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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잡음 들끓는 차세대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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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2-2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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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식 IMT-2000 구상 위기 치달아… 수익기반 약해 사업자 선정 난항

사진/꿈의 통신을 표방한 IMT-2000을 고집하면서 사업자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강창광 기자)
“삼성전자와 퀄컴이 그랜드컨소시엄에 출자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월14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네거리 정보통신부 기자실. 조간기자들이 마감기사 처리에 한창 열을 올리는 시각에 하나로통신의 홍보실장인 두원수(41) 이사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와 ‘따끈따근한’ 소식을 전했다. 동기식 IMT-2000(CDMA2000) 그랜드컨소시엄 추진위원회의 대변인 구실을 하고 있는 그의 말에 기자들은 귀가 번쩍 띄었다.

“정말이요? 얼마나 출자한답니까?”

“아직 지분율은 결정되지 않았는데요….”

여기까지는 좋았다. 애드벌룬만 요란하게 띄워놓고 지지부진하던 그랜드컨소시엄 구성작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것만으로 기사가 된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리저리 취재하다 삼성의 참여지분율이 1%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허탈감에 빠졌다. 기사가치가 갑자기 떨어진 것이다.


삼성의 1% 참여에 정통부 요란법석

정부가 동기식 그랜드컨소시엄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1월9일 한국퀄컴의 김성우 지사장이 정통부를 방문했을 때였다. 석호익 정보통신지원국장은 퀄컴이 동기식 그랜드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했으며, 자신들도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그랜드컨소시엄 구상은 퀄컴만의 것이 아니었다. 하나로통신의 신윤식 사장을 비롯해 국내 동기식 진영의 몇몇 전문가들도 이런 구상을 갖고 있었고, 정통부도 여기에 동의했다. 특히 정통부는 삼성이나 포항제철 등 현금 동원력이 있는 국내 대기업들을 참여시키고, 미국의 버라이존, 스프린트, 일본의 KDDI, 중국의 차이나유니콤 등 외국의 다른 동기식 통신사업자들과 벨트를 건설한다는 그림을 갖고 있었다. 이런 구상이 이심전심으로 합의에 이른 것은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1차 사업자 선정심사 때 비동기(W-CDMA) 사업을 신청했다 탈락한 LG는 비동기를 고집하고, 하나로통신은 과락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포철은 정통부와 악연이 있었다. 지난해 포철이 파워콤 인수전에 나섰을 때 가장 강력히 반대했던 곳이 다름아닌 정통부였다. 파워콤은 한국전력의 자회사로서 한전이 보유하고 있는 초고속 광통신망과 케이블TV 전송망을 토대로 설립된 네트워크 전문회사로서 포철이 미래산업인 통신사업 진출의 교두보로 생각했던 기업이었다. 그러나 되레 이번에는 정통부가 투자를 해달라고 구걸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대기업의 경우 IMT-2000 컨소시엄에 중복투자할 수 없도록 돼 있던 규정을 푼 것도 포철을 위한 특별배려였다. 하지만 포철은 끝내 돌아서지 않았다. 유상부 포철회장은 얼마 전 공개적으로 “동기식 차세대이동통신사업에 참여할 뜻이 없을 뿐 아니라 ‘동기’도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기대했던 삼성마저 1%라는 숫자의 장난으로 정통부를 우롱하고 만 것이다.

동기식 큰그림이 나오지 않는 이유

사진/동기식을 주장하는 정통부는 국내 통신기술 육성을 내세우고 있다. 정통부의 IMT-2000 1차 사업자성정 발표 모습.(이정용 기자)
정통부는 왜 이토록 동기에 집착하는 걸까? 정작 일반 국민들은 관심도 없는 이 두 글자 때문에, 정통부는 거의 만신창이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병엽 정통부 장관의 숨겨놓은 자식 이름이 ‘동기’라더라”는 비아냥 소리도 들린다.

동기산업에 대한 정통부의 집착은 국내 통신기술과 산업육성이라는 정책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2세대 이동통신인 PCS사업 때 퀄컴의 CDM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경우 동기분야에 관한 한 상당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단말기와 시스템 등 수출 효자로서의 구실도 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3세대에서 동기방식을 받아들이는 나라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이 기술을 버릴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정통부의 확신이 이렇다면, 지난해 1차 선정 때 아예 동기사업자를 한 군데 정해놓고 비동기만을 대상으로 심사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끝까지 업계자율을 외치다 결국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사업권 심사가 끝난 뒤 안병엽 장관은 “SK텔레콤이 동기로 사업을 한다고 해놓고 약속을 어겼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결국 정통부는 정책을 관철시키지도 못했고, 업계의 자율을 존중하는 조정자로서의 권위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완전히 스타일을 구긴 것이다.

동기산업에 대해 통신사업자들이 가장 많이 제기한 문제는 다름아닌 사업성 문제였다. LG는 비동기사업권 신청에서 떨어진 뒤 동기방식으로는 도저히 사업성이 없고, 투자할 주주도 모을 수 없다는 내용의 자료를 국회와 언론에 배포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하나로통신도 이대로는 동기방식의 사업성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나서 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정부가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기존 사업자들에게 2.5세대 동기식 서비스인 CDMA2000-1X(IS-95C)를 허용한 것은 중대한 실수”라며 “이로 인해 동기식 IMT-2000 사업자는 처음부터 경쟁력을 상실하게 됐다”고 밝혔다. CDMA2000-1X는 기존 주파수 대역(SK·신세기통신은 800㎒, 한통프리텔·엠닷컴, LG텔레콤 등 PCS는 1.8㎓)에서도 IMT-2000의 초기 서비스 속도인 144㎑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낼 수 있는 기술이다.

이에 따라 그랜드컨소시엄 추진위원회는 지난 2월15일 정부에 제출한 건의서를 통해 1조1500억원으로 돼 있는 출연금을 2200억원 수준으로 대폭 깎아주는 등 신규사업자가 수익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정통부는 “기존 주파수로는 늘어나는 데이터 용량을 소화할 수 없으므로 신규사업자도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는 매우 추상적인 설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출연금 삭감은 필요없다는 것이다.

정통부는 동기산업 육성의지 확고한 건가

그러나 이렇게 중대한 의견차이에 대해 정통부는 한번도 공식적인 자료나 설명회를 통한 설득을 해본 적이 없다. ‘밀실 정통부’라는 비난은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정통부가 정말 동기산업 육성의지가 확고하다면 드러내놓고 국민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재성 기자/ 한겨레 디지털부 firi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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