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튠스’의 콘텐츠와 연계한 애플에 갈수록 뒤처지는 MP3 시장…패널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LCD와 PDP도 중국·대만 업체에 밀려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를 생산하는 레인콤은 올 2분기에 매출 326억원, 영업적자 193억을 기록했다. 애플 아이팟(iPod)의 대대적인 공세 속에서 국내 MP3 플레이어 업체들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레인콤은 올 1분기에도 영업손실 135억원을 낸 바 있다.
LG필립스LCD, 사상 최대 영업손실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뿐만 아니라 MP3 플레이어와 액정표시장치(LCD)·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평판 디스플레이 업체도 2006년 혹독한 여름을 통과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LG필립스LCD는 LCD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2분기에 분기 실적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37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5분기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LG필립스LCD는 이미 감산 및 재고 조정에 들어갔다.
PDP 업계도 실망스러운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삼성SDI의 2분기 영업이익은 22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6%나 감소했다. PDP 매출은 382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9% 감소했다. LCD 패널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은 대만 업체의 약진에 밀려 생산량 1위 자리를 내줬고, 일본에 이어 2위였던 LCD TV에서도 중국·대만 업체에 고전하면서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2분기에 LCD 분야에서 패널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영업이익(750억원)이 1분기 대비 30%나 감소했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부문의 경우 보르도 TV를 비롯한 LCD·PDP TV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수익이 악화된 것은 평판 패널 판매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LG필립스LCD의 2분기 제곱미터당 평균 판매가격은 1598달러로, 1분기에 견줘 약 19%가 하락했다.
MP3 플레이어의 경우 중국 저가 제품과 짝퉁이 이미 세계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도 애플의 아이팟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에 왜 국내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까? 업계 관계자는 “레인콤이 처음에 혁신적인 디자인을 내놓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지만 그 뒤에 나온 제품들도 디자인이 거의 비슷비슷하고,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며 “성공의 바통을 이어갈 혁신이 없었다는 것이 최근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애플을 보자. 현재 온라인 음악시장은 애플의 아이팟과 이와 연계된 음원 서비스인 ‘아이튠스’(iTunes)가 석권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3년간 무려 6억 개 이상의 곡들을 판매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세계 21개국에서 아이튠스를 통해 곡당 1달러27센트, 음반당 12달러86센트에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달러57센트를 지불하면 뮤직 비디오도 다운받을 수 있다. 애플은 벌써 여섯 번째 ‘아이튠스6’ 버전까지 내놓았다. 이처럼 혁신을 거듭하는 아이튠스 서비스와 결합해 애플은 미국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7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도 디자인이 빼어난 대형 히트 제품이지만, 소프트웨어인 아이튠스 서비스와 결합한 ‘새로운 MP3 플레이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독주를 계속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은민 연구원은 “애플이 한국에는 아이튠스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데 특정 국가에 아이팟이 몇 대 이상 팔리거나 국민의 몇% 이상이 아이팟을 이용해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사실 아이튠스라는 뮤직 스토어 자체는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이 서비스가 아이팟의 판매를 늘리는 구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애플의 ‘아이팟-아이튠스’ 결합 모델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MP3 플레이어 ‘옙’을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반애플’ 전선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쪽은 “아이튠스 서비스를 제외하면 삼성의 MP3 플레이어가 애플 아이팟에 뒤질 게 하나도 없다”면서 “독자적인 음악 서비스를 제공해 애플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음악 포털, 할리우드의 영화업체 등이 콘텐츠 연합을 구성해 아이튠스에 대적할 만한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MS와 함께 반애플 체제 구축 시도
레인콤도 국내 인터넷 음악 서비스 업체인 ‘쥬크온’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자체 뮤직 스토어를 만드는 등 뒤늦게 음원 서비스에 나섰다. 또 새 MP3 플레이어인 ‘U10’과 PMP를 MS가 만든 뮤직 스토어와 전략적으로 독점 제휴해 애플에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은민 연구원은 “아이튠스의 보급률이 워낙 막대하기 때문에 이에 대적할 정도로 뮤직 스토어를 개발하기 쉽지 않은 상태”라며 “MS 등 세계적 업체들이 공세적으로 반애플 체제 구축을 시도하고 있지만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쪽은 “옙도 ‘삼성미디어스튜디오’라는 유료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MP3 플레이어만 팔아서는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없다. 다양한 음악·영화 콘텐츠까지 결합해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뿐만 아니라 MP3 플레이어와 액정표시장치(LCD)·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평판 디스플레이 업체도 2006년 혹독한 여름을 통과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LG필립스LCD는 LCD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2분기에 분기 실적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37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5분기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LG필립스LCD는 이미 감산 및 재고 조정에 들어갔다.
평판 패널 가격 하락으로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LG필립스LCD의 LCD제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