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대 디카 판매 달성한 올림푸스한국 방일석 대표의 디지털 시장 승리전략…컨버전스에서 디버전스로, 차별화된 핵심 기능에 주력하는 것이 ‘블루오션’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올림푸스한국은 최근 국내에서 총 100만 대의 디지털 카메라(이하 디카) 판매를 달성했다. 지난 2000년 올림푸스한국이 설립된 뒤 6년 만이다. 올림푸스한국은 국내에 아직 디카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때에 ‘디카 문화’를 만들고, ‘디카 붐’을 일으킨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올림푸스한국이 2004년까지 국내 디카 시장에서 1위를 독주하면서 대표적인 디카 브랜드로 발돋움한 배경에는 ‘히트 마케팅 기술자’로 불리는 올림푸스한국 방일석(43) 대표가 있었다.
삼성전자에 다니던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일약 연간 매출 3천억원에 달하는 올림푸스한국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방 사장은 탁월한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아 올림푸스 아태지역 총괄사장, 올림푸스차이나 부회장에 올랐고, 올림푸스그룹 등기임원(총 5명)에까지 선임됐다. 방 사장이 지난 해 비행기를 탄 횟수는 무려 280회에 이른다. 중국·중남미·동남아시아 등 전세계 올림푸스 마케팅 전략을 총괄하다 보니 비행기 안에서 살다시피 한 것이다. 4월26일 서울 역삼동 올림푸스한국 사무실에서 만난 방 사장은 “디지털 시장에서 승리하려면 컨버전스(복합·융합화)가 아니라 디버전스(핵심 기능·다양화)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어정쩡한 컨버전스는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한다. 진정한 컨버전스는 100% 완벽한 핵심 기술을 토대로 또 다른 기술이 결합돼야 한다.” 디카·MP3 플레이어·내비게이션·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마다, 영역을 넘나들면서 부가 기능을 넣기보다는 차별화된 핵심 기능에 주력하는 것이 ‘블루오션’ 전략이라는 것이다. ‘디카 불모지’ 한국에 적극적 마케팅 -2000년 당시 국내에 생소했던 ‘디카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마케팅 전략을 폈나? =당시 국내 카메라 시장에서 디카 비중은 13만대 정도에 불과했다. 일본과 유럽에 비하면 시장이 없다시피 했다. 일본은 당시 200만 대 시장을 형성했고, 한국에 비하면 시장 규모가 20배 정도 더 컸다. 한국은 인터넷망 등 정보기술(IT) 기반이 충분히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디카를 쓸 환경이 됐는데도 디카에 대한 인식이 뒤떨어진 상태였다. 당시 디카 시장은 전략적 마케팅이 거의 없었고, 외국 카메라 기업들도 현지 법인을 차리지 않고 단순히 대리점 형태로 카메라 한 대씩 팔아 이윤을 남기는 식이었다. 2001년에 올림푸스는 마케팅 비용만 60억∼7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듬해 국내 디카 시장은 80만 대로 대폭 커졌다. 올림푸스가 전체적으로 한국에서 디카 시장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2002년에는 ‘마이 디지털 스토리’라는 콘셉트로 배우 전지현을 내세워 대대적인 광고를 전개했다. 소비자의 반응이 뜨거웠고,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글’에서 이제 ‘사진’, 즉 ‘스틸 컷’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마케팅 전략으로 강조했다. 또 감성 마케팅을 통해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하는 상징’으로 디카를 부각시켰다. -올림푸스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1995년부터 삼성전자 일본 주재원으로 일했다. 올림푸스는 거래처였는데, 2000년 봄 올림푸스 경영진이 한국 디카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궁금해하기에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보고서를 만들어 줬다. 보고서를 본 뒤 올림푸스 쪽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올림푸스한국을 설립해 사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었다. 당시 직원 5명으로 올림푸스한국을 시작했다. 2000년 당시 올림푸스의 한국 내 매출액은 40억원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에 3천억원을 기록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국내 MP3 플레이어 시장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마진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카도 곧 이런 상황에 처하는 것은 아닌지? =MP3 플레이어는 사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조합 제품’ 성격의 디지털 기기다. MP3 플레이어는 핵심 기술이 별로 없고, MP3 자체가 어차피 압축파일이다. 즉, 휴대전화에서 음악을 들으나 MP3 플레이어로 들으나 귀로는 음질 차이를 거의 못 느낀다. 또 MP3는 부품 의존도가 강하고 기술 의존도는 높지 않다. 따라서 낸드 플래시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 MP3 플레이어 가격도 떨어지게 돼 있다. 그러나 사진과 카메라는 다르다. 광학기술이 집약된 카메라와 렌즈에는 핵심 기술이 들어가 있다. 올림푸스는 자체 핵심 기술을 갖고 있으므로 가격 파괴를 하지 않는다. 최근 올림푸스가 내놓은 디카 ‘뮤’ 시리즈는 1.5m 위에서 떨어뜨려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충격 흡수장치가 돼 있고, 3m 물 속에서도 방수가 되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MP3 플레이어와 디카의 운명은 달라 - 휴대전화기마다 디카가 장착되고 있다. MP3 플레이어 시장도 ‘MP3 휴대전화’의 위협이 컸는데…. =디카는 사정이 다르다. 휴대전화 업체들이 단말기에 500만, 600만 화소 카메라까지 넣겠다고 하는데 현재 200만∼300만에서 멈춰버리고 있다. 휴대전화와 카메라 두 가지 콘텐츠를 조합한 것이라서 둘 다 완벽하게 넣을 수는 없다. 요즘 캠코더로도 스틸 컷을 찍을 수 있는데, 그래서 디카 시장이 줄어들고 점차 캠코더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캠코더가 디카 시장에 빨려들어올 것으로 봤다. 예상이 맞았다. 캠코더의 최대 동영상은 170만 화소인데, 디카 스틸 컷은 700만, 1천만 화소까지 나왔다. 캠코더 동영상으로 찍은 것을 스틸 컷으로 만들었을 때 170만 화소에 불과하게 된다. 소비자들이 캠코더 스틸 컷 화질에 불만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요즘 디지털 시장은 ‘컨버전스 흐름’이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는가?
=삼성테크윈이 내놓은 ‘샵(#) 11 PMP(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를 보자. 디카, 동영상, MP3 플레이어가 한데 융합된 것인데 2만 대 정도 팔렸다고 한다. 그러나 2만 대 정도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한번 배터리를 충전해 디카로 300매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할 때, 이 디카에 DMB 넣고 MP3 플레이어를 넣으면 배터리 용량 부족으로 30매밖에 못 찍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컨버전스로 가다가는 디카 기능을 떨어뜨리게 된다. 디지털 기기에 MP3 플레이어 기능을 20% 넣고, 디카 기능을 30% 넣고, 또 내비게이션 기능을 넣고…. 처음에는 여러 가지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도, 쓰다 보면 어느 기능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이 생기게 된다. 지금은 컨버전스가 아니라 오히려 ‘디버전스’를 추구해야 한다. 컨버전스로 무조건 구겨넣다 보면 가격만 비싸지고 소비자의 만족도 떨어진다. 어떤 디지털 기기이든 그 본질적 기능을 일단 100% 완벽하게 구현한 뒤에 컨버전스 등 플러스 알파가 추가될 수 있다. 모호한 기능들을 모아놓은 건 진정한 컨버전스가 아니다.
- 그동안 디카 시장을 콤팩트(렌즈일체형) 디카가 선도해왔으나 이제 렌즈교환식(DSLR)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올림푸스가 캐논·니콘 등에 비해 DSLR 부문은 취약하지 않은지?
= 디카 시장 규모는 전세계에 걸쳐 8천만 대 정도 되고, DSLR은 450만∼500만 대 수준이다. 물론 DSLR 시장이 갈수록 커질 것이고 업체들도 이 부문에 집중할 것이다. 올림푸스도 ‘포서즈(4/3) 규격’이라는 독자적인 기술을 갖고 이 부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포서즈 포럼에 마쓰시다, 후지필름, 코닥 등이 합류했다. 동참한 업체들끼리는 렌즈 호환이 가능하다. 캐논과 니콘은 디카 본체는 디지털이지만 렌즈는 아직 아날로그를 쓰는 데 반해 올림푸스는 렌즈도 디지털이다.
차별화된 디카가 시장 넓힐 수 있다
-500만 화소에 이어 800만 화소가 등장하면서 디카 시장에서 화소 경쟁은 무의미해졌다는 말도 있는데….
= 국내 디카 시장은 올림푸스·삼성테크윈· 캐논·소니 등이 경합을 펼치고 있다. 지금은 마케팅 전략을 감성에서 ‘기술 강조’로 바꿔, 그동안 올림푸스 디카를 산 고객이 다시 올림푸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올림푸스는 한국 시장에 총 10∼15개 모델을 선보이고 있는데 6∼9개월마다 새로운 제품 모델을 하나씩 내놓고 있다. 소비자의 디카 교체 주기가 2년3개월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디카가 보편화되고 좀더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기능을 갖춘 진화된 디카를 선보이면 얼마든지 시장을 넓힐 수 있다. 디카는 먼지가 끼는 것이 흠인데, 올림푸스는 전원을 켤 때마다 이미지 센서(CCD)를 움직여 자동으로 먼지를 떨어내는 ‘더스트 리덕션 시스템’을 채용했다. 블루오션은 신천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레드 오션 속에서 차별화된 제품으로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올림푸스한국은 최근 국내에서 총 100만 대의 디지털 카메라(이하 디카) 판매를 달성했다. 지난 2000년 올림푸스한국이 설립된 뒤 6년 만이다. 올림푸스한국은 국내에 아직 디카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때에 ‘디카 문화’를 만들고, ‘디카 붐’을 일으킨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올림푸스한국이 2004년까지 국내 디카 시장에서 1위를 독주하면서 대표적인 디카 브랜드로 발돋움한 배경에는 ‘히트 마케팅 기술자’로 불리는 올림푸스한국 방일석(43) 대표가 있었다.

디지털 시장의 핵심 기술만이 블루오션을 만들 수 있다. 올림푸스 한국 방일석 사장.
삼성전자에 다니던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일약 연간 매출 3천억원에 달하는 올림푸스한국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방 사장은 탁월한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아 올림푸스 아태지역 총괄사장, 올림푸스차이나 부회장에 올랐고, 올림푸스그룹 등기임원(총 5명)에까지 선임됐다. 방 사장이 지난 해 비행기를 탄 횟수는 무려 280회에 이른다. 중국·중남미·동남아시아 등 전세계 올림푸스 마케팅 전략을 총괄하다 보니 비행기 안에서 살다시피 한 것이다. 4월26일 서울 역삼동 올림푸스한국 사무실에서 만난 방 사장은 “디지털 시장에서 승리하려면 컨버전스(복합·융합화)가 아니라 디버전스(핵심 기능·다양화)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어정쩡한 컨버전스는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한다. 진정한 컨버전스는 100% 완벽한 핵심 기술을 토대로 또 다른 기술이 결합돼야 한다.” 디카·MP3 플레이어·내비게이션·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마다, 영역을 넘나들면서 부가 기능을 넣기보다는 차별화된 핵심 기능에 주력하는 것이 ‘블루오션’ 전략이라는 것이다. ‘디카 불모지’ 한국에 적극적 마케팅 -2000년 당시 국내에 생소했던 ‘디카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마케팅 전략을 폈나? =당시 국내 카메라 시장에서 디카 비중은 13만대 정도에 불과했다. 일본과 유럽에 비하면 시장이 없다시피 했다. 일본은 당시 200만 대 시장을 형성했고, 한국에 비하면 시장 규모가 20배 정도 더 컸다. 한국은 인터넷망 등 정보기술(IT) 기반이 충분히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디카를 쓸 환경이 됐는데도 디카에 대한 인식이 뒤떨어진 상태였다. 당시 디카 시장은 전략적 마케팅이 거의 없었고, 외국 카메라 기업들도 현지 법인을 차리지 않고 단순히 대리점 형태로 카메라 한 대씩 팔아 이윤을 남기는 식이었다. 2001년에 올림푸스는 마케팅 비용만 60억∼7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듬해 국내 디카 시장은 80만 대로 대폭 커졌다. 올림푸스가 전체적으로 한국에서 디카 시장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2002년에는 ‘마이 디지털 스토리’라는 콘셉트로 배우 전지현을 내세워 대대적인 광고를 전개했다. 소비자의 반응이 뜨거웠고,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글’에서 이제 ‘사진’, 즉 ‘스틸 컷’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마케팅 전략으로 강조했다. 또 감성 마케팅을 통해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하는 상징’으로 디카를 부각시켰다. -올림푸스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1995년부터 삼성전자 일본 주재원으로 일했다. 올림푸스는 거래처였는데, 2000년 봄 올림푸스 경영진이 한국 디카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궁금해하기에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보고서를 만들어 줬다. 보고서를 본 뒤 올림푸스 쪽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올림푸스한국을 설립해 사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었다. 당시 직원 5명으로 올림푸스한국을 시작했다. 2000년 당시 올림푸스의 한국 내 매출액은 40억원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에 3천억원을 기록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국내 MP3 플레이어 시장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마진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카도 곧 이런 상황에 처하는 것은 아닌지? =MP3 플레이어는 사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조합 제품’ 성격의 디지털 기기다. MP3 플레이어는 핵심 기술이 별로 없고, MP3 자체가 어차피 압축파일이다. 즉, 휴대전화에서 음악을 들으나 MP3 플레이어로 들으나 귀로는 음질 차이를 거의 못 느낀다. 또 MP3는 부품 의존도가 강하고 기술 의존도는 높지 않다. 따라서 낸드 플래시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 MP3 플레이어 가격도 떨어지게 돼 있다. 그러나 사진과 카메라는 다르다. 광학기술이 집약된 카메라와 렌즈에는 핵심 기술이 들어가 있다. 올림푸스는 자체 핵심 기술을 갖고 있으므로 가격 파괴를 하지 않는다. 최근 올림푸스가 내놓은 디카 ‘뮤’ 시리즈는 1.5m 위에서 떨어뜨려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충격 흡수장치가 돼 있고, 3m 물 속에서도 방수가 되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MP3 플레이어와 디카의 운명은 달라 - 휴대전화기마다 디카가 장착되고 있다. MP3 플레이어 시장도 ‘MP3 휴대전화’의 위협이 컸는데…. =디카는 사정이 다르다. 휴대전화 업체들이 단말기에 500만, 600만 화소 카메라까지 넣겠다고 하는데 현재 200만∼300만에서 멈춰버리고 있다. 휴대전화와 카메라 두 가지 콘텐츠를 조합한 것이라서 둘 다 완벽하게 넣을 수는 없다. 요즘 캠코더로도 스틸 컷을 찍을 수 있는데, 그래서 디카 시장이 줄어들고 점차 캠코더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컨버전스가 대세인가, 디버전스를 추구해야 하는가? 서울 역삼동 올림푸스한국 사무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