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고객 잡으려고 가격할인하다 충성고객의 배신감과 질투 자극
효과적인 전략적 가격 책정도 고객의 마음 헤아리지 못하면 역효과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어느 날, 공과금을 온라인으로 내기 위해 월급통장이 있는 은행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런데 홈페이지에 낯선 광고문구가 걸려 있었다. 인터넷뱅킹에 신규 가입하면 몇 달 동안 자동이체 수수료를 절반으로 깎아준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10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그 은행에서만 돈을 관리한 나의 미련함에 스스로 화가 치밀었다. 그동안 한 번도 생각조차 해보지 않고 냈던 자동이체 수수료가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다른 은행 사이트들을 찾아가 인터넷뱅킹 가입 때 어떤 혜택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질투효과와 배반효과의 함정 전략적 가격 책정(targeted pricing)은 기업 입장에서는 아주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전략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 경영대학원의 존 장(John Zhang) 교수팀은 최근 연구에서 단일 가격 전략보다 전략적 가격 책정이 더 우월한 이유를 전략적 유연성에서 찾았다. 전통적 단일 가격 전략에서는 기업이 매출 확대와 이익 확대의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가격을 낮춘다면 매출은 확대되지만 마진이 낮아지므로 이익을 희생하게 된다. 반대로 가격을 높인다면 마진이 높아져 단위 이익은 늘지만 매출을 희생하게 된다. 전략적 가격 책정을 하면 신규 고객에게는 가격을 할인해 매출을 늘리면서, 기존 충성 고객에게는 같은 마진을 유지하는 식의 차별화된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전략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전략은 점점 확산되어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신규 가입자에게 각종 현금성 쿠폰을 제공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다시피 했다. 시장 환경도 전략적 가격 책정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조성되고 있다. 점점 보편화되고 있는 인터넷 상거래는 고객 개개인의 취향과 충성도를 측정하기 쉽게 만든다. 예전에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설문조사를 해야 알 수 있었던 고객의 쇼핑 정보를 클릭 몇 번으로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전략적 가격 책정의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그 정책을 실행하는 데 드는 비용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아 보이는 전략적 가격 책정에는 장미의 가시 같은 함정이 숨어 있다. 차별화의 혜택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반발이다. 세상의 다른 모든 차별과 마찬가지로, 가격 차별도 차별받은 소비자를 화나게 한다. 그래서 나타나는 게 배반효과(betrayal effect)와 질투효과(jealousy effect)다.
미국 MIT 경영대학원의 덩컨 시메스터(Duncan Simester) 교수팀은 질투효과와 배반효과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연구팀은 우선 질투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한 제품의 통신판매 카탈로그를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발송했다. 그중 절반에는 약간의 가격 할인율을, 나머지 절반에는 아주 큰 가격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표를 붙였다. 그리고 구매 패턴을 관찰했다.
그랬더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구매일로부터 800일 이상 지나 신규 고객이나 다름없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큰 가격 할인율을 적용한 상품의 판매량이 15% 가까이나 많았다. 그러나 최근 50일 이내에 제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오히려 낮은 가격 할인율을 적용한 상품을 15%나 많이 구매했다. 최근에 정가에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은, 같은 물건이 지나치게 값싸게 판매되자 배신감을 느껴 구매를 거부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어 질투효과를 검증하는 실험을 벌였다. 연구팀은 불특정 다수 소비자들에게 특정한 옷을 홍보하는 카탈로그를 발송하면서, 옷 크기별로 다른 가격을 제시한 목록을 보냈다. 이때 가장 작은 순서로 1, 2번 사이즈를 ‘스몰’로, 그보다 큰 3, 4번 사이즈를 ‘라지’로 묶어 가격을 이원화했다. 그런데 다른 것들은 기존과 유사한 정도로 판매된 반면, 유독 3번 사이즈만 판매량이 21%나 떨어진 결과가 나왔다.
아마존은 어떻게 화를 입었나
3번 사이즈 수요자들은, 자신보다 작은 2번 사이즈보다 비싼 가격을 내면서도 더 큰 4번 사이즈와는 같은 가격을 내게 됐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않아 구매를 외면한 것이다. 4번 사이즈 수요자들은 평정심을 유지했다. 이게 바로 질투효과다.
소비자 취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뒤 의기양양하게 전략적 가격 책정에 나섰다가 호되게 당했던 기업 중 하나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몇 년 전 신규 고객들에게 책값을 할인해주는 마케팅을 펼쳤는데, 기존의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이를 알아채고 배신감을 느꼈다. 아마존의 가격 정책은 텔레비전 뉴스에서까지 비판받았고, 이는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에 타격을 주는 큰 사건이 됐다.
전략적 가격 책정에 성공하려면 소비자들이 서로의 구매 가격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제품이 표준화된 공산품에 가까운지, 맞춤형에 가까운지도 중요하다. 가격 정보가 공유되고 표준화된 상품이라면, 소비자의 반발을 사기 쉽다. 인생에서나 경영에서나, 다른 사람을 화나게 만들면 결국 화를 입기 마련이다.
이주의 용어
전략적 가격 책정(targeted pricing) 배반효과(jealousy effect) 질투효과(betrayal effect)
효과적인 전략적 가격 책정도 고객의 마음 헤아리지 못하면 역효과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어느 날, 공과금을 온라인으로 내기 위해 월급통장이 있는 은행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런데 홈페이지에 낯선 광고문구가 걸려 있었다. 인터넷뱅킹에 신규 가입하면 몇 달 동안 자동이체 수수료를 절반으로 깎아준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10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그 은행에서만 돈을 관리한 나의 미련함에 스스로 화가 치밀었다. 그동안 한 번도 생각조차 해보지 않고 냈던 자동이체 수수료가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다른 은행 사이트들을 찾아가 인터넷뱅킹 가입 때 어떤 혜택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질투효과와 배반효과의 함정 전략적 가격 책정(targeted pricing)은 기업 입장에서는 아주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전략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 경영대학원의 존 장(John Zhang) 교수팀은 최근 연구에서 단일 가격 전략보다 전략적 가격 책정이 더 우월한 이유를 전략적 유연성에서 찾았다. 전통적 단일 가격 전략에서는 기업이 매출 확대와 이익 확대의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가격을 낮춘다면 매출은 확대되지만 마진이 낮아지므로 이익을 희생하게 된다. 반대로 가격을 높인다면 마진이 높아져 단위 이익은 늘지만 매출을 희생하게 된다. 전략적 가격 책정을 하면 신규 고객에게는 가격을 할인해 매출을 늘리면서, 기존 충성 고객에게는 같은 마진을 유지하는 식의 차별화된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전략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전략은 점점 확산되어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신규 가입자에게 각종 현금성 쿠폰을 제공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다시피 했다. 시장 환경도 전략적 가격 책정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조성되고 있다. 점점 보편화되고 있는 인터넷 상거래는 고객 개개인의 취향과 충성도를 측정하기 쉽게 만든다. 예전에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설문조사를 해야 알 수 있었던 고객의 쇼핑 정보를 클릭 몇 번으로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전략적 가격 책정의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그 정책을 실행하는 데 드는 비용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은 몇 년 전 신규 고객에게 책값을 할인해주는 마케팅을 펼치다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가격 할인은 고객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역효과를 피할 수 있다.( 사진/ AFP연합)
전략적 가격 책정(targeted pricing) 배반효과(jealousy effect) 질투효과(betrayal effec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