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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사외이사는 독립성과 사명감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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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1-3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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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K텔레콤 사외이사 김대식 교수

SK텔레콤 사외이사 김대식 교수(한양대). 회사쪽 추천에 따라 사외이사로 선임됐지만 참여연대쪽과도 죽이 잘 맞는다. 그만큼 독립적인 활동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올해 주총을 앞두고 참여연대가 회사쪽에 김 교수의 재선임을 요청하고 있는 데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사외이사제의 성공적인 정착 요건으로 “선임과정의 독립성과 사외이사들 스스로 제구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 및 사명감을 갖는 것”을 꼽았다.

선임과정의 독립성은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하더라도 모든 사외이사들에게 사명감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지 않을 수 없도록 외부에서 강제해야겠지요.” 김 교수는 “새삼스럽게 따로 제도를 만들 필요없이 지금 있는 장치를 충분히 활용하는 데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가 잘못된 결정을 내림에 따라 손실이 발생한 데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게 바로 그것.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받는 돈은 월 200만원 안팎이지만 소송에 휘말릴 경우 수십억원을 물어내야 하는 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는 현실에 눈뜬다면, 사외이사직을 가벼이 여기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일부 회사에서 이는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소송으로 가면 시일이 오래 걸리고 승소한다는 보장이 없지만 사회적인 이슈화를 통해 사외이사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참여연대 한 관계자에게 소액주들을 대표해 자신을 고발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했다고 귀띔했다.


“SK텔레콤 사외이사로 활동한 과정이 모두 성공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순진해 실수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김 교수는 그 예로 SK텔레콤의 사옥이전 및 지주회사격인 SK씨앤씨와 맺은 정보통신(IT) 계약 과정에서 회사쪽 방침이 그대로 관철된 의사결정을 꼽았다. 그는 이 문제와 관련해선, 올해 정기주총에서 문제제기가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물론 성과도 적지 않았다. 1억5천만달러 이상 해외투자 및 연간누계액 100억원 이상인 계열사 내부거래는 사전승인(사외이사 5명 중 과반수 찬성)을 받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등 사외이사의 힘을 크게 강화시켜 놓았다. 앞서 든 계열사와 맺은 사옥이전 및 IT 계약건에서도 사외이사의 의결권을 통해 가격을 대폭 하향조정했다.

“기존 경영진이 표대결을 벌여 힘으로 밀어붙이면 소수인 사외이사들로선 어쩔 수 없지만, 외국인·소액주주의 눈을 의식해 강압적인 방법은 자제되고 있습니다. 경영 투명성에 흠집이 생기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김 교수는 “SK텔레콤도 처음에는 사외이사를 껄끄럽게 생각하는 시각이 강했으나 경영 투명성 확보를 통해 주가가 올라가고 회사의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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