더라도 적정 이윤 대목에 들어가면 계산이 복잡해질 수도 있다. 아파트 분양가는 건설업체의 이윤을 포함한 ‘생산원가’와 시행사의 개발 이윤을 포함한 ‘개발비용’으로 이뤄진다. 건설업체의 아파트 공사의 이윤율은, 공개된 자료는 없지만 상장 건설업체 사업보고서를 보면 약 3∼5% 안팎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원가율은 건설업체마다 제각각 다르고, 주택사업 지역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자체 개발사업이냐 단순 도급공사냐에 따라 리스크(금융비용겦뗑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집값과의 전쟁’을 벌여온 참여정부가 집권 말기에 이르러 ‘분양원가 전면 공개’라는 카드를 꺼내고, 서울시가 ‘후분양제’를 전격 도입했다. 사실상 부동산 정책의 마지막 카드가 시장에 던져졌다고 할 수 있다. 분양가 자율화 뒤 후분양으로 전환했어야
노무현 대통령은 9월28일 문화방송에 출연해 “(예전에는) 반대했는데, 국민들이 분양원가 공개를 바라니까 그 방향으로 가야 되지 않겠느냐”며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는 이르면 내년 3월부터 공공택지는 물론, 민간택지에 공급되는 아파트까지 분양원가를 전면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분양원가 공개와 후분양제라는 부동산시장의 마지막 카드가 던져졌다. 지난 5월 판교 민영 임대아파트 선착순 계약을 앞두고 줄선 인파.(사진/ 연합 신영근 기자)
서울시가 전격 실시하기로 한 후분양제는 분양가 거품을 걷어낼 수 있을까? 서울 은평구에 조성 중인 은평 뉴타운 지구.(사진/ 한겨레 이정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