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만하지 못한 퀼컴의 속셈
등록 : 2001-02-21 00:00 수정 :
사진/동기식 사업자 선정을 기대하고 있는 퀄컴.
미국의 퀄컴은 과연 한국의 ‘동기식 IMT-2000 그랜드컨소시엄’에 출자할 것인가?
퀄컴은 지난 2월14일 삼성과 함께 그랜드컨소시엄에 출자하기로 했다고 알려지자 즉각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원만한 컨소시엄이 구성된다면 지분출자를 하기로 본사 차원에서 결정한 것은 사실”이라는 예의 ‘원만한 그랜드컨소시엄론’을 반복했다. 여기서 ‘원만한’이란 삼성이나 포철 등 돈있는 대기업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뒤집어 말하면, 삼성과 포철이 참여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퀄컴은 이런 해석에 대해서도 뚜렷이 해명하지 않고, 하나로통신과 정통부의 애를 태우게 하고 있다.
막전막후 사정은 우리와 다르지만, 퀄컴이 일본에서 동기식 사업자를 만들기 위해 벌였던 일련의 작전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상반기 IMT-2000 사업자를 선정한 일본의 경우 모두 3개의 사업권에 NTT도코모, DDI그룹, 재팬텔레콤 등 3개 사업자가 참여해 이른바 3:3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비동기 방식을 선호하자 마쓰모토 데쓰조 퀄컴일본 사장이 “현재 면허 신청서류 작성에 들어갔으며, DDI의 움직임에 따라서 미국이나 한국, 홍콩 등의 통신사업자 등과 제휴해 면허를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혀 3:4 구도를 만들었다. 이는 가장 약세인 DDI그룹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DDI그룹이 동기식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결국 퀄컴은 일본시장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퀄컴은 이 과정에서 미-일간의 통상마찰로 번질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등 압력을 행사했다.
한국과 일본이 다른 점은 동기식 사업자 선정에 대해 한국 정부가 퀄컴보다도 더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퀄컴에게 한국시장은 일본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중요하다. 지난 95∼99년 6월까지 우리나라가 퀄컴에 지불한 기술료는 4억4천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퀄컴은 한국을 숙주로 성장해왔다. 정작 다급한 것은 퀄컴 자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